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8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온비드에서 압류재산 2254건, 감정가 기준 1조65억원어치를 공매에 부칩니다. 숫자만 보면 올여름 들어 가장 큰 회차입니다. 그런데 이 1조원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부동산 2182건 가운데 임야 등 토지가 1264건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하고, 아파트·주택 같은 주거용은 504건에 그칩니다. 수도권에 있는 물건은 195건, 전체의 9%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규모가 크다는 말과 살 만한 물건이 많다는 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물건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늘어난 쪽이 문제입니다
압류재산 공매는 세무서와 지방자치단체가 체납 세금을 걷기 위해 압류한 자산을 캠코가 대신 파는 절차입니다. 법원경매가 채권자의 돈 문제에서 출발한다면, 공매는 세금 체납에서 출발합니다. 출품 건수는 최근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6월 말 회차 1799건, 7월 초 2169건, 7월 중순 2084건, 그리고 이번 2254건입니다. 체납으로 묶인 자산이 계속 쌓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늘어난 물건의 성격입니다. 절반 이상이 임야를 포함한 토지입니다. 임야는 감정가가 낮아 진입 문턱이 낮아 보이지만, 도로가 닿지 않는 맹지이거나 산지관리법상 개발이 사실상 막혀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분묘기지권이 걸려 있으면 남의 묘를 옮기지도 못한 채 소유권만 갖게 됩니다. 여러 명이 나눠 가진 지분 물건이라면 공유물분할 소송을 거쳐야 현금화가 가능합니다. 가격이 싼 데에는 대체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등기부가 아니라 현장과 공부(公簿)에 적혀 있습니다.
감정가 70% 이하 896건, 반가운 숫자가 아닙니다
이번 회차에서 감정가의 70% 이하로 나온 물건은 약 896건, 전체의 40%에 가깝습니다. 압류재산 공매는 유찰될 때마다 최초 감정가의 10%씩 최저입찰가가 내려가고, 통상 50%까지 떨어집니다. 70% 이하라는 건 이미 세 번 이상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시장이 세 번 넘게 지나친 물건이라면, 내가 못 본 무언가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공매에서 특히 조심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매에는 법원경매의 인도명령 제도가 없습니다. 낙찰받고 잔금을 다 내도 점유자가 나가지 않으면 명도소송을 걸어야 하고, 여기에만 통상 여섯 달 이상과 소송비용이 듭니다. 낙찰가가 시세보다 1000만원 싸도 명도에 그만큼 쓰면 남는 게 없습니다. 둘째,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은 매수인이 떠안습니다. 공매공고 등기 이전에 전입신고와 점유를 갖춘 임차인이 배분요구 종기까지 배분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그 보증금은 낙찰자 몫이 됩니다. 배분요구 여부는 반드시 공매재산명세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실전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요
먼저 취하 가능성입니다. 압류재산 공매는 체납자가 세금을 내면 매각결정 전에도 취소될 수 있습니다. 현장 답사와 서류 검토에 들인 시간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으니, 한 물건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다음은 명세서입니다. 온비드의 공매재산명세서에는 임차인 현황, 배분요구 내역, 인수되는 권리가 정리돼 있습니다. 여기서 '매수인 인수' 문구가 보이면 그 금액을 입찰가에 더해 계산해야 합니다.
농지를 노린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하고, 발급이 안 되면 낙찰이 무효가 되면서 보증금을 잃을 수 있습니다. 임야는 산지 전용 가능 여부를, 도시 인근 토지는 용도지역과 접도 여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입찰은 온비드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으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진행되고, 개찰은 목요일입니다. 현장에 가지 않아도 응찰할 수 있다는 점이 공매의 장점이자, 확인 없이 클릭하게 만드는 함정이기도 합니다.
수도권 주거용 물건 195건을 노리는 실수요자라면 경쟁을 각오해야 합니다. 반대로 지방 토지 1264건 쪽은 경쟁이 적은 대신 검증할 항목이 훨씬 많습니다. 1조원이라는 숫자는 시장의 크기일 뿐, 내가 살 수 있는 물건의 크기가 아닙니다. 이번 회차에서 봐야 할 것은 총액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 조건에 맞는 물건이 몇 건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