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약 시장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적게 지은 쪽에 더 많이 몰렸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8월 28일 내놓은 집계를 보면, 1월부터 8월 21일까지 청약홈에서 진행된 1순위 청약 접수 32만9691건 가운데 23만7940건, 약 72%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공급한 단지에 접수됐습니다. 나머지 건설사 몫은 9만1751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실제로 시장에 나온 물량은 반대였습니다. 10대 건설사가 2만8255가구, 그 밖의 건설사가 3만8694가구로, 10대 건설사 쪽이 오히려 1만가구 이상 적었습니다.
경쟁률 8.42대 1과 2.37대 1
물량과 수요가 어긋나면 경쟁률로 드러납니다. 10대 건설사 단지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8.42대 1, 그 외 건설사 단지는 2.37대 1이었습니다. 약 3.6배 차이입니다. 이 격차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닙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10대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51곳의 평균 경쟁률이 9.85대 1로, 비브랜드 단지의 네 배 수준이라는 집계가 8월 초에 이미 나왔습니다. 하반기 들어 격차가 조금 좁혀졌을 뿐, 방향은 그대로입니다.
반대편의 숫자도 같이 봐야 합니다. 1월부터 7월까지 수도권을 뺀 지방 민영아파트 청약 단지 83곳 중 58곳(69.9%)에서 2순위까지 받고도 미달 주택형이 남았고, 경쟁률이 1대 1에 못 미친 단지도 43곳이었습니다. 충남에서만 4111가구, 부산에서 3009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즉 지금의 청약 시장은 "청약자가 줄어든 시장"이 아니라 청약자가 몇 군데로만 가는 시장입니다.
왜 브랜드로 갔을까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이유는 시세차익이 아니라 준공 안정성입니다. 리얼투데이 측은 "공급 물량 규모와 관계없이 준공 안정성과 상품성이 검증된 브랜드를 우선 고려하는 선별 청약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말이 무겁게 들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분양은 대금을 먼저 내고 집을 나중에 받는 거래입니다. 시공사가 중간에 멈추면 계약자는 돈도 집도 붙잡힌 상태가 됩니다. 실제로 시공사 부도로 공정률 78%에서 공사가 멈춘 강원 춘천의 한 민간임대 현장에서는, 중단 1년 8개월이 지난 올해 6월까지도 318가구 중 245가구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분양보증이 있어도 환급과 정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청약자가 브랜드를 고르는 것은 취향이 아니라, 이 리스크에 대한 나름의 방어인 셈입니다.
실수요자가 실제로 봐야 할 것
다만 '10대 건설사'라는 이름표가 모든 것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체크할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시공능력평가 순위와 재무 상태는 다른 지표입니다. 시공능력평가는 매년 공사실적·경영상태·기술능력·신인도를 합산해 8월 1일부터 적용되는 지표로, 올해는 7만4332개사가 평가를 받았습니다. 순위가 높다고 해당 현장의 사업성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브랜드는 시공 주체의 체력을 알려줄 뿐, 분양가가 적정한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둘째, 경쟁률이 아니라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차이를 먼저 계산하십시오. 서울 3.3㎡당 평균 분양가는 최근 2년 새 4311만원대에서 6208만원대로 44% 올랐습니다. 브랜드 단지에 8.42대 1이 몰렸다는 사실은, 뒤집으면 그 가격에도 넣겠다는 사람이 그만큼 있었다는 뜻입니다. 경쟁률은 내 손익을 계산해주지 않습니다.
셋째, 미달 단지의 무순위·선착순 물량을 무조건 기회로 보지 마십시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미달 물량이 무순위·선착순 단계로 넘어가면 기존 미분양과 경쟁하면서 소진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4만8694가구 중 92.4%가 지방에 몰려 있고, 준공 후 미분양도 2만5091가구입니다. 할인 조건이 붙었다면, 그 조건이 붙은 이유부터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9월 초에는 인천 검암동 '검암역 푸르지오 프라베뉴'(441가구), 경기 성남 분당구 '더샵 분당하이스트'(1149가구) 등 대형 건설사 단지의 청약이 예정돼 있습니다. 경쟁률은 또 한 번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 확인해야 할 숫자는 몇 대 1이었는지가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었는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