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전국에서 네 개 단지가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39.71대 1에서 0.77대 1까지 벌어졌습니다. 서울이 높고 지방이 낮았다면 해석은 간단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방 소도시가 21대 1을 기록하는 동안, 서울 바로 옆 수도권 대단지는 일부 주택형이 미달했습니다. 갈린 기준은 지역이 아니라 분양가와 주변 시세 사이의 거리였습니다.
같은 날, 네 장의 성적표
서울 서대문구 '쌍용 더 플래티넘 서대문'은 28가구 모집에 1112명이 접수해 평균 39.71대 1로 전 주택형을 마감했습니다. 전용 59㎡A는 240.50대 1까지 올라갔습니다.
경남 진주 '포레나 힐스테이트 진주'도 평균 21.15대 1, 전용 84㎡A는 62.43대 1로 전 주택형이 모집 가구 수를 넘겼습니다.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청약이 죽는 시장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면 경기 부천 '상동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일반공급 1536가구에 2576명이 접수해 평균 1.68대 1에 그쳤습니다. 주력인 전용 84㎡ 평균이 2.18대 1이었고, 84㎡D는 72가구 모집에 70명이 신청해 미달했습니다. 지하 8층~지상 49층, 총 1859가구의 대단지이고 7호선 상동역과 맞닿아 있으며 상동·중동 생활권에 2018년 이후 처음 들어서는 브랜드 신축입니다. 입지만 놓고 보면 설명이 되지 않는 성적입니다.
광주 북구 '제일풍경채 첨단3지구'는 평균 0.77대 1로, 전용 84㎡A를 뺀 전 주택형이 미달했습니다.
부천이 서울보다 2억6470만원 비쌌습니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답이 보입니다. 상동역 롯데캐슬 시그니처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16억3800만원입니다. 같은 날 청약한 서울 서대문 단지의 전용 84㎡ 최고가는 13억7330만원이었습니다. 차이는 2억6470만원. 비싼 쪽이 서울이 아니라 부천이었습니다.
주변 시세와 견주면 간격은 더 벌어집니다. 인근 대단지 '힐스테이트중동' 전용 84㎡는 지난달 13억2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신축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3억원 안팎이 미리 붙어 있는 가격입니다. 청약자 입장에서 계산은 단순합니다. 지금 사면 남는 게 있는가. 상동역 롯데캐슬의 경우 그 답이 명확하지 않았고, 시장은 미달로 대답했습니다.
여기에 시간이 얹힙니다. 이 단지의 입주 예정 시기는 2032년 3월입니다. 당첨자 발표(9월 1일)로부터 6년 반 뒤입니다. 16억원짜리 계산서를 6년 반 뒤의 시세에 걸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싸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주의할 대목은 광주 사례입니다. 제일풍경채 첨단3지구는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입니다. 가격이 통제된 단지인데도 0.77대 1로 미달했습니다.
즉 '분양가가 싸면 청약이 된다'는 명제도 절반만 맞습니다. 상한제로 가격을 눌러도, 그 지역의 미분양 재고와 수요 기반이 무너져 있으면 경쟁률은 올라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진주처럼 공급이 오래 끊겼던 곳에서는 지방이어도 60대 1이 나옵니다. 결국 봐야 할 것은 가격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그 가격이 그 동네에서 설명되는가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확인할 네 가지
첫째, 분양가와 인근 동일 면적 최근 실거래가의 차액을 직접 계산해 보십시오. 홍보 문구가 아니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의 최근 3개월 거래가 기준입니다. 차액이 이미 신축 프리미엄을 넘어섰다면 그 단지의 상승 여력은 분양 시점에 상당 부분 당겨 쓴 상태입니다.
둘째, 입주 시기를 확인하십시오. 입주가 5년 이상 뒤라면 중도금 이자와 기회비용을 포함한 실질 부담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셋째, 규제 지역 여부에 따라 조건이 완전히 다릅니다. 부천은 비규제지역이라 재당첨 제한과 거주 의무가 없고 전매제한은 당첨자 발표일부터 1년입니다. 반면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서대문 단지는 재당첨 제한 10년, 전매제한 최대 3년이 붙습니다. 경쟁률이 낮은 곳이 조건은 오히려 유연할 수 있다는 점, 뒤집어 말하면 청약통장을 소진하지 않고 접근할 통로가 남아 있다는 점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넷째, 미달 단지는 이후 일정을 지켜보십시오. 미달 주택형은 예비입주자 선정과 계약 과정을 거쳐 잔여 물량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2025년 이후 무순위 청약은 무주택자로 자격이 제한되고 지역 거주 요건이 붙을 수 있어, 과거처럼 '아무나 넣는 줍줍'은 아닙니다.
같은 날 나온 네 개의 숫자는 시장이 지역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청약 시장은 이미 단지 단위로, 그리고 주택형 단위로 쪼개져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기 전에 가격표를 먼저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