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은 오랫동안 '지방 이야기'였습니다. 통계를 볼 때도 전국 숫자보다 지방 숫자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었죠.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8월 31일 발표한 7월 주택통계는 그 습관을 흔듭니다. 7월 말 전국 미분양은 6만8217호로 전달(6만7464호)보다 753호 늘었습니다. 증가폭 자체는 1.1%로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753호가 어디에서 나왔는가입니다. 지방은 4만8694호에서 4만8758호로 64호 느는 데 그쳤습니다. 나머지 689호, 즉 전국 증가분의 90% 이상이 수도권에서 나왔습니다.
수도권 1만9459호, 1년 6개월 만의 최대
7월 말 수도권 미분양은 1만9459호입니다. 지난해 1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이고, 전국 미분양의 28.5%를 차지합니다.
지역을 더 쪼개 보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경기가 1만4394호로 전달(1만3553호)보다 841호(6.2%) 늘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습니다. 경기 한 곳에서 늘어난 물량이 전국 증가분 753호보다 큽니다. 인천은 4071호, 서울은 994호로 서울만 19호 줄었습니다. 정리하면 수도권 안에서도 서울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경기·인천 외곽에서 물량이 쌓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편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2만9152호로 전달보다 634호(2.1%) 줄었습니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도 4444호로 251호 감소했습니다. 다 지은 뒤에도 남은 재고는 소화되고 있는데, 새로 분양한 물량이 그보다 빠르게 쌓이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 두 숫자가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이 이번 통계의 핵심입니다.
공급 실적이 말해주는 시차
왜 지금 수도권일까요. 올해 1~7월 누계 실적을 보면 답의 절반이 보입니다.
- 인허가: 14만2328호 (전년 동기 대비 -7.9%) - 착공: 13만8383호 (+11.1%) - 분양: 12만8019호 (+41.1%) - 준공: 13만5513호 (-41.4%)
분양 물량이 1년 전보다 41.1% 늘었습니다. 경기만 놓고 봐도 1~7월 분양이 4만8978호로 23.1% 증가했습니다. 쏟아진 물량이 청약에서 다 소화되지 않으면 그대로 미분양 통계에 얹힙니다. 지금 보이는 수도권 미분양은 대체로 상반기에 밀어낸 분양의 청구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수요 쪽 여건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7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6만3185건으로 전달(6만8819건)보다 8.2% 줄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6564건으로 15.2% 감소했고, 강남 4구는 전년 같은 달보다 31.8% 줄었습니다. 물량은 늘고 거래는 식는 국면입니다.
공급자 심리는 이미 역전됐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집계하는 8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에서 수도권은 88.5로 전월(102.5)보다 14.0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서울 97.3(-17.0p), 경기 87.5(-12.5p), 인천 80.6(-12.5p)으로 세 곳 모두 기준선 100을 밑돌았습니다. 수도권 지수가 지방에 역전된 것은 2년 6개월 만입니다. 금리 인상과 추가 인상 가능성,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가 겹치면서 사업자들의 자금 조달 전망이 먼저 꺾인 결과입니다.
9월,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는가
9월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26개 단지 2만2704가구입니다. 이 중 수도권이 1만3537가구로 약 60%를 차지하고, 경기가 12개 단지 9544가구로 가장 많습니다. 미분양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에 가장 많은 물량이 다시 들어오는 셈입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분양가와 인근 시세의 격차입니다. 9월 1일 접수 결과만 봐도 서울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2차)이 109.5대 1을 기록한 반면 창원 한신더휴 메가센텀은 0.44대 1로 미달했습니다. 같은 달, 같은 제도 안에서도 결과는 시세 대비 가격 하나로 갈립니다. 평균 경쟁률이 아니라 내가 넣을 단지의 3.3㎡당 분양가와 반경 1km 실거래가를 직접 비교하십시오.
둘째, 준공 후 미분양과 그냥 미분양을 구분하십시오. 전자는 이미 완성된 재고라 할인·계약 조건 협상 여지가 있고, 후자는 아직 공사 중이라 입주 시점 리스크가 남습니다. 두 숫자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지금은 특히 그렇습니다.
셋째, 자금 조달 계획을 분양가보다 먼저 확정하십시오. 대출 한도 축소는 사업자 심리를 이미 14포인트 끌어내렸습니다. 개인에게는 중도금 대출 조건과 잔금 시점 한도로 돌아옵니다. 당첨이 되고 나서 계산하면 늦습니다.
미분양이 늘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늘어난 곳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753호 중 689호. 이 비율이 8월 통계에서도 유지되는지가 다음 달 확인할 첫 번째 숫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