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월 30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집코노미 박람회 2026'에서는 시니어 주거가 별도 주제로 다뤄집니다. 국토연구원, 대학, 시니어 주거 전문 유튜버가 세미나에 나오고, 분양·임대 현장도 부스를 차렸습니다. 이런 자리가 생긴 배경에는 숫자 두 개가 있습니다. 삼일PwC 분석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은 전체 고령자의 2.7%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요양시설을 빼고 '살 집' 성격의 주거만 따지면 0.23%로 줄어듭니다. 노인 인구는 이미 20%를 넘었는데 요양원이 아닌 곳에서 노후를 보낼 집은 거의 없는 셈입니다.
양 끝만 있고 가운데가 비었습니다
삼일PwC 보고서는 지금 시장이 두 갈래로만 나뉘어 있다고 봤습니다. 한쪽은 저소득·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시설이고, 다른 한쪽은 자산가를 겨냥한 고급 레지던스입니다. 보고서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97%가 넘는 일반 중간층 시니어 수요를 흡수할 주거 시설이 부재"합니다.
최근 나온 상품들을 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한남동 '소요한남 by 파르나스'는 처음부터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번 박람회에 나온 경기 의왕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은 전체 1378가구 가운데 536가구가 노인복지주택입니다. 모집 당시 알려진 조건을 보면 보증금이 5억~7억원대, 월 생활비가 1인 기준 190만~25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수도권에 집 한 채를 가진 은퇴자라면 집을 팔거나 주택연금과 함께 계산해야 들어갈 수 있는 금액입니다. 공급을 고령자의 1%로만 늘려도 지금의 4.3배가 필요하고, 정부 목표인 3%까지 가려면 12.8배가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계산입니다.
규제는 이미 풀렸습니다
제도 쪽 준비는 어느 정도 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2024년 7월 실버타운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운영자가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사용권만 확보해도 설립할 수 있게 했습니다. 폐지됐던 분양형 실버타운은 인구감소지역부터 다시 허용했고, 고령자복지주택은 연 3000호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60세 이상이면 집이 있어도 입주할 수 있게 했고, 실버타운에 들어간 뒤에도 주택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쳤습니다.
그런데도 공급이 빨리 늘지 않는 이유로는 사업성이 꼽힙니다. 식당, 건강관리센터, 커뮤니티 시설은 짓는 데도 돈이 들지만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큽니다. 주택법, 노인복지법, 의료 관련 규정이 따로따로 적용되다 보니 주거와 돌봄을 묶은 복합 모델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주택 개조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서비스가 결합된 노인 주택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성택 공빠TV 대표는 분양과 장기임대를 섞은 혼합형 상품을 제안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중간층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를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계약 전에 확인할 네 가지
시니어 주거를 알아보는 실수요자나 부모님 거처를 찾는 자녀라면 광고 문구보다 아래 조건을 먼저 보시기 바랍니다.
- 보증금이 어떻게 보호되는지: 임대형은 퇴거할 때 보증금을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운영사가 부실해졌을 때 보증보험이나 담보가 있는지 계약서로 확인하세요. 분양형 실버타운이 한때 폐지된 것도 운영 부실과 분쟁 때문이었습니다. - 월 생활비가 얼마나 오를 수 있는지: 초기 할인이나 '몇 년간 보증금 동결' 같은 조건이 끝난 뒤 인상 기준이 무엇인지 봐야 합니다. 식비가 포함되는지, 식사를 몇 끼까지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지도 확인할 부분입니다. - 돌봄이 필요해졌을 때 어떻게 되는지: 노인복지주택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곳입니다. 요양이 필요해지면 퇴거해야 하는지, 연계된 시설이 있는지 알아두셔야 합니다. - 자금 계획: 살던 집을 팔지, 주택연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할지에 따라 세금과 현금 흐름이 달라집니다. 1주택 비과세 요건과 주택연금 조건을 함께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는 2040년이면 국민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수요는 이미 정해져 있고,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떤 가격대의 집이 먼저 지어지느냐입니다. 앞으로 신도시 택지에 나올 분양형 실버타운과 고령자복지주택 물량이 중간층의 가격 공백을 얼마나 줄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