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공사비 문제를 직접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10월 19일부터 11월 20일까지 두 차례에 나눠 정비사업 조합 16곳을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점검합니다. 앞서 9월 지방정부와 함께 시공사를 이미 뽑은 전국 정비사업장 568곳을 모두 조사했는데, 이 중 138곳이 법에 따라 받아야 하는 공사비 검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넷 중 한 곳꼴입니다. 이번 점검은 집값이 아니라 분담금과 직결되는 문제라 조합원과 입주권 매수 예정자 모두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공사비 검증은 언제 받아야 하나
도시정비법 제29조의2는 공사비가 일정 수준 넘게 오르면 조합이 한국부동산원 같은 정비사업 지원기구에 검증을 요청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조합원(토지등소유자)의 5분의 1 이상이 요청할 때 - 사업시행계획인가 전에 시공사를 뽑은 사업장에서 공사비가 당초 계약보다 10% 이상 오를 때 - 사업시행계획인가 후에 시공사를 뽑은 사업장에서 공사비가 5% 이상 오를 때
검증 결과에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조합과 시공사가 협상할 때 참고하는 자료일 뿐입니다. 그래도 증액 요구가 타당한지 외부 전문기관이 숫자로 따져 본다는 점에서 조합원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객관적 기준입니다. 이번 전수조사에서 138곳이 이 절차를 건너뛰었거나 마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16곳에서 무엇을 보나
점검 대상 16곳은 지방정부 신청과 전수조사 결과를 분석해 골랐습니다. 국토부는 개별 사업장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관별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내역이 적정한지, 왜 올랐는지, 산출 근거는 무엇인지 검토 - 지방정부: 법령과 조합 정관(규약)을 어겼는지 확인 - 외부 전문가: 조합 운영, 예산 집행, 용역 계약과 절차 점검
법령 위반이 나오면 시정명령이나 행정지도를 내립니다. 횡령·배임·사기 같은 중대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를 의뢰합니다. 점검 결과는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적발 유형은 전국 조합 임원 교육 자료로 씁니다. 점검 대상에서 빠진 나머지 122곳에도 검증을 스스로 받으라는 행정지도가 내려갑니다.
이번 점검은 국무조정실 부동산감독추진단이 14일 연 제21차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협의회에서 공유됐습니다. 정부는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사업을 늦추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합원과 입주권 매수자가 봐야 할 것
공사비 증액이 무서운 이유는 결국 분담금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에 실린 법무법인 화우 김성호 변호사의 칼럼은 계약서에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없음' 특약이 있어도 분담금이 늘어날 위험은 늘 남아 있다고 지적합니다. 협상이 깨지면 시공사가 현장에 유치권을 행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사업이 늦어지는 동안 금융비용이 쌓여 분담금이 더 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세 가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1. 누적 증액률: 최초 계약 대비 공사비가 몇 % 올랐는지, 우리 사업장이 10%와 5% 중 어느 기준에 해당하는지 보세요. 시공사를 뽑은 시점이 사업시행인가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기준이 다릅니다. 2. 검증 이력: 기준을 넘었는데도 검증 기록이 없다면 총회에서 요구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 5분의 1이 모이면 증액률과 상관없이 검증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3. 총회 의결: 예산을 넘어 조합원에게 부담을 지우는 계약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법원은 의결 없이 맺은 증액 합의를 무효로 봅니다. 증액이 어떤 절차로 정해졌는지 회의록을 확인하세요.
입주권을 살 계획이라면 매매가에 지금 분담금만 넣어 계산하지 마세요. 공사비 조정 조항, 검증을 받았는지 여부, 총회 의결 상태까지 확인하고, 분담금이 더 오를 가능성을 넉넉하게 반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만 이번 점검을 '공사비가 내려간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검증은 권고일 뿐이고, 자재비와 인건비가 오른 만큼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됩니다. 이번 점검의 의미는 오른 공사비가 제대로 된 절차와 근거를 거쳤는지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결과는 11월 20일 점검이 끝난 뒤 나옵니다. 내가 속한 조합이 기준을 넘었는데도 검증을 받지 않았다면, 결과를 기다리기 전에 먼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