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9월 1일 오후 서울역 인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에서 전국 정비사업 이해관계자를 상대로 정책설명회를 열었습니다. 8월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재개발·재건축 후속 조치를 현장에 설명하는 자리였고, 2차 설명회는 9월 3일 대전에서 이어집니다. 여기서 나온 숫자가 두 개입니다. 하나는 2030년까지 수도권 정비사업 23만4000호를 정상 착공시키겠다는 목표, 다른 하나는 올해 착공 예정인 46개 구역부터 월별로 관리하겠다는 실행 계획입니다. 매년 약 50곳을 들여다보는 방식입니다. 큰 숫자와 작은 숫자가 같이 나왔을 때, 시장이 봐야 하는 것은 대개 작은 쪽입니다.
목표가 '인가'에서 '착공'으로 옮겨갔습니다
지금까지 정비사업 행정의 결승선은 사실상 사업시행인가였습니다. 인가가 나면 통계에 잡히고, 정책 성과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 인가와 삽 뜨는 시점 사이에 몇 년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공사비 협상이 깨지고, 조합 집행부가 바뀌고, 관리처분계획 무효 소송이 걸리면 인가 이후에도 현장은 그대로입니다. 국토부 관계자가 "예전에는 사업 승인이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승인과 실제 착공이 함께 빨라지도록 추진한다"고 밝힌 배경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23만4000호는 새로 지정하는 구역이 아닙니다. 이미 절차를 밟고 있으면서 착공이 밀려 있는 사업장을 모은 숫자입니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13년이 걸리는 구조에서, 정부가 손댈 수 있는 구간은 사실상 '인가 이후~착공 이전'뿐입니다. 이번 대책의 성격은 신규 공급 확대가 아니라 적체 해소에 가깝습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이 구분은 중요합니다. 전체 물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나오는 시점이 앞당겨지는 것이고, 앞당겨지는 곳은 46곳부터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당근은 '2년 안에 삽을 뜨는가'에 걸려 있습니다
인센티브 설계를 보면 정부 의도가 더 선명합니다. 재개발 시행자가 현금청산자에게서 취득한 부동산의 취득세는, 대책 발표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취득일로부터 2년 내 착공하는 조건에서 2027년 취득분은 면제, 2028년 취득분은 75% 감면됩니다. 총사업비의 60%까지 높인 HUG PF 대출보증 특례는 2027년까지 연장됩니다. 이주비 대출은 LTV 40%를 적용하되, 종전 자산가치와 종후 자산가치 중 큰 쪽을 기준으로 삼도록 바뀝니다.
세 가지 모두 시한이 붙어 있습니다. 지원을 넓힌 게 아니라, 특정 창구에 몰아준 구조입니다. 조합원 관점에서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우리 사업장이 2027~2028년 안에 착공 궤도에 오를 수 있는가에 따라 실제 분담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관리처분인가를 눈앞에 둔 구역과, 아직 조합설립 단계인 구역의 체감 차이가 커집니다.
절차 규제도 함께 손봅니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은 75%에서 70%로 낮아져 재건축과 같아지고, 공공재개발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은 3분의 2에서 60%로 내려갑니다. 다만 사업시행인가 동의율 67%는 그대로입니다. 진입 문턱은 낮추되 계획 확정 단계의 요건은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시공사 선정 시 자재 물량과 단가 세부내역 제출을 의무화하고, 미제출 시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 국토부 내 전문 중재기구 신설도 추진됩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 세 가지
첫째, 시행 시점입니다. 이날 설명회에서 국토부는 공포 후 3개월인지 6개월인지 등 구체적 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동의율 완화와 중재기구는 모두 법 개정 사항입니다.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 실제 적용은 2027년 이후로 밀릴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확정된 제도로 계산하는 것은 이릅니다.
둘째, 46곳 명단입니다. 월별 관리 대상에 들어가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의 진행 속도가 갈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심 구역이 올해 착공 예정 물량에 포함되는지, 조합 총회 일정과 관리처분인가 목표 시점이 어디쯤인지 조합 공고와 각 지자체 정비사업 정보 시스템에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셋째, 입주권 가격에 이미 반영됐는지입니다. 이런 대책은 발표 직후 기대감이 먼저 붙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익은 착공이 당겨져 금융비용이 줄어들 때 확정됩니다. 공사비 협상이 끝나지 않은 구역, 현금청산자 비중이 높은 구역은 시한 안에 착공하지 못할 위험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프리미엄이 '대책 기대'로 오른 것인지 '착공 가시성'으로 오른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정부가 바꾼 것은 물량이 아니라 시계입니다. 23만4000호는 목표이고, 올해 실제로 관리되는 것은 46곳입니다. 내 사업장이 그 46곳 쪽인지, 아니면 13년 평균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