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월 3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의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과세 기준을 '몇 채를 가졌느냐'에서 '얼마짜리 집에 실제로 사느냐'로 옮기겠다는 것입니다. 개편안이 국회에 넘어간 뒤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100명에게 이 방향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데 반대한 사람은 83명, 찬성한 사람은 9명이었습니다. 다만 같은 설문에서 전문가들이 시장을 움직일 가장 큰 변수로 꼽은 것은 세금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간극을 살펴봅니다.
무엇을 물었고, 어떻게 답했나
설문은 9월 20~23일 학계·금융권·건설·시행업계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 세 부담 강화에는 '매우 반대'가 48명, '반대'가 35명이었고 '중립'은 8명에 그쳤습니다.
반대가 이렇게 많았던 이유는 개편안의 구조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분석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실거주 1주택이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오르고, 비거주 1주택은 12억원에 머뭅니다. 정부는 원래 비거주 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올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9월 1일 확정한 정부안에서 두 가지 모두 철회했습니다(아시아경제).
그런데도 비거주자의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납니다.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 체계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2027년에는 장기보유 공제율이 절반으로 줄고, 2028년 이후에는 이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로 바뀝니다. 같은 분석의 예시를 보면 60세·10년 보유 기준으로 시가 20억원 주택의 종부세는 실거주자라면 27만6000원에서 10만8000원으로 줄어듭니다. 비거주자라면 152만1000원으로 늘어납니다. 시가 40억원이면 비거주자의 종부세는 262만7000원에서 1114만2000원이 됩니다. 같은 집이라도 거주 여부에 따라 세금이 열 배 넘게 벌어지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이 본 진짜 변수는 대출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를 묻자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꼽은 사람이 35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기준금리와 유동성 변화가 31명, 임대차 공급 부족이 14명이었고 세 부담 강화는 11명에 그쳤습니다.
추가로 필요한 대책(복수 응답)에서도 '대출 규제 완화'가 76명으로 1위였습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52명으로 뒤를 이었고,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각 37명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전문가들은 세제 방향에 강하게 반대하면서도, 가격을 움직이는 힘은 세금보다 돈줄에 있다고 본 것입니다. 실제로 응답자의 88%는 서울 아파트값이 연말까지 1% 이상 오를 것으로, 99%는 서울 전셋값이 1%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금을 올리는 개편안이 발표된 뒤에도 가격 전망은 거의 한쪽으로 모여 있습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개편안은 9월 3일 국회에 제출돼 정기국회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안이 이미 한 차례 바뀐 만큼(9억원 축소 철회, 상한 200% 철회), 국회에서 세부 내용이 다시 조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매도나 전입 시점은 최종안을 확인한 뒤 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둘째, 재건축 단지를 보유하고 다른 곳에 사는 분이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오래 보유한 노후 단지를 세놓고 다른 곳에 전세나 월세로 사는 1주택자는 이번 개편에서 비거주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제 체계가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뀌면 오래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혜택을 받기 어려워집니다. 2027~2028년 두 단계에 걸친 전환 일정을 기준으로 전입 여부와 보유 전략을 미리 따져 보셔야 합니다.
셋째, 세금보다 대출 뉴스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전문가 응답이 가리키는 대로라면 연말 시장의 방향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금리가 정합니다. 경매 낙찰자나 정비사업 조합원에게 잔금대출·이주비 대출이 어떤 조건으로 풀리는지가 세율보다 먼저 체감되는 변수입니다.
세금은 보유 비용을 바꾸고, 대출은 살 수 있는 사람을 바꿉니다. 이번 설문에서 전문가 83명은 세제 방향에 반대했지만, 시장을 움직일 변수로는 대출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