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셋째 주(14~18일) 수도권 아파트 경매에는 모순처럼 보이는 숫자 두 개가 나란히 나왔습니다. 경매·공매 데이터 기업 지지옥션 집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99건으로 전주보다 26건 늘었습니다. 그런데 낙찰률은 44.3%에서 31.4%로 12.9%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은 90.2%에서 94.0%로 3.8%포인트 올랐고, 평균 응찰자도 7.2명으로 1.3명 늘었습니다. 경매에 나온 아파트 10채 가운데 7채 가까이가 주인을 찾지 못했는데, 팔린 집은 더 비싸게 팔린 셈입니다.
두 숫자는 서로 다른 것을 잽니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낙찰률은 경매에 나온 물건 가운데 실제로 팔린 비율입니다. 낙찰가율은 팔린 물건의 낙찰가가 감정가의 몇 %였는지를 보여줍니다. 낙찰률은 시장의 '폭'을, 낙찰가율은 팔린 물건의 '값'을 나타냅니다.
두 지표가 반대로 움직였다는 건 수요가 줄었다기보다 한쪽으로 몰렸다는 뜻으로 읽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응찰자 수는 늘었는데 낙찰 건수는 줄었습니다. 입찰자들이 여러 물건에 고루 들어가지 않고, 원하는 물건에만 여럿이 몰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경기는 오르고, 서울·인천은 온도가 달랐습니다
지역별로 나눠 보면 쏠림이 더 뚜렷합니다.
- 경기: 낙찰률 47.2%→34.6%(-12.6%p), 낙찰가율 87.6%→96.7%(+9.1%p) - 서울: 낙찰률 40.0%(-3.1%p), 낙찰가율 94.8%→89.3%(-5.5%p), 진행 10건 - 인천: 낙찰률 22.6%(-12.2%p), 낙찰가율 85.4%(+4.9%p), 평균 응찰자 9.6명(+3.7명)
경기의 상승은 몇몇 단지가 이끌었습니다. 성남 분당 봇들마을 아파트는 감정가 13억5700만원에 14명이 응찰해 18억3000만원(134.9%)에 낙찰됐습니다. 수원 영통 진흥아파트는 감정가 3억9200만원 물건이 5억원대(127.8%)에, 화성 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5.0은 감정가 10억4000만원 물건이 12억7178만원(122.3%)에 팔렸습니다. 용인 기흥구 파크뷰(125.3%), 동탄퍼스트파크(111.1%, 응찰 17명)도 감정가를 웃돌았습니다. 서울경제는 용인 기흥·수원 영통·동탄 등 '반도체 벨트'가 고가 낙찰을 주도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서울은 광진구 파르네빌(83.7%), 송파구 파크인-수(83.6%)처럼 감정가를 밑돈 낙찰이 평균을 끌어내렸습니다. 같은 송파에서도 풍납동 대아아파트는 11명이 응찰해 104.2%에 낙찰됐습니다. 아시아경제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이달 들어 3주 연속 100%를 밑돌았고, 고가·대형 평형의 저조한 낙찰이 평균을 끌어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인천은 응찰자가 가장 많이 늘었는데도 낙찰률은 가장 낮았습니다. 송도·청라 단지들이 감정가의 89~90%에 낙찰된 걸 보면, 입찰자들은 유찰을 거쳐 값이 내려온 물건만 골라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째, 주간 평균은 표본부터 확인하세요. 이번 주 서울 진행 건수는 10건, 낙찰은 4건뿐입니다. 한두 건에 따라 낙찰가율이 5%포인트씩 오르내릴 수 있는 규모입니다. "서울 경매가 식었다"고 판단하려면 월간 통계와 몇 주 치 흐름을 함께 봐야 합니다.
둘째, 감정가 100%를 넘었다고 비싸게 산 건 아닙니다. 감정가는 보통 경매 개시 무렵에 매겨져 실제 입찰일과 수개월 차이가 납니다. 그 사이 시세가 올랐다면 120%에 낙찰받아도 시세보다 싸게 샀을 수 있고, 시세가 내렸다면 90%도 비쌀 수 있습니다. 낙찰가율이 아니라 입찰일 기준 인근 실거래가와 비교하는 게 기본입니다.
셋째, 인기 단지에서는 경쟁 자체가 비용입니다. 응찰자가 10명을 넘는 물건은 낙찰가가 시세에 바짝 붙기 쉽습니다. 여기에 취득세, 명도 비용, 대출이 막히는 기간의 금융비용까지 더하면 일반 매매보다 이득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인천처럼 유찰이 쌓이는 지역에서는 한두 차례 유찰된 물건 가운데 권리관계가 깨끗한 것을 추리는 편이 경매 본래의 가격 이점을 살리는 방법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주 숫자는 "경매시장이 뜨겁다" 또는 "식었다" 중 하나로 요약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입지와 가격이 맞는 물건에만 몰렸고, 나머지는 유찰됐습니다. 이런 장에서 평균 낙찰가율은 시장 온도계로 쓰기 어렵습니다. 관심 단지의 실거래가와 유찰 이력, 응찰자 수를 하나씩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