재개발·재건축 조합 총회에 전자의결이 허용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실제로 쓴 총회는 열 번 중 한 번이 안 됩니다. 10월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경태 의원은 활용률이 9.5%에 그친다고 지적했고,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합원들의 신뢰성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시공사 선정과 관리처분계획, 곧 내 분담금이 정해지는 자리가 총회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숫자가 아닙니다.
931건 중 88건
이 수치는 국토교통부가 전국 조합을 전수조사해 장경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나왔고, 9월 23일 처음 공개됐습니다.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열린 총회는 931건이며, 이 가운데 전자적 방식을 활용한 총회는 88건입니다. 나머지 843건은 서면 등 기존 방식으로 치러졌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조금 늘기는 했습니다.
| 기간 | 총회 | 전자의결 활용 | 활용률 | | --- | --- | --- | --- | | 지난해(6월~) | 427건 | 36건 | 8.4% | | 올해(~7월) | 504건 | 52건 | 10.3% | | 합계 | 931건 | 88건 | 9.5% |
다만 1년 사이 2%포인트가량 오른 수준이어서 제도가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전자의결은 의무가 아니라 조합이 고르는 선택 사항입니다.
쓰지 않는 이유
전자의결을 쓰지 않은 조합이 꼽은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디지털 접근성(42%): 고령층 조합원 등이 쓰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장 많았습니다. - 시스템 미구축(10.8%): 전자의결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답입니다. - 규정 미비(10.2%): 조합 정관 등에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답입니다.
고령 조합원이 많은 구역에서 접근성 문제는 실제로 큰 장벽입니다. 그런데 서울의 한 조합은 사유 중 하나로 '조합 추진방향과 역행되는 투표결과 발생'을 적어 냈습니다. 일부 현장에서는 기술보다 결과에 대한 부담이 걸림돌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서면 방식에서는 조합이 아웃소싱(OS) 업체를 통해 서면의결서를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홍보요원 인건비가 들고, 요원이 조합원을 회유하거나 특정 선택을 권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습니다. 장 의원도 국감에서 이 과정에 대한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고 밝혔습니다.
왜 중요한가
총회 의결은 사업 일정과 직결됩니다. 서면의결서의 진위나 징구 과정을 둘러싼 다툼은 총회 결의 효력 분쟁으로 이어지기 쉽고, 분쟁이 길어지면 이주·착공이 밀리며 금융비용이 쌓입니다. 그 비용은 결국 조합원 분담금으로 돌아옵니다.
입주권이나 조합원 물건을 사려는 분께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결정 방식이 투명한 조합일수록 결의가 뒤집힐 위험이 작습니다. 시세와 비례율만큼 총회 운영 방식도 사업 리스크를 가늠하는 단서가 됩니다.
물론 전자의결이 만능은 아닙니다. 장관도 서면과 전자 방식에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다만 전자기기를 활용하면 참여도를 높이고 더 객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우리 조합의 정관과 소집통지문. 전자의결을 쓰려면 정관 등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총회 소집통지 때 전자의결 방법과 기간을 함께 알려야 합니다. 통지문에 이 내용이 있는지가 첫 확인 지점입니다.
절차 요건. 시행령은 본인확인 수단을 갖출 것, 개표 전까지 집계 결과를 알 수 없게 할 것, 결과를 사업이 끝날 때까지 보관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자의결을 도입한 조합이라면 이 요건을 지키는지 물어볼 만합니다.
고령 조합원 지원. 접근성 문제가 1위 사유인 만큼, 현장 안내 창구를 두거나 서면을 병행하는지가 실질적 참여율을 가릅니다.
후속 대책. 장관은 전자의결 결과를 공공기관이 보관하게 하고 결과 조작을 처벌하는 규정을 앞선 대책에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의원이 요구한 인센티브는 아직 구체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편 9월에는 조합 설립 이전인 추진위원회 단계에도 전자투표·온라인총회를 허용하는 실증특례가 조건부로 나왔습니다.
활용률 9.5%는 제도가 있어도 현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다음 총회 소집통지문을 받으시면 안건과 함께 의결 방식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뉴스핌 — 2026 국감, 전자의결 관련 장관 답변(10.7)](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1007001150) · [쿠키뉴스 — 전자의결 도입 1년, 활용률 9.5%(9.23)](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609230166) · [AP신문 — 연도별 활용 현황(9.24)](https://www.ap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3051499) · [서울신문 — 추진위 단계 실증특례(9.23)](https://www.seoul.co.kr/news/economy/2026/09/23/2026092350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