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9·13단지 재건축이 인허가의 큰 고비를 넘었습니다. 서울시는 9월 21일 열린 제20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두 단지의 통합심의안을 각각 조건부로 의결했다고 22일 밝혔습니다. 9단지는 41개 동, 13단지는 26개 동 규모로 다시 지어지며 두 단지 모두 최고 49층입니다. 가구 수는 9단지 3958가구, 13단지 3852가구로 합계 7810가구입니다. 이 가운데 13단지는 기존 2280가구가 3852가구로 늘어납니다. 그런데 같은 달, 13단지 시공사 입찰에는 한 곳만 들어왔습니다. 계획은 커졌는데 건설사 간 경쟁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칼럼은 이 점을 살펴봅니다.
통합심의가 무엇이기에 '9부 능선'이라 하나
통합심의는 건축·경관·교육·교통·재해·환경·공원 7개 분야 심의를 한 번에 받는 절차입니다. 예전에는 분야마다 따로 받아야 했고, 한 곳에서 보완 요구가 나오면 전체 일정이 밀렸습니다. 통합심의를 통과했다는 것은 단지 배치와 층수, 동 수, 가구 수의 뼈대가 사실상 정해졌다는 뜻입니다. 다음 단계는 사업시행인가이고, 그 뒤로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이주·철거가 이어집니다.
13단지는 한 번 막혔던 단지입니다. 7월 말 심의에서 보완 의견을 받았습니다. 이후 8월 25일 소위원회에서 나온 중·저층 배치 구간의 층수 완화와 동별 높이 다양화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을 내 약 두 달 만에 통과했습니다. 두 단지 모두 폭 15m와 25m의 공공보행통로를 두고, 모든 동에 필로티를 적용합니다. 주민공동시설 일부도 외부에 개방합니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양천구 일대의 재건축사업과 어우러져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목동 단지마다 입찰에 한 곳씩만 들어온다
인허가는 빨라지는데 시공사 선정 양상은 다릅니다. 13단지는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사업시행자는 대신자산신탁입니다. 9월 초 마감한 1차 입찰에는 삼성물산만 응찰해 유찰됐습니다. 예정 공사비는 약 2조3763억원으로, 3.3㎡당 약 980만원입니다.
다른 단지도 비슷합니다. 보도를 종합하면 6단지는 DL이앤씨, 10단지는 현대건설이 단독 응찰 끝에 시공권을 확보했거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습니다. 10단지의 공사비는 약 2조6135억원입니다. 12단지도 GS건설 단독 구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목동 14개 단지를 합치면 수십조원 규모의 수주 시장이지만, 건설사들이 단지를 하나씩 나눠 맡는 모양새입니다. 업계에서는 한 단지에서 무리하게 경쟁하느니 원하는 단지를 먼저 확보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으로 봅니다.
단독 응찰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유찰이 반복되면 법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갈 수 있고, 사업 속도만 보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깎을 수단이 줄어듭니다. 경쟁 입찰에서는 건설사들이 공사비 인하, 이주비 조건, 분담금 납부 유예 같은 조건을 내걸며 경쟁하지만, 한 곳만 남으면 협상력이 약해집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네 가지
첫째, 조건부 의결의 '조건'입니다. 조건부 의결은 심의 과정에서 나온 요구를 반영하라는 전제가 붙은 통과입니다. 반영 과정에서 동 배치나 가구 구성이 조금 바뀔 수 있으니 사업시행인가 신청안을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수의계약으로 갈 때의 공사비 조건입니다. 3.3㎡당 980만원이 확정 공사비인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인지에 따라 나중에 분담금이 크게 달라집니다. 계약서의 물가 연동 조항과 특화 설계에 드는 비용이 누구 부담인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셋째, 이주 시기입니다. 서울시는 이주가 한 시기에 몰리면 2000가구 이상 대단지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를 최대 1년까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앞으로 이주해야 하는 재건축·재개발 가구는 9만8000가구로 추산됩니다. 목동처럼 대단지가 연달아 나오는 지역은 이 조정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입주권을 염두에 둔 매수라면 인허가 일정표보다 실제 이주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자금 계획을 세우셔야 합니다.
넷째, 7단지 입찰입니다. 7단지는 기존 2550가구를 최고 49층, 4300여 가구로 다시 짓는 계획이며 11월 입찰공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여러 대형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곳에서 실제 경쟁 입찰이 성사되는지가 목동 전체 공사비 수준을 가늠할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이번 통과로 13단지는 2280가구가 3852가구로 늘어나는 계획을 확정 단계에 올렸습니다. 다만 인허가가 빨라지는 것과 조합원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목동 재건축은 층수와 가구 수보다 공사비 계약서와 이주 시기에서 앞으로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