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월에 내놓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두고 국회 안에서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 이정은 수석전문위원은 조세분야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 인상과 공제 구조 변경이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져 세입자에게 세금 부담이 넘어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은 집주인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동결 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보고서는 9월 말에 작성됐고 10월 25일 언론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검토보고서는 국회 심의의 출발점이 되는 문서입니다. 집을 가진 분이든 전월세로 사는 분이든 올해 남은 국회 일정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부안, 무엇이 바뀌나
보도된 내용을 기준으로 정부안의 뼈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주택자 기본공제를 거주 여부로 나눔: 실거주 1주택자는 14억 원, 직접 살지 않는 1주택자는 12억 원입니다. - 세율 체계 일원화(2028년 이후): '2주택 이하/3주택 이상'으로 나뉘던 세율을 주택 가액 기준 하나로 합칩니다. 과세표준 6억~12억 원 구간은 1.0%에서 1.3%로, 94억 원 초과 구간은 2.7%에서 5.0%로 오릅니다. - 공정시장가액비율: 법정 하한이 60%에서 70%로 올라갑니다. 뉴시스는 최대 80%까지 상향한다고 정리했습니다. - 장특공제 → 장기거주공제(2029년부터): 보유기간 중심이던 공제가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뀝니다. 지금은 한도가 없는 공제액에 연 10억 원 한도가 생깁니다. 2028년에는 한시적으로 보유공제 50%와 한도 20억 원이 인정됩니다.
과표 6억~12억 원 구간 세율이 0.3%포인트 오르면 이 구간에 걸리는 6억 원분 세액은 단순 계산으로 600만 원에서 780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실제 고지액은 공시가격, 세부담 상한, 고령자·장기보유 공제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도 정부가 겨냥하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몇 채냐'보다 '얼마짜리냐', '보유했느냐'보다 '살았느냐'를 따지겠다는 것입니다.
검토보고서가 짚은 세 가지 위험
첫째, 임차인 전가 가능성입니다. 보고서는 다주택자의 보유세가 늘면 임대료 인상 형태로 세입자에게 부담이 옮겨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전월세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가 줄면 이들이 세놓던 집으로 직접 들어가 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수도권 전월세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시장 상황도 가볍지 않습니다. 한국부동산원 9월 통계에서 서울 주택 전셋값은 한 달 새 0.74%, 월셋값은 0.82% 올랐습니다.
둘째, 매물 잠김입니다. 장특공제가 거주 중심으로 바뀌고 한도가 생기면 양도세 부담이 커집니다. 그러면 집주인이 매도를 미루고, 한도가 다시 올라가기를 기다리며 버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2029년 이후 거래 위축과 매물 감소를 우려했습니다. 장특공제를 믿고 오래 보유해 온 납세자의 '기대이익과 신뢰'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셋째, 소득 없는 자산가의 현금흐름입니다. 종부세는 실현 소득이 아니라 자산 가격에 매기는 세금입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세율 인상이 겹치면 집값은 높지만 소득은 적은 은퇴 가구의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부부 공동명의로 비거주 주택을 가진 경우에는 기본공제가 현행 18억 원(각 9억 원)에서 12억 원(각 6억 원)으로 줄어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사례도 제시됐습니다.
다만 보고서가 반대만 한 것은 아닙니다. 가액 기준 세율 일원화는 실제 담세력에 맞춘 과세로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거주자 기본공제 상향도 소규모 자산 보유자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봤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지금 단계는 '확정'이 아니라 '심의 중'입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여당 안에서도 보완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 공제를 실거주자와 같은 14억 원으로 맞추는 방안과 장특공제 한도를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세법 개정안은 통상 연말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므로 11~12월 조세소위 논의가 분수령입니다.
독자 유형별로 점검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비거주 1주택자·공동명의 보유자: 공제 이원화가 원안대로 통과되는지가 가장 큰 변수입니다. 원안이 유지되면 실거주 전환, 명의 구조, 매도 시점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 장기 보유 후 매도를 고민하는 분: 2028년 한시 규정(보유공제 50%, 한도 20억 원)과 2029년 이후 조건을 비교해 보셔야 합니다. 국회에서 유예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 전월세 세입자: 세제가 바뀌어도 임대료는 금리·공급·입주 물량의 영향을 함께 받습니다. 다만 재계약 시점이 2027~2028년에 걸려 있다면 집주인의 보유세 변화가 협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실 만합니다.
세금은 정책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번 검토보고서는 그 '부작용 목록'을 국회가 공식 문서로 먼저 꺼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최종 법안이 이 목록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확인한 뒤에 판단하셔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