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로 팔려 주인이 바뀐 집 가운데 '강제경매'로 넘어간 물량이 수도권에 몰리고 있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수도권에서 강제경매로 팔린 뒤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집합건물은 1만580건입니다. 지난해 1년 동안의 1만328건을 여덟 달 만에 넘었습니다. 전국에서는 1만3224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80%가 수도권입니다. 2021년 전국 4917건 중 수도권은 47%였는데, 2025년 전국 1만3445건에서는 수도권 비중이 76.8%로 올라갔습니다. 강제경매 건수가 늘기도 했지만, 그보다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는 점을 더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은행이 아니라 '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거는 경매
경매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임의경매는 은행 같은 근저당권자가 담보로 잡은 집을 처분하는 절차입니다. 강제경매는 판결 같은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신청합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소송에서 이긴 뒤 집주인의 집을 경매에 넘기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사람이 모두 세입자는 아닙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강제경매가 늘어난 주된 배경으로 2022년 이후 쌓인 깡통전세를 꼽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이 해석에 힘이 실립니다. 인천은 올해 8개월 동안 3302건으로 지난해 1년치(2862건)를 넘었습니다. 경기도 3134건으로 지난해(3067건)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8월 한 달 기준으로는 서울 강서구(194건), 인천 미추홀구(137건), 경기 부천 원미구(80건) 순으로 많았습니다. 모두 빌라 전세 피해가 컸던 지역입니다. 서울만 떼어 보면 상반기 3308건 중 강서구 한 곳이 1102건으로 33.3%를 차지했습니다. 강서·금천·구로·양천·관악 등 서남권 5개 구를 합치면 전체의 66.6%입니다.
왜 지금 숫자가 커지나 — 늦게 나타나는 지표
강제경매 매각 등기는 후행지표입니다. 전세 계약이 끝나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임차권등기명령과 소송을 거친 뒤에야 경매가 시작됩니다. 여기에 몇 차례 유찰을 거쳐 낙찰되고 대금까지 내야 비로소 이 통계에 잡힙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수치에 반영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 보이는 숫자는 2~3년 전 계약에서 생긴 문제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나올 물량도 적지 않습니다. 경매 절차를 시작할 때 등기부에 올리는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는 2022년 2만3681건에서 2025년 3만8525건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1만3803건에서 2만6929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개시결정 건수가 실제 매각 건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경매가 시작됐지만 아직 팔리지 않은 물건이 그만큼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경매 신청 전체를 봐도 올해 1~8월 강제경매 신청은 1년 전보다 54.5% 늘었고, 임의경매도 11.7% 늘었습니다(서울경제 집계).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올라가면 경매 건수는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리 흐름에 따라 임의경매까지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입찰자와 세입자가 각각 봐야 할 것
경매 입찰을 고려하는 분이라면 강제경매 빌라는 '싸 보이는 가격'보다 권리관계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지 보세요. 전입일이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른 세입자가 배당에서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면, 남은 금액을 낙찰자가 떠안을 수 있습니다. 여러 번 유찰돼 감정가의 절반 아래로 내려온 물건 중에는 이런 인수 부담 때문에 값이 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 매각물건명세서의 특이사항을 확인하세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같은 보증기관이 보증금을 대신 갚고 경매를 신청하면서 대항력을 포기한다고 밝힌 물건이 있습니다. 반대로 그런 기재가 없는 물건도 있습니다. 이 한 줄에 따라 실제로 들어가는 돈이 달라집니다. - 낙찰 뒤 팔 수 있는지도 따져 보세요. 매물이 쌓인 지역의 빌라는 낙찰가가 낮아도 되팔거나 전세를 놓기 어렵습니다.
전세 계약을 앞둔 세입자라면 이 통계를 우리 동네 위험 신호로 읽으셔도 됩니다.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에서 경매개시결정등기나 임차권등기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과 선순위 채권 규모를 따져 보고,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지도 먼저 알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같은 건물의 다른 호실에 임차권등기가 올라와 있다면 집주인의 자금 사정을 의심해 볼 만한 신호입니다.
강제경매가 늘었다고 곧바로 시장 전체의 붕괴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가 특정 지역과 빌라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지역에서 경매에 들어가는 분이든 전세를 구하는 분이든, 서류를 한 번 더 확인해야 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