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서울, 같은 법원 경매법정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로 갈리고 있습니다. 지지옥션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1.0%로 넉 달 연속 감정가를 넘겼습니다. 반면 올해 1~8월 서울 빌라·오피스텔 경매는 2만385건이 진행돼 지난해 같은 기간(1만2152건)보다 67.8% 늘었는데, 오피스텔 매각가율은 72.3%까지 내려갔습니다. 물건은 쏟아지는데 값은 깎이는 시장입니다.
숫자가 말하는 두 개의 경매장
세부 수치를 보면 격차가 더 선명합니다. 빌라 경매는 9124건에서 1만4494건으로 58.8% 늘었고, 오피스텔은 3028건에서 5891건으로 94.5% 급증했습니다. 1년 만에 거의 두 배입니다.
늘어난 건 물건만이 아닙니다. 안 팔리는 비율도 함께 늘었습니다. 빌라 매각률은 27.8%에서 24.6%로, 오피스텔은 25.3%에서 21.6%로 떨어졌습니다. 오피스텔은 다섯 건 중 네 건이 주인을 못 찾고 다음 기일로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값도 내려갔습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인 매각가율은 빌라가 83.7%에서 76.7%로, 오피스텔이 84.5%에서 72.3%로 1년 새 12.2%포인트 빠졌습니다. 강서구 방화동의 한 다세대주택은 감정가 2억200만원에서 네 차례 유찰된 끝에 8800만원대에 낙찰됐습니다. 매각가율 43.5%입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는 평균 응찰자 6.1명, 낙찰률 38.3%를 기록했습니다. 감정가 15억원 이하 재건축·리모델링 기대 단지에는 사람이 몰렸습니다.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아파트 한쪽으로 쏠린 것입니다.
왜 물건은 늘고 값은 내려갔나
세 가지가 겹쳤습니다. 첫째, 전세사기 여파입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와 보증기관이 신청한 경매가 시차를 두고 지금 법정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둘째, 고금리 부담입니다. 임대수익으로 이자를 감당하던 오피스텔 소유자들이 버티지 못하면서 경매 개시가 늘었습니다. 셋째, 매매시장에서 비아파트 수요가 얇아졌습니다. 낙찰받아도 되팔기 어렵다는 판단이 응찰가를 끌어내립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매각가율 72.3%가 곧 "시세보다 28% 싸다"는 뜻은 아닙니다. 감정평가는 대개 매각 시점보다 6개월~1년 앞서 이뤄집니다. 감정가 자체가 과거 가격일 수 있고, 반대로 그 사이 시세가 더 빠졌을 수도 있습니다. 기준은 감정가가 아니라 현재 실거래가여야 합니다.
응찰 전 확인해야 할 네 가지
대항력 있는 임차인 여부. 비아파트 경매가 늘어난 원인이 보증금 사고인 만큼, 낙찰자가 보증금을 떠안는 물건이 섞여 있습니다. 말소기준권리보다 전입일이 빠른 임차인이 있다면, 배당요구를 했는지와 실제 배당액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낙찰가에 인수 보증금을 더한 금액이 진짜 매수가입니다.
여러 차례 유찰된 이유. 네 번 유찰됐다면 싸서 남은 것이 아니라, 남을 이유가 있어서 남았을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인수 부담, 위반건축물, 지분 물건, 명도 난이도를 순서대로 확인하십시오.
출구 전략. 매각률 20%대는 되팔 때도 사려는 사람이 적다는 신호입니다. 임대수익으로 몇 년을 버틸 수 있는지, 그 기간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계산이 서야 합니다.
자금 계획. 비아파트는 감정가·낙찰가 대비 대출 한도가 아파트보다 보수적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잔금 납부 기한을 놓치면 입찰보증금을 잃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서울 경매시장의 핵심은 "싸졌다"가 아니라 "갈렸다"입니다. 아파트는 감정가를 넘겨 팔리고, 빌라·오피스텔은 네 건 중 세 건이 유찰됩니다. 가격 하락폭이 큰 쪽에 기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할인의 상당 부분은 권리관계와 환금성에 대한 대가입니다. 숫자가 싸 보일수록 등기부와 매각물건명세서를 더 오래 들여다봐야 하는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