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법정에서 감정가보다 비싸게 사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다만 지난주에는 그 '비싸게'가 어디에 몰렸는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지지옥션 집계 기준 7월 넷째주(20~24일) 수도권 아파트 경매에서 감정가 대비 120%를 넘겨 낙찰된 단지는 세 곳이었는데, 안양 만안구·남양주 다산동·군포 금정동으로 전부 규제지역이 아니었습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에 3중 규제가 걸린 뒤, 매매시장에서 익숙해진 '규제선 바로 바깥' 현상이 경매시장에서도 같은 모양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
가장 높았던 곳은 안양 만안구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로 감정가의 124.4%인 5억5119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응찰자는 18명이었습니다. 남양주 다산동 다산펜테리움리버테라스1이 122.9%(10억4000만원), 군포 금정동 율곡이 121.5%로 뒤를 이었습니다.
지역 평균도 방향이 갈렸습니다. 경기도 낙찰률은 57.8%로 한 주 만에 16.4%포인트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낙찰률은 32.1%로 16.7%포인트 내려갔고, 평균 응찰자는 4.6명으로 줄었습니다. 서울 낙찰가율은 97.4%로 여전히 경기(79.7%)·인천(79.5%)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지만, 실제로 사람이 붙어 낙찰까지 이어진 비율은 경기가 서울의 두 배 가까웠습니다. 수도권 전체로는 365건이 진행돼 45.8%가 낙찰됐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규제지역에서는 가격이 계속 오르는데 대출도 얼마 나오지 않다 보니, 그나마 저렴한 경매시장에서도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왜 대출이 응찰자 수를 가르나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의 차이는 체감상 '자기자금 몇 억'으로 나타납니다. 비규제지역은 LTV가 최대 70%까지 열려 있지만 규제지역은 40%로 떨어지고, 여기에 주택가격 구간별 주택담보대출 한도(15억 이하 6억, 15억~25억 4억, 25억 초과 2억)가 겹칩니다. 10억원짜리 집이라면 비규제지역에서는 자기자금 4억으로 접근이 가능한 반면, 규제지역에서는 6억이 필요해집니다.
경매에는 규제지역 매매에 없는 이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부동산거래신고법 제14조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를 토지거래계약 허가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의 물건을 낙찰받으면 구청 허가 절차도, 2년 실거주 의무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경매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통로로 보이는 구조적 이유입니다.
낙찰가율 120%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다만 '감정가의 124%'라는 숫자를 그대로 비싸게 샀다는 뜻으로 읽으면 오독이 됩니다. 경매 감정평가는 대개 경매개시 직후, 즉 입찰일보다 6개월에서 1년 이상 앞서 이뤄집니다. 그사이 시세가 올랐다면 감정가는 이미 낡은 가격입니다. 낙찰가율이 아니라 낙찰가와 현재 실거래가·호가의 격차를 봐야 실제로 싸게 산 것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세가 내리는 국면에서는 낙찰가율 90%도 비싼 매수일 수 있습니다.
응찰자 18명이라는 숫자도 함께 봐야 합니다. 경쟁이 몰리면 낙찰가는 시세에 수렴하고, 경매 특유의 할인폭은 사라집니다. 여기에 명도 비용과 기간, 체납관리비, 취득세를 더하면 일반 매매보다 불리해지는 구간이 생깁니다.
실수요자가 지금 점검할 것
첫째, 규제지역 지정 가능성입니다. 지금 비규제지역이라는 이유로 자금계획을 세웠다가 잔금 시점에 규제가 걸리면 대출 한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매는 낙찰 후 잔금까지 통상 한 달 남짓이지만, 그 사이 제도가 바뀐 전례가 있습니다. 대출 가능액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미리 확인하고, 적어도 한 단계 보수적으로 잡아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권리분석은 대출 조건과 별개의 문제입니다.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선 대항력 있는 임차인, 선순위 전세권, 유치권 신고 여부는 낙찰자가 떠안는 비용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감정가 대비 싸 보이는 물건일수록 이 항목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비교 대상은 감정가가 아니라 옆 매물입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와 현재 호가를 놓고, 낙찰 예정가에 부대비용을 더한 총액이 그보다 낮은지 계산해 보십시오. 그 계산에서 이기지 못하면, 경쟁률이 높다는 사실 자체는 매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풍선효과는 시장의 관심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려주지만, 그 흐름이 개별 물건의 가격을 정당화해 주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