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장의 온도만 보다가 놓치기 쉬운 장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세금을 못 낸 사람의 재산을 국가가 압류해 파는 곳, 공매입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9월 14~16일 온비드에서 진행한 압류재산 공매는 2871건, 1조1211억원 규모였습니다. 올해 2월 9~11일 공매는 739건, 1672억원이었습니다. 일곱 달 만에 건수는 3.9배, 금액은 6.7배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토지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집이었습니다.
늘어난 건 '주거용'이었습니다
2월 공매의 부동산 682건 중 아파트·주택 등 주거용 건물은 73건이었고, 그중 수도권은 31건이었습니다. 9월 공매에서는 부동산 2790건 중 주거용이 658건, 수도권 소재만 356건입니다. 주거용은 9배, 수도권 주거용은 11배가 됐습니다. 물건 수 자체가 늘었으니 함께 늘어난 면도 있지만, 전체 증가율(3.9배)을 크게 웃돕니다. 공매 물건의 성격이 임야·맹지 중심에서 '살고 있는 집' 쪽으로 이동했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숫자가 있습니다. 감정가의 70% 이하로 가격이 내려간 물건의 비중입니다. 2월에는 739건 중 521건, 약 70%였습니다. 9월에는 2871건 중 1051건, 약 37%입니다. 공매는 유찰될 때마다 예정가격이 10%씩 낮아집니다. 저가 물건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안 팔려서 계속 깎인 묵은 물건'이 쌓인 게 아니라, 아직 한두 번밖에 돌지 않은 새 물건이 대거 유입됐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물건이 쌓인 게 아니라, 들어오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체납이 있습니다. 캠코가 국세청에서 위탁받은 체납액은 2022년 2조4184억원에서 2025년 1조6884억원으로 줄었지만, 금액 기준 징수율은 수년째 2% 안팎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금으로 걷히지 않는 체납은 결국 압류된 부동산을 파는 쪽으로 넘어갑니다.
경매와 공매는 다른 경기입니다
같은 기간 법원 경매는 온도가 갈리고 있습니다. 9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9.3%로 전주(94.8%)보다 5.5%포인트 내렸고, 3주 연속 100%를 밑돌았습니다. 반면 평균 응찰자는 4.9명에서 5.8명으로 늘었습니다. 고가·대형이 빠지면서 평균이 내려갔을 뿐, 15억원 아래 물건에는 11명이 붙어 104.2%에 낙찰된 사례도 있습니다. 경기는 96.7%로 9.1%포인트 올랐습니다.
공매 물건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 경쟁을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공매는 경매보다 문턱이 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수인이 지는 위험이 더 큽니다. 가장 큰 차이가 인도명령입니다. 법원 경매에서는 대금을 내면 인도명령으로 비교적 빠르게 점유자를 내보낼 수 있지만, 공매에는 인도명령 제도가 없습니다. 협의가 안 되면 명도소송으로 가야 하고, 그 기간과 비용은 전부 낙찰자 몫입니다. 캠코가 공고문마다 "명도 책임은 매수자에게 있다"고 적어두는 이유입니다.
입찰 전에 확인할 네 가지
첫째, 공매재산명세서와 배분요구 종기입니다. 임차인의 전입신고일이 압류등기일·법정기일보다 앞서면 대항력이 있어 보증금을 낙찰자가 떠안을 수 있습니다. 배분요구를 하지 않은 선순위 임차인이 가장 위험합니다.
둘째, 감정가의 시점입니다. 저감률 10%는 경매의 통상 20~30%보다 완만합니다. '70% 이하'라는 표시만 보고 싸다고 판단하면 안 되고, 감정 시점 이후 시세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셋째, 취소 가능성입니다. 체납자가 세금을 납부하면 공매는 취소됩니다. 대금 납부 직전에 취소되는 경우도 있어, 잔금 계획을 그 전제 위에 세워야 합니다.
넷째, 물건의 종류입니다. 9월 공매 부동산 2790건 중 토지가 1542건으로 여전히 절반이 넘고, 상당수가 임야입니다. 현장을 보지 않은 채 '싸 보여서' 접근할 물건이 아닙니다.
늘어난 물건 수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 물건들이 왜 그 자리에 나왔는지를 먼저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금 공매장에 들어오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세금 문제이고, 그 집에는 아직 사람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