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뒤 이렇게 밝혔습니다. "재개발 용적률을 법적상한의 1.2배까지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국토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시장이 함께 제시한 숫자는 두 개였습니다. 2031년까지 서울에서 착공할 정비사업 물량 31만호, 그리고 그중 순증 8만7000호. 용적률을 1.2배로 풀면 여기에 4만3000호가 더해져 순증이 13만호가 된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같은 날 국토부는 "1.2배 완화와 관련해 검토 방향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기대와 확정 사이의 거리를, 숫자로 나눠서 보겠습니다.
31만호와 8만7000호는 같은 물량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이 두 숫자의 성격입니다. 31만호는 앞으로 착공될 아파트의 총량이고, 8만7000호는 그중 '늘어나는 집'입니다. 재개발·재건축은 있던 집을 헐고 다시 짓는 사업이라, 기존 주택이 멸실된 만큼은 공급이 아니라 대체에 가깝습니다. 31만호를 지어도 실제로 시장에 추가되는 재고는 8만7000호, 비율로 28%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정비사업을 주택공급 정책의 주력으로 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순증 비율을 끌어올리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 용적률입니다. 4만3000호가 더해지면 순증은 13만호, 착공 물량 대비 42%로 올라갑니다. 시장이 "용산공원이나 탄천 부지 논의보다 물량이 많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300%가 360%로 — 분담금은 얼마나 줄어드나
제3종일반주거지역의 법적상한용적률은 300%입니다. 1.2배를 적용하면 360%, 연면적으로는 20%를 더 확보하게 됩니다. 늘어난 면적을 일반분양으로 돌리면 조합의 수입이 늘고, 그만큼 조합원이 낼 돈은 줄어듭니다.
중앙대 연구진이 약 500가구 규모 재건축 단지를 놓고 계산한 결과, 조합원 평균 분담금은 4억9900만원에서 3억2200만원으로 1억7700만원(35.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봉구 방학신동아1단지 사례에서는 조합원 1인당 약 3800만원 감소로 추산됐습니다. 같은 정책인데 감소 폭이 크게 벌어지는 이유는 단지마다 대지지분, 현재 용적률, 일반분양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1.2배니까 분담금도 얼마쯤 줄겠지"라는 식의 어림셈이 위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직 비어 있는 칸: 임대주택 비율
이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용적률을 풀어주는 대신 늘어난 연면적 중 얼마를 임대주택으로 내놓을 것인가입니다. 서울시와 국토부 모두 "임대주택 비율 등 세부 조건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칸에 어떤 숫자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공공주택으로 기부해야 하거나, 공공이 사들이는 가격이 실제 건축비에 못 미치면 사업성 개선분은 상당 부분 상쇄됩니다. 정비업계에서 "단순히 용적률에 1.2를 곱해 공급량을 계산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여기에 고층화에 따른 구조·설비 공사비 증가, 교통·경관·기반시설 재검토 부담도 따라붙습니다.
절차도 남아 있습니다. 용적률 완화는 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를 거쳐야 합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일주일 뒤 다시 만나기로 했고, 별개로 당정은 500세대 이하 정비사업의 구역 지정 권한을 구청장에게 넘기는 입법을 9월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방침입니다. 서울시는 여기에 반대하고 있어, 정비사업 제도는 당분간 두 갈래 논의가 동시에 굴러가는 상태가 됩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들
첫째, 내 단지의 용도지역입니다. 법적상한은 3종일반주거 300%, 준주거는 그보다 높아 1.2배의 절대 효과가 다릅니다. 둘째, 현재 정비계획상 용적률이 이미 상한 가까이 잡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여유가 없는 단지일수록 체감 효과는 작습니다. 셋째, 임대 비율이 확정되기 전에 나오는 추정분담금 숫자는 어디까지나 가정치입니다. 조합이 제시하는 낙관적 시나리오와 보수적 시나리오를 함께 요구해 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가격입니다. 이번 논의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 한시 허용,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요청도 함께 올라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는데 기대만 먼저 반영되는 구간이 정비사업 매물에서 반복돼 온 패턴입니다. 확정 전 프리미엄은 되돌릴 수 있는 숫자라는 점을, 매수 판단의 전제로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