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서 착공한 아파트 열 가구 중 여덟 가구가 재개발·재건축 물량이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가 10월 20일 서울시 부동산정책개발센터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입니다. 1~8월 서울 아파트 착공은 1만5654가구였고, 이 가운데 정비사업 물량이 1만2445가구로 79.5%를 차지했습니다. 공급 숫자가 늘었다는 소식은 반갑습니다. 다만 공급 대부분이 한 가지 경로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착공 숫자를 볼 때 무엇을 함께 봐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숫자로 본 올해 서울 착공
국토교통부 집계로 올해 1~8월 서울 주택 착공은 2만679가구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654가구보다 41.1%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아파트가 75.7%였고, 아파트 착공의 79.5%가 정비사업에서 나왔습니다. 정비사업 물량을 나눠 보면 일반 재개발·재건축이 약 1만 가구, 모아주택 같은 소규모 정비사업이 약 2000가구입니다.
보도에 나온 주요 착공 단지는 은평구 갈현1구역(4467가구), 동작구 흑석11구역(1515가구), 관악구 신림2구역(1430가구), 동대문구 제기4구역(909가구), 서초구 방배신동아(843가구)입니다. 대부분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된 곳입니다. 연내에는 용산구 한남3구역(5970가구)과 서초구 방배13구역(2228가구)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용 토지가 고갈돼 신규 공급의 3분의 2 정도가 재개발·재건축으로 이뤄진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전 서울시 주택부동산정책수석인 김준형 명지대 교수도 정비사업으로 분류되지 않은 착공 물량 역시 성격상 재개발과 비슷하다고 봤습니다. 서울 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정비사업 하나에 달려 있다는 데에는 시와 전문가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 중요한가: 공급 속도를 조합이 정합니다
공급이 정비사업에 쏠려 있으면 서울의 새 아파트 물량은 행정 목표보다 조합 사정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총회 의결, 시공사 계약, 이주와 철거, 분담금 확정 중 한 단계만 막혀도 착공 시점이 밀립니다.
최근 가장 큰 부담은 분담금입니다. 한국경제 보도(10월 12일)에 따르면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84㎡ 조합원이 같은 면적을 받으려면 내야 하는 추정 분담금은 4억3000만 원입니다. 1년 전 사전 조사 때는 1억8000만 원이었습니다. 압구정3구역은 5억4100만 원, 여의도 수정아파트는 7억 원으로 추정됐습니다. 모두 확정액이 아닌 추정치입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르면서 사업성이 좋다고 여겨지던 단지에서도 조합원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부담이 커질수록 총회에서 합의하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착공은 늦어집니다.
착공 숫자가 소수 대형 단지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도 기억해 두세요. 위에 소개한 다섯 단지를 단순 합산하면 9164가구입니다. 갈현1구역 하나만으로 올해 정비사업 착공분의 3분의 1이 넘습니다. 대형 구역 한두 곳이 계획대로 착공하느냐에 따라 다음 해 통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남3구역의 연내 착공 여부가 올해 숫자를 다시 바꿀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착공은 입주가 아닙니다. 대단지는 착공에서 입주까지 통상 3년 안팎이 걸립니다. 올해 착공 물량은 빨라야 2029년 전후 입주 물량으로 이어집니다. 당장 내년 전세·매매 수급을 판단할 근거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규제 논의의 방향입니다. 오 시장은 10월 15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한시적으로 3년만 해제해주면 조합 내 갈등 요소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며 정부에 완화를 요구했습니다.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도 함께 요구했습니다. 분담금이나 이주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조합원이 집을 팔고 나갈 길을 열어 사업 속도를 높이자는 구상입니다. 아직 서울시의 요구일 뿐 정부가 받아들인 정책은 아닙니다. 매수를 검토하신다면 현행 규정상 해당 구역에서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셋째, 사업 단계별로 위험이 다릅니다. 착공에 들어간 구역의 입주권은 인허가 불확실성이 대부분 해소된 대신 그만큼 가격에 반영돼 있습니다. 공사비 증액에 따른 추가 분담 가능성은 여전히 따져 보셔야 합니다. 반대로 추진위·조합설립 단계의 초기 구역은 착공까지 시간이 길고 분담금이 더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10월 19일 추진위원회·조합을 대상으로 설계비 등 용역비와 운영자금 39억2900만 원을 추가로 융자한다고 공고했습니다(신용 연 4.0%, 담보 연 2.5%, 11월 4~6일 신청). 초기 구역의 자금 숨통을 일부 틔워 주는 조치이지만, 사업성 자체를 바꾸는 규모는 아닙니다.
정리하며
1~8월 착공 증가는 신속통합기획 등으로 쌓아 온 정비사업 물량이 실제 공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서울 공급이 조합원의 지갑과 총회 결과에 그만큼 묶여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착공 통계를 보실 때는 총량과 함께 어떤 대형 구역이 들어 있는지, 분담금 논란이 큰 단지들이 일정대로 움직이는지를 같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