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성수전략정비구역 3지구 재개발 조합이 지난 19일 총회를 열어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습니다. 조합원 959명 중 669명이 참여해 찬성 598표, 반대 61표, 기권·무효 10표. 투표자의 89%가 찬성한 압도적 가결입니다. 그런데 총회를 앞두고 조합 내부에서 나온 불만의 핵심은 "공사비가 비싸다"가 아니었습니다. "이 공사비가 나중에 얼마까지 오를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였습니다.
두 번 유찰된 자리에 붙은 가격
성수3지구는 11만4193㎡ 부지에 최고 72층, 10개 동, 2213가구를 짓는 사업입니다. 한강 조망 가구는 기존 계획 1135가구에서 1216가구로 늘었고, 길이 55m 인피니티풀 같은 특화 설계도 들어갔습니다. 예정 공사비는 1조8275억원, 3.3㎡당 약 1195만원입니다.
바로 옆 성수4지구가 3.3㎡당 1058만원이었으니 137만원, 약 13% 높은 가격입니다. 이 숫자가 나온 배경에는 두 차례 유찰이 있습니다. 경쟁입찰이 두 번 무산된 뒤 단독으로 들어온 제안이 그대로 총회에 올라간 구조입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조합이 쥘 카드가 많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신 삼성물산은 금융 조건을 두껍게 깔았습니다. 조합원 분담금은 계약금 0%, 중도금 0%, 입주 시 100% 납부. 이주비는 LTV 100%를 책임 조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주비 대출이 정비사업의 최대 병목이 된 국면에서 이건 실질적인 제안입니다. 찬성 598표는 여기에 반응한 숫자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표결에 오르지 않은 세 줄
문제는 계약서에 없는 항목들입니다. 총회 전 조합원들이 공개적으로 지적한 건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상한선(캡)이나 유예 기간이 없습니다. 둘째, 지질 여건이 예상과 다를 경우 공사비를 추가로 올릴 여지가 열려 있습니다. 72층 초고층에 한강변 연약지반 가능성까지 겹치는 현장에서 가볍게 볼 조항이 아닙니다. 셋째, 미분양 발생 시 시공사가 100% 대물변제로 떠안는 조항이 없습니다. 미분양 위험이 조합 쪽에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1195만원은 확정가가 아니라 출발가입니다. 최근 몇 년 정비사업에서 반복된 장면을 떠올리면 이 차이가 작지 않습니다. 착공 전 증액, 착공 후 재증액, 총회 재소집, 공사 중단, 조합장 해임과 시공사 교체까지 간 현장들의 공통점은 하나였습니다. 처음 계약서에 조정 공식이 적혀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아니라 조항을 보세요
정비사업 물건을 검토할 때 대부분 시공사 이름과 평당 공사비, 이 두 개를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분담금을 흔드는 건 그 아래 문장들입니다.
- 공사비 조정 기준: 어떤 지수를, 어느 시점 기준으로, 몇 %까지 반영하는지. 상한과 유예기간이 적혀 있는지. - 지질·지장물 리스크 부담 주체: "현장 여건 변동 시 협의"라는 문구는 사실상 조합 부담입니다. - 미분양 처리: 대물변제 비율과 인수 가격 산정 방식. - 이주비 조건: LTV 몇 %를, 누가, 무이자인지 유이자인지.
정부도 같은 지점을 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착공 지연의 주원인을 공사비 갈등으로 보고, 정비사업 전문 중재기구 신설과 시공사 선정 시 자재 물량·단가 세부내역 제출 강화를 예고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체결되는 계약서들은 아직 그 장치 없이 맺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표는 시공사를 골랐을 뿐입니다
성수3지구는 입지도 좋고 시공사도 좋습니다. 찬성 598표라는 판단 자체는 충분히 납득할 만합니다. 다만 그 표는 시공사를 선택한 것이지, 공사비를 확정한 것이 아닙니다.
조합원이든 입주권 매수자든 앞으로 3~5년 안에 다시 마주칠 숫자는 1195만원이 아니라 그 위에 얹힐 숫자입니다. 계약서의 조정 조항을 확인하지 않은 채 프리미엄을 계산하면, 나중에 분담금 고지서가 그 계산을 대신 고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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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1](https://www.news1.kr/amp/realestate/general/6296323) · [아주경제](https://www.ajunews.com/view/20260920110206447) · [뉴스핌](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911001011) · [뉴스토마토(국토부 대책)](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31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