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질문은 투기과열지구 안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풀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질의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물딱지가 돼 살 사람이 없어서 매각하고 싶어도 매각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2025년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가 된 지 1년 만에, 정부가 처음으로 제한을 풀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인 셈입니다. 다만 아직은 '검토' 단계입니다. 바뀐 규정은 하나도 없습니다.
무엇이 묶여 있나
근거는 도시정비법 제39조입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에 집을 산 사람은 원칙적으로 조합원이 될 수 없습니다. 조합원이 아니면 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입주권)가 없고 현금청산 대상이 됩니다. 사는 사람이 없으니 파는 사람도 팔 수 없게 됩니다.
예전에는 강남·서초·송파·용산 정도만 해당했습니다. 그런데 10·15 대책으로 서울 25개 구 전역과 과천·광명 등 경기 12곳이 투기과열지구에 들어가면서 묶인 사업장이 크게 늘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 1세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하고 그중 5년 이상 거주한 경우 - 근무·생업·질병 치료·취학·결혼으로 세대원 모두가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경우 - 상속, 해외 이주 -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뒤 3년 이상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그런데 국토부는 지난해 공동명의 주택에 대한 해석을 바꿨습니다. 공유자 전원이 예외 요건을 갖춰야 지위를 넘길 수 있습니다. 부부 공동명의라면 두 사람 모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나와 있는 안들
방향은 같아도 폭은 안마다 다릅니다.
- 황희 의원(국감 질의): 무주택자나 투기 목적이 없는 실수요자가 사는 경우에 한해 지위 승계를 허용하자는 제안입니다. - 김재섭 의원 개정안(3월 30일 발의): 재건축의 양도 제한 시점을 재개발처럼 관리처분인가 이후로 늦춥니다. 5년 이상 무주택자가 사는 경우는 제한하지 않습니다. - 김정재 의원 개정안(10월 20일 발의): 투기과열지구의 양도 제한을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 서울시 건의(6월): 양도 제한을 3년 한시 완화하고, 이주비 대출 LTV를 40%에서 70%로 올리자는 내용입니다.
장관의 답변도 열어 둔 수준입니다. 홍 장관은 무주택자 승계 허용 방안을 두고 "말씀하신 사항이 정확하게 일치하는지는 한번 확인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어느 안을 택할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왜 지금 이 얘기가 나왔나
황 의원은 정책끼리 서로 부딪힌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정부는 세제로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압박합니다. 그런데 정비구역 안의 집은 법 때문에 팔 수가 없습니다. 정비업계는 재산권 문제와 사업 지연을, 서울시는 공급 차질을 이유로 제한 완화를 요구해 왔습니다. 이주비 대출도 줄어든 상황이라, 팔지도 못하고 분담금은 마련해야 하는 조합원이 실제로 있습니다.
반대쪽 우려도 분명합니다. 묶였던 입주권 거래가 풀리면 정비구역 시세가 다시 자극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날 홍 장관은 연말 집값 안정을 전망했습니다. 거래를 풀면 그 전망과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 정부의 고민입니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거래 제한, 금융 부담, 사업성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도 제한만 풀어서는 공급이 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법을 바꿔야 하는 일입니다. 상임위 심사, 법사위, 본회의, 공포를 모두 거쳐야 합니다. 발의된 개정안 중에는 공포 후 6개월이 지나야 시행되는 안도 있습니다. 정부가 오늘 마음을 정해도 실제 시행은 빨라야 내년입니다.
둘째, 누구에게 얼마나 풀어 주는지가 핵심입니다. 무주택자에게만 열면 거래는 조금 늘고 시세 자극은 작습니다. 3년 동안 전면 미적용하면 거래가 크게 풀리는 대신 단기 투기를 막을 장치가 따로 필요합니다. 적용 지역과 기간,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포함할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셋째, 경과 규정을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시행 전에 맺은 매매계약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곧 풀린다"는 말만 믿고 지금 조합설립 이후 재건축이나 관리처분 이후 재개발 물건을 사면, 현행법으로는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파시려는 분은 현행 예외부터 따져 보세요. 10년 보유·5년 거주, 세대 전원 이전, 조합설립 후 3년 내 사업시행인가 미신청 같은 요건에 이미 해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있습니다. 공동명의라면 공유자 전원이 요건을 갖췄는지 조합과 관할 구청에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이번 발언으로 문이 열린 건 아닙니다. 정부가 문을 열 수도 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거래 판단은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대상과 경과 규정이 확정된 뒤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