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월 3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문장 하나로 요약됐습니다. "보유에서 거주로."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실제로 사는 사람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고, 살지 않는 사람은 9억원으로 내리겠다는 안이었습니다. 같은 1주택인데 공제액이 5억원 벌어지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발표 29일 만인 9월 1일, 정부는 비거주 쪽을 원래대로 되돌렸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9억원이 아니라 현행 12억원을 유지하고, 부부 공동명의는 1인당 4억원이 아니라 6억원으로 조정했습니다. 함께 추진하던 세부담 상한 150%→200% 인상안도 철회해 150%를 그대로 뒀습니다. 그리고 9월 18일 대통령 기자회견과 그 직후 이어진 정부 설명에서도 "실거주 우대라는 큰 틀은 유지한다"는 기조는 반복됐습니다. 물러선 것은 수치였고, 방향은 그대로였습니다.
5억이 2억으로 줄어든 자리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실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 14억원, 부부 공동명의라면 1인당 9억원씩 합산 18억원. 비거주 1주택자는 현행과 같은 12억원, 부부 공동명의는 1인당 6억원씩 12억원입니다. 거주와 비거주의 격차는 애초 구상했던 5억원에서 2억원으로 좁혀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거주자 입장에서 보면 바뀐 것이 없다는 점입니다. 부담이 늘어난 사람은 없고, 실거주자만 2억원을 더 받는 형태가 됐습니다. 전세를 놓고 다른 곳에 사는 1주택자, 직장 때문에 주소를 옮긴 사람, 상속으로 받은 집을 비워둔 사람 — 개편안 발표 직후 가장 크게 반발했던 층이 이번 수정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적용 시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종부세 과세표준과 공제액 개편은 2027년 1월 1일 납세의무 성립분부터입니다. 올해 12월에 받아보실 고지서는 현행 기준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본론은 종부세가 아니라 양도세입니다
공제액 2억원에 시선이 몰린 사이, 더 큰 변화가 정부안에 남아 있습니다.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입니다.
현행은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을 각각 연 4%씩 쌓아 최대 80%까지 공제받는 구조입니다. 정부안은 이를 단계적으로 바꿉니다. 2027년 양도분은 거주 연 4%·보유 연 4%로 현행과 비슷하되, 2028년 양도분부터는 거주 연 6%·보유 연 2%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공제한도 20억원이 생깁니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기간 항목이 사라지고 거주 연 8%만 남으며, 공제한도는 10억원으로 내려갑니다.
오래 들고만 있던 집의 세금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종부세 공제 2억원은 매년 수백만원 단위의 문제지만, 장기보유공제 축소는 매도 시점에 억 단위로 갈립니다. 여기에 과세표준 12억원 초과 구간에 주택 수와 무관하게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도 정부안에 함께 담겨 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첫째, 아직 확정이 아닙니다. 정부안은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됐고 심의가 남아 있습니다. 8월 3일 안이 29일 만에 뒤집힌 사례가 보여주듯, 세율·공제한도·시행시기·경과규정은 국회에서 다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확정된 법률 조문을 보기 전까지 매도·증여 일정을 확정하지 마십시오.
둘째, 자신이 어느 해에 걸리는지 세어보십시오. 2027년, 2028년, 2029년의 장기보유공제 계산식이 전부 다릅니다. 보유는 길지만 거주 기간이 짧은 물건일수록 양도 시점이 1년 늦춰질 때 세부담이 크게 달라집니다.
셋째, 거주 요건은 주소만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실거주 우대가 정책의 축이 될수록 확인 절차는 촘촘해집니다. 전입 기록 외에 실제 거주를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갖춰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넷째, 공급 쪽 일정과 함께 보십시오. 정부는 9월 말~10월 초 신규 공공택지 7만3000가구 공급안 발표를 예고했고, 10월 7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공급 속도와 대출 규제의 엇박자가 쟁점으로 오를 전망입니다. 보유세와 양도세가 매물을 내보내는 힘이라면, 공급 일정과 대출 한도는 그 매물을 받아줄 수요의 크기를 정합니다. 두 축은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번 수정은 후퇴이면서 동시에 신호입니다. 정부는 여론에 민감한 보유세 숫자에서는 물러섰지만, 거주 기간으로 혜택을 재편하는 설계도는 거두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몇 년, 세금이 묻는 질문은 "얼마나 오래 가졌는가"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로 옮겨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