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 동안 LH가 사들인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90호였습니다. 국토교통부가 9월 7일 내놓은 집계를 보면 8월 말 누적은 1만718호입니다. 거의 모두 법원 경매와 공매를 거쳐 사들인 물량입니다. 이제 수도권 빌라·오피스텔 경매장에서는 입찰표를 내지 않고도 물건을 가져갈 수 있는 LH라는 매수자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이 숫자가 경매 시장에서 무엇을 뜻하는지 정리했습니다.
90호에서 1만718호까지, 속도는 한 번 꺾였다
매입은 빠르게 늘었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977호(월평균 163호), 하반기에는 3924호(월평균 654호)를 사들였고, 올해 1~8월에는 5727호(월평균 716호)를 사들였습니다.
다만 올해 안을 나눠 보면 흐름이 다릅니다. 5월 26일 기준 누적이 9033호였고 당시 1~5월 월평균은 807호였습니다. 그 뒤 8월 말까지 석 달 남짓 동안 늘어난 물량은 1685호로, 한 달에 500호대입니다. 봄보다 여름에 속도가 줄어든 것입니다.
적체도 있습니다. 6월 초 기준 LH에 들어온 사전협의 신청은 2만2670건이었고 이 가운데 매입가능 판정은 1만5302건이었는데, 실제 매입이 끝난 것은 9033호(39.8%)였습니다. 다세대주택에서는 일부 호실이 임대인 소유로 남아 공용관리비가 밀리는 등 건물 전체를 정상화하기 어려운 사례도 지적됐습니다.
그사이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8월에만 658건이 추가로 결정돼 누적 4만936건이 됐습니다. 보증금 3억원 이하가 97.6%, 40세 미만이 75.95%이고 수도권이 60.7%입니다. 주택 유형은 다세대 28.5%, 오피스텔 20.9%, 다가구 18.7%, 아파트 13.3% 순입니다. 모두 경매 시장에서 '빌라·오피스텔'로 묶이는 물건들입니다.
LH는 경매장에서 어떻게 사나
구조는 이렇습니다. 피해 임차인이 특별법상 우선매수권을 LH에 넘기면, LH는 매각기일에 최고가 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값으로 먼저 사겠다고 신고할 수 있습니다. 일반 응찰자가 가장 높은 값을 써내도 물건은 LH로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LH는 이렇게 산 집을 공공임대로 돌리고, 'LH 감정가에서 낙찰가를 뺀 금액', 즉 경매차익을 피해자 임대료로 씁니다. 차익은 임대보증금으로 전환돼 월세에서 차감되고, 피해자는 최장 10년 동안 임대료 부담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원하면 시세의 30~50% 수준으로 10년을 더 살 수 있고, 쓰고 남은 차익은 나갈 때 돌려받습니다. 낙찰가가 낮을수록 피해자 몫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다가구에서 생긴 빈틈
한 건물에 피해자가 여럿인 다가구에서 빈틈이 드러났습니다. 경기 화성의 한 다가구 사례를 보면, 임차인 5명의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이 7억2000만원이었고 집은 8억11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이때 임차인 한 명이 우선매수권을 직접 행사하면서 나머지 피해자들은 경매차익 지원을 받을 길이 막혔습니다. 선순위 채권자에게 먼저 배당하고 나면 후순위 임차인에게는 배당금이 거의 남지 않는 구조라 타격이 더 컸습니다.
이에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3일, 피해자와 LH가 동시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LH에 매각을 허가하도록 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아직 발의 단계이므로 통과 여부와 시행 시점은 지켜봐야 합니다.
응찰자라면 무엇을 봐야 하나
배경부터 보면,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를 인용한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올해 1~8월 집합건물 경매 신청은 3만1118건으로 이미 2024년 연간 3만1063건을 넘었습니다. 보증금 반환 소송 뒤에 이어지는 강제경매가 1만3068건으로 54.5% 늘어난 것이 눈에 띕니다. 빌라·오피스텔 물건은 당분간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수록 입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 우선매수 신고 여부: 사건 문건·송달내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LH 우선매수 신고, 경매 유예·정지 신청 흔적이 있는지 보세요. 최고가를 써내도 가져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입찰보증금은 돌려받지만, 권리분석과 임장에 들인 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 선순위 임차인 인수 여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떠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번 유찰된 빌라가 싸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다가구 개정안의 진행 상황: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가구 물건에서 LH가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1만718호는 피해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숫자입니다. 동시에 빌라 경매장에 입찰표를 내지 않고도 낙찰을 가져갈 수 있는 매수자가 자리 잡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싸게 나온 빌라일수록 가격표보다 사건기록을 먼저 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