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에서 일산이 가장 늦습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일산신도시를 찾아 "일산은 다른 1기 신도시보다 선도지구 사업 추진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장관은 고양시에 "기준 용적률과 관련한 재검토가 진행 중인 만큼 합리적인 개선 방향을 조속히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2024년 11월 선도지구 발표 뒤 2년 가까이 지났지만 후곡·강촌·백송·정발마을 4곳은 아직 특별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진척을 가르는 숫자는 두 개입니다. 기준용적률 300%, 그리고 이를 넘는 부분에 매기는 공공기여율 41%입니다.
다른 신도시보다 낮은 300%
기준용적률은 지자체가 정한 '기본으로 허용하는 밀도'입니다. 일산은 아파트 기준 300%입니다. 분당은 326%, 평촌·산본은 330%, 중동은 350%여서 5개 신도시 가운데 일산이 가장 낮습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까닭은 공공기여 구조에 있습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일산은 기준용적률까지는 늘어난 용적률의 10%를 공공기여로 냅니다. 기준용적률을 넘는 부분에는 41%를 냅니다. 300%를 넘겨 짓는 순간 기부해야 하는 몫이 네 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그사이 다른 신도시는 앞서 나갔습니다.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분당 선도지구 7개 구역, 1만2055가구를 조건부로 의결했고 이후 지정 고시가 이어졌습니다. 평촌과 산본도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일산은 이 관문을 아직 넘지 못했습니다.
같은 일산, 엇갈린 계산서
올해 공람한 일산 선도지구 정비계획안을 보면 기준용적률의 영향이 드러납니다.
- 후곡마을 3·4·10·15단지(7구역): 2564가구를 4304가구로 짓는 계획으로, 용적률은 350%입니다. 300%를 넘는 50%포인트에 41%가 적용돼 공공기여금은 약 2645억 원입니다. 비례율은 102.6%이고, 전용 84㎡ 조합원이 같은 면적을 받으려면 약 2억8000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기준용적률이 350%로 오르면 공공기여금이 약 1000억 원 줄어듭니다. - 강촌1·2·백마1·2단지(16구역): 용적률을 300%로 맞춰 10% 구간만 적용받았습니다. 기존 가구가 모두 전용 84㎡ 이상 중대형이라 대지지분도 커서 비례율이 118%로 나왔습니다. - 백송마을 1·2·3·5단지(21구역): 300%를 적용해 2732가구를 3686가구로 짓는 계획입니다. 5월 공람을 마치고 경관·도시계획 심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대지지분이 큰 단지는 300% 안에서도 사업성이 나옵니다. 반면 소형 평형이 많은 단지는 용적률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면 41% 구간에 들어갑니다. 기준용적률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단지마다 분담금이 수천만 원씩 달라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바꾸는 방법은 두 가지, 시간은 다르다
7월 취임한 민경선 고양시장은 350% 상향을 공약했습니다. 고양시가 검토해 온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기준용적률 자체를 올리는 것입니다. 이 경우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을 다시 세우는 용역과 경기도의 변경 승인을 거쳐야 해 예산과 시간이 듭니다. 둘째는 기준용적률은 300%로 두고 정비용적률만 350%로 올리는 대안입니다. 절차는 빠르지만 41% 구간이 그대로 남는지가 관건입니다. 장관이 "조속히"를 강조한 것도 어느 길이든 결론이 늦어지면 단지들이 계획안을 다시 손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볼 것
첫째, 고양시 발표에서 '어느 숫자'가 바뀌는지 보십시오. 기준용적률이 오르는 것과 정비용적률만 오르는 것은 공공기여 계산이 다릅니다. 41% 구간이 어디서 시작되는지가 분담금을 정합니다.
둘째, 단지의 평형 구성과 대지지분을 확인하십시오. 같은 일산에서도 중대형 위주 단지는 300%로도 비례율 118%가 나왔습니다. 용적률 상향이 모든 단지에 같은 크기의 호재는 아닙니다.
셋째, 지정 시점을 냉정하게 잡으십시오. 선도지구 목표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지만 일산은 아직 조합 설립 전입니다. 구역 지정 뒤에도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가 남아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올해 일산서구와 일산동구 아파트값은 각각 1.3%, 1.6% 내렸습니다. 분양가 가정(3.3㎡당 3450만~3600만 원)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장관 방문은 속도를 내라는 신호이지 용적률 상향을 확정한 것이 아닙니다. 고양시가 내놓을 개선안의 숫자를 확인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