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월 5일 X(옛 트위터)에 "부동산 투기 공화국 탈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86주째 오르는 가운데 나온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은 단기 원인으로 공급 부족을 들었고, 중장기 과제로는 "과도한 대출과 불공정한 세제"를 꼽았습니다. 새로운 대책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국회에 올라가 있는 세제개편안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는 분명하게 다시 확인해 줬습니다. 집을 오래 가지고 있는지보다 그 집에 살고 있는지를 세금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방향입니다.
대통령이 다시 밑줄 그은 '실거주'
이번 메시지의 뼈대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공급입니다. 대통령은 "얼마 전부터 인허가와 착공이 대폭 늘고 있다"고 했고, "초과 세수를 활용해 청년·중산층용 공공 장기임대를 조기에 대량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둘째는 가계대출 조정이고, 셋째는 "조세 정의에 부합하는 세제 개혁"입니다.
세금 부분은 앞서 나온 발언들과 맥이 같습니다. 대통령은 실거주가 아닌 집에는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습니다. 시장이 이번 메시지를 '새 규제 예고'로 받아들이기보다 '정부안을 물리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회로 간 숫자: 14억·12억·70%
정부가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에 넘긴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의 핵심 숫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본공제: 실거주 1주택은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오릅니다. 비거주 1주택은 현행 12억원이 유지됩니다. - 공정시장가액비율: 1주택자는 60%에서 70%로 오릅니다. 3주택 이상은 2027년 70%, 2028년부터 80%가 적용됩니다. - 세부담 상한: 현행 150%가 유지됩니다.
원래 8월 3일 발표안은 이보다 강했습니다. 비거주 1주택 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고 세부담 상한도 200%로 올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차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29일 만에 되돌렸습니다.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우병탁 전문위원의 모의계산에 따르면, 반포자이 84㎡를 거주하지 않고 보유한 경우 종부세가 원안 기준 3318만원에서 수정안 기준 2641만원으로 677만원 줄어듭니다.
물러선 대목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대통령이 이번에 "저항에 밀려 개혁을 관철하지 못한 것"을 과거의 실패 원인으로 든 만큼, 국회 심사에서 정부안이 다시 크게 완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1주택자가 모두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아닙니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개편안이 모두 적용되는 2028년 기준으로 1주택자의 81.6%는 세금이 줄고, 18.4%는 평균 532만원을 더 냅니다. 증세와 감세가 갈리는 기준선은 공시가격 약 22억8000만원입니다.
시장은 이미 아래로 움직였다
거래는 법안 통과를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서울신문이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10월 5일 기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계약된 서울 아파트 5473건 중 79%가 15억원 이하였습니다. 6억원 이하 비중은 25.1%로 이전 기간보다 8.1%포인트 커졌습니다. 반대로 25억원 초과 비중은 8.3%에서 5.8%로 줄었습니다. 대출 한도 규제에 '초고가·비거주 증세' 신호가 겹치면서 실수요가 중저가로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① 내 집이 '거주'인지 '비거주'인지부터 확인하세요. 같은 1주택이라도 공제액이 14억원과 12억원으로 갈립니다. 직장 때문에 전세를 살면서 보유 주택은 세를 주고 있다면 비거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② 재개발·경매 투자자는 '살지 않는 보유'가 기본값입니다. 재개발 구역의 노후 주택이나 경매로 낙찰받아 임대를 놓은 주택은 대부분 실거주가 아닙니다. 1주택이라도 우대 공제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수익률 계산에 넣어 두셔야 합니다.
③ 양도세 시계도 바뀝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2028년 이후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단계적으로 바뀌고, 공제 한도가 새로 생깁니다(2028년 20억원, 2029년 10억원). 반대로 다주택 양도세 중과는 2027년에 한시적으로 완화됐다가 2029년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일정입니다. 매도를 고민하는 다주택자라면 이 시간표가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④ 최종 숫자는 국회에서 정해집니다. 세법 개정안은 통상 12월 초 예산안과 함께 처리됩니다. 지금 숫자는 '정부안'이므로 확정 전에는 세무 상담을 다시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