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낡은 연립주택 한 동이 이달 아파트가 됩니다. 2026년 8월 25일 준공한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 서울시가 2022년 도입한 모아주택의 1호 준공 사업지입니다. 지하 2층·지상 10~15층 4개 동, 215가구. 원래 이 자리에 있던 한양연립은 99가구였습니다. 9월부터 입주가 순차적으로 시작됩니다.
숫자만 보면 성공한 실험입니다. 그런데 같은 주에 나온 다른 숫자가 있습니다. 2026년 7월 기준 서울의 모아주택(가로주택정비사업) 구역 112곳 가운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8곳, 7.1%입니다. 오늘 읽어야 할 것은 1호의 준공이 아니라, 1호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과 나머지 104곳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99가구가 215가구가 되기까지, 2년 6개월
모아주택은 신축과 노후 건물이 뒤섞여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 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묶어 정비하는 방식입니다. 조합설립 이후 정비구역 지정, 관리처분계획인가 같은 재개발의 긴 단계를 생략하고 통합심의로 압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의동 사업지는 그 효과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통합심의를 통과한 뒤 착공까지 8개월, 2024년 2월 착공에서 준공까지 약 2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일반 재개발이 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10년 안팎을 쓰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짧습니다.
설계도 바뀌었습니다. 이 땅은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7층 이하 제한을 받던 곳인데, 층수 규제가 완화되면서 당초 6개 동 211가구 계획이 4개 동 215가구로 조정됐습니다. 동 수를 줄이고 층을 올린 만큼 지상에 여유 공간이 생겼습니다. 저층 주거지 정비에서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가구 수보다 이 부분에서 먼저 옵니다. 주차장, 단지 내 보행로, 커뮤니티 공간처럼 기존 연립·빌라에는 거의 없던 것들입니다.
112곳 중 8곳 — 멈춘 지점은 대체로 같습니다
문제는 이 속도가 예외라는 점입니다. 112곳의 단계별 분포를 보면 조합설립인가 78곳(69.6%), 건축심의 16곳(14.3%), 사업시행계획인가 10곳(8.9%), 착공 8곳(7.1%)입니다. 사업의 대부분이 첫 관문인 조합설립에 몰려 있습니다.
더 눈여겨볼 것은 그 78곳이 거기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입니다. 조합설립 후 1년 이상 지난 곳이 52곳, 2년 이상이 30곳, 3년 이상이 16곳입니다. 조합만 만들어 놓고 3년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구역이 다섯 곳 중 한 곳꼴이라는 뜻입니다.
권대중 한성대 교수는 지분이 큰 단독·다가구주택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권리 배분을 둘러싼 주민 반대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저층 주거지는 아파트 단지와 달리 대지 지분과 건물 상태가 제각각입니다. 공사비 상승과 분담금 문제까지 겹치면 합의는 더 어려워집니다. 사업 구조를 단순화해도 이해관계 자체가 단순해지지는 않습니다.
서울시 목표는 2028년까지 1만4000가구, 2031년까지 누적 4만 가구 착공입니다. 2030년까지 6190억원을 투입하고 착공이 가능한 구역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자치구별로는 중랑구 1만 가구, 금천구 5700가구, 마포구 3800가구, 강서구 3600가구가 배정돼 있습니다. 현재 착공 8곳에서 출발하는 숫자입니다.
정비 속도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임대차입니다
이 이야기가 저층 주거지에 사는 실수요자와 직접 연결되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임대차 시장입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 기준으로 2026년 1~6월 서울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78.1%였습니다. 5년 평균 62.1%보다 16.0%포인트 높고, 전년 동기 74.1%보다도 4%포인트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52%였습니다. 빌라·연립의 전세는 이미 상당 부분 사라졌고, 그 자리를 월세가 채우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은 여기에 한 번 더 압력을 넣습니다. 착공에 들어가면 그 구역의 임차 가구는 일제히 이주해야 하고, 대체 수요는 인근 비아파트로 흡수됩니다. 반대로 사업이 몇 년씩 멈춰 있는 구역에서는 집주인이 보수를 미루고, 세입자는 노후한 상태 그대로 월세만 올려 재계약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착공한 8곳도, 멈춰 선 104곳도 각각의 방식으로 임차인의 주거비를 밀어 올립니다.
무엇을 봐야 할까요
실거주 목적으로 저층 주거지 매물을 보고 있다면, 확인할 순서는 분명합니다.
첫째, 모아타운·모아주택 지정 여부보다 현재 단계입니다. 조합설립인가에 머물러 있는지, 건축심의를 넘었는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는지에 따라 남은 기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통계가 보여주듯 조합설립은 통과 지점이 아니라 대기실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둘째, 조합설립 인가일입니다. 인가받은 지 2~3년이 지났는데 다음 단계가 없다면, 그 자체가 내부 합의가 어렵다는 신호입니다.
셋째, 구역 내 단독·다가구 비중입니다. 지분 격차가 클수록 권리 배분 협의가 길어집니다.
넷째, 임차인이라면 이주 시점입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는 이주 일정이 현실이 됩니다. 계약 만기와 겹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1호가 준공됐다는 사실은 이 방식이 작동한다는 증명입니다. 다만 증명된 것은 절차를 압축하면 빨라진다는 점이지, 합의가 쉬워진다는 점은 아닙니다. 4만 가구라는 목표를 읽을 때는 8이라는 숫자를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