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일정표에서 '이주'는 대개 인허가가 다 끝난 뒤에 나오는 칸이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순서를 바꾼 조합이 나왔습니다. 용산구 원효로4가 산호아파트(용산 르엘) 조합은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47층으로 올리는 정비계획 변경과 통합심의가 아직 진행 중인데도, 오는 12월 이주를 시작한다고 조합원들에게 알렸습니다. 같은 주 강남 개포주공 6·7단지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내년 2월 이주 일정을 내놨습니다. 두 단지 모두 이제 이주비를 얼마나,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일정의 관건입니다.
산호의 '투트랙', 무엇을 앞당기나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산호 조합은 이미 받아 둔 인가를 근거로 이주를 먼저 하고, 설계 변경은 그와 동시에 진행합니다. 일정은 이렇습니다.
- 11월: 이주관리센터 개설, 이주비 대출 접수 - 2026년 12월~2027년 5월: 이주(촉진 기간 4개월에 연장 기간 2개월) - 2027년 2월: 통합심의 완료 목표(8월에 용산구에 신청) - 2027년 6월부터 약 9개월: 지장물 이설·철거 - 2028년: 분양, 관리처분계획 변경 인가
1977년에 준공된 이 단지는 현재 정비계획으로는 554가구가 647가구(6개 동→7개 동)로 바뀝니다. 변경안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반영해 5개 동, 최고 47층입니다. 조합은 인허가를 마친 뒤 이주하는 방식과 비교해 사업 기간을 최소 1년 8개월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주비 대출 금융기관을 일찍 정해 금리가 오를 위험을 줄이겠다는 계산도 함께 밝혔습니다.
다만 이 방식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통합심의가 목표대로 내년 2월에 끝나야 합니다. 심의가 늦어지면 주민은 이미 나갔는데 철거와 착공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기간의 이주비 이자와 사업비는 결국 조합원이 부담합니다. 1년 8개월은 조합이 내놓은 추정치이고, 아직 확정된 일정은 아닙니다.
이주비 계산법, 바뀐 것과 그대로인 것
금융위원회는 8·13 대책에서 이주비 대출의 담보 기준을 바꿨습니다. 8월 31일부터는 '종전자산평가액'(지금 집의 감정가)과 '종후자산평가액'(새 집의 추정 가치) 가운데 큰 금액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비즈워치가 전한 금융위 예시에서는 강북의 한 단지 한도가 2억4000만 원에서 3억2000만 원으로 30% 넘게 늘었습니다.
반면 그대로인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규제지역 LTV 40%와 1인당 6억 원 상한입니다. 6억 원을 40%로 나누면 15억 원이니, 담보 평가액이 15억 원을 넘는 조합원은 기준이 바뀌어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6억 원으로 같습니다. 용산 한강변이나 개포처럼 자산 가치가 높은 단지일수록 이번 완화의 효과는 작습니다.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원칙적으로 기본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그대로입니다.
부족한 금액을 채울 방법으로 정부는 추가 이주비 보증을 내놨습니다. 시공사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조합원에게 다시 빌려주는 구조입니다. 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이 상품은 2027년 1월 도입 예정입니다. 산호처럼 12월에 이주를 시작하는 조합은 첫 달에 이 상품을 쓸 수 없어 따로 자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개포 6·7단지와 서울 전체 그림
개포주공 6·7단지는 10월 8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강남구가 15일 고시했습니다. 1960가구가 최고 35층, 21개 동, 2698가구로 바뀌며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습니다. 2027년 2월 이주, 같은 해 하반기 석면 제거와 철거, 2028년 착공, 2032년 하반기 입주가 목표입니다. 이주 시작이 2월이라 추가 이주비 보증 도입 시점과는 맞물리지만, 15억 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조합원이 많다면 6억 원 상한의 영향은 여기서도 큽니다.
서울시가 8·13 대책 이전인 올해 1월에 조사한 결과, 올해 이주 예정인 43개 구역 가운데 39곳(약 91%)이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획 물량은 약 3만1000가구입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 착공을 목표로 조기 착공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주비를 못 구하면 철거도 착공도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조합원이 지금 확인할 것
- 내 한도: 종전·종후 평가액 가운데 큰 금액에 40%를 곱해 보세요. 15억 원이 넘으면 6억 원에서 더 늘지 않습니다. - 주택 수: 다른 집이 한 채라도 있다면 처분 약정 같은 예외 조건이 적용되는지 금융기관에 먼저 확인하세요. - 추가 이주비의 조건: 시공사가 제시한 금리, 상환 시점, 보증 수수료가 누구 부담인지 총회 자료에서 확인하세요. - 이주와 인허가의 간격: 산호처럼 이주를 먼저 하는 단지라면 심의 일정이 미뤄질 때 늘어나는 이자를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 따져 봐야 합니다.
일정을 당기는 것 자체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만 당겨진 기간 동안의 자금은 조합원 각자의 대출 한도와 시공사 보증으로 메워야 합니다. 이주 안내문을 받으셨다면 날짜보다 내 한도부터 계산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