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마감된 서울 양천구 목동10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단 한 곳, 현대건설이었습니다. 총공사비 2조6135억원, 기존 2160가구를 최고 40층 4248가구로 다시 짓는 대형 사업장입니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을 포함해 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제일건설·금호건설·CA이앤씨까지 여섯 곳이 얼굴을 비쳤습니다. 그런데 정작 입찰서를 낸 곳은 하나뿐이었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2곳 이상이 참여해야 경쟁입찰이 성립하기 때문에 이 입찰은 자동으로 유찰됐습니다. 조합은 이번 주중 2차 입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같은 날, 다른 현장에서도 같은 일
같은 날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3지구도 이름이 함께 오르내렸습니다. 공사비 1조8275억원, 2213가구 규모의 이 사업장에서는 삼성물산이 1차에 이어 2차에서도 단독으로 응찰해 두 번 연속 유찰됐습니다. 두 차례 유찰되면 조합은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특정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성수3지구가 다음 달 총회에서 시공사를 확정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목동10단지 역시 2차에서도 현대건설만 참여하면 같은 경로를 밟게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합쳐서 4조원이 넘는 서울의 두 대형 사업장에서, 경쟁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50%가 16%로 — 5년 사이의 변화
이것은 두 단지만의 사정이 아닙니다. 주거환경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서울 정비사업의 경쟁입찰 비율은 2021년 50%였습니다. 그러다 2023년 19%로 급락한 뒤 2024년 15%, 지난해 16%에 머물렀습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시공자를 선정한 35개 현장 가운데 32곳이 수의계약이었고, 경쟁이 성사된 곳은 3곳뿐이었습니다. 전국으로 넓혀도 65곳 중 56곳(86.2%)이 수의계약이었습니다.
원인은 어렵지 않게 짐작됩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금융비용이 동시에 오르면서 건설사 입장에서 수익이 확실하지 않은 현장에 홍보비와 인력을 쏟아부을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서울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지난해 3.3㎡당 842만원으로 전년 대비 12% 넘게 올랐습니다. 사업성이 좋은 곳은 유력 건설사가 사실상 미리 정해지고, 나머지 건설사는 애초에 경쟁에 뛰어들지 않습니다. 현장설명회에 여섯 곳이 와도 응찰이 한 곳인 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유찰이 조합원에게 의미하는 것
수의계약이 그 자체로 나쁜 방식은 아닙니다. 유찰이 반복되면 착공이 밀리고 금융비용이 쌓이기 때문에, 빠른 확정이 조합에 유리한 국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6월 정부에 건의한 10건의 법령 개정안에 '1회 유찰 후 수의계약 전환'이 포함된 것도 이 속도 논리에 근거합니다. 현행은 2회 유찰이 요건입니다.
다만 조합원이 감수하는 대가는 협상력입니다. 경쟁입찰에서는 건설사들이 공사비 단가, 마감재 사양, 무상 특화 항목, 이주비 대여 조건을 놓고 서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합니다. 단독 응찰 뒤 수의계약으로 넘어가면 이 비교 대상 자체가 사라집니다. 계약 조건은 조합과 한 회사 사이의 협상으로만 결정됩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입주권이나 조합원 물건을 보고 계신다면, 시공사 브랜드보다 계약서의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첫째,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조항입니다. 조정 기준 지수가 무엇인지, 조정 주기와 상한이 정해져 있는지에 따라 향후 분담금이 크게 달라집니다. 특약이 있어도 증액 요구는 상시 리스크라는 점을 전제하고 보셔야 합니다.
둘째, 총회 의결 요건입니다. 도시정비법상 예산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증액이 어떤 절차로 확정되는지가 방어선입니다.
셋째, 본계약 시점의 공사비와 입찰 제안 공사비의 차이입니다. 제안 단계 금액이 그대로 유지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 조합원이 쓸 수 있는 지렛대는 결국 계약 조건의 정교함뿐입니다. 목동10단지의 2차 입찰 결과는 이번 주 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