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약 시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았는지가 경쟁률을 크게 갈랐습니다. 직방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단지를 분석했더니, 상한제 단지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0.8대 1, 미적용 단지는 3.7대 1이었습니다. 2.9배 차이입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에는 상한제 적용 예정 단지 7곳에서 일반분양 5205가구가 나옵니다. 연말 청약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이 숫자 뒤에 무엇이 있는지 먼저 보셔야 합니다.
전체 청약은 식었는데 상한제 단지만 버텼다
전체 시장은 올해 확실히 식었습니다. 같은 분석에서 전국 일반공급 물량은 8만5321가구로 지난해(6만3668가구)보다 34% 늘었습니다. 반면 1순위 접수는 47만5009건으로 26.6% 줄었습니다. 물량은 늘고 신청자는 줄면서 전국 평균 경쟁률은 10.2대 1에서 5.6대 1로 내려왔습니다.
상한제 단지도 이 흐름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평균 경쟁률이 지난해 24.5대 1에서 올해 10.8대 1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미적용 단지(4.2대 1→3.7대 1)와의 격차는 여전히 큽니다. 청약자가 줄어든 시장에서 남은 수요가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단지"에 몰렸다는 뜻입니다. 공사비 상승으로 신규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상한제 단지의 가격 경쟁력은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다만 평균만 보고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올해 최고 경쟁률인 서초구 아크로서초(일반공급 30가구에 3만2973건, 1099.1대 1)처럼 서울 상한제 단지 몇 곳이 평균을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서울은 전국 공급의 2.8%에 그쳤지만 1순위 접수의 31.9%(15만1473건)를 차지했습니다. 상한제 단지라고 해서 어디서나 10대 1이 나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11월 5205가구, 절반 이상이 경기 공공택지
이달 물량을 나눠 보면 성격이 분명해집니다. 가장 큰 단지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반포124(일반분양 1801가구)입니다. 나머지 3404가구는 경기·전북의 공공택지 물량입니다.
- 시흥거모 엘리프 시흥 더프라임 304가구(전용 84㎡), LH 시흥거모 A4블록 340가구(55·59㎡) - LH 의정부법조타운 S3블록 544가구(59·81㎡) - LH 화성 병점복합타운 주상복합 1블록 780가구(61~84㎡) - 부천대장 하우스토리 디센트 548가구(59·74·84㎡) - 고창 데시앙 888가구(84㎡ 711가구는 공공분양, 104·125㎡ 177가구는 민간분양)
LH가 사업에 참여한 공공분양 물량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올해 공공분양 평균 경쟁률은 19대 1로 민간분양(4.4대 1)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의정부법조타운과 병점복합타운은 세부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미뤄질 수 있으니, 공고가 실제로 나왔는지 확인하신 뒤 계획을 세우시는 게 좋습니다.
청약 전에 확인할 세 가지
첫째, '상한제'와 '시세 차익'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 상한을 정하는 제도입니다.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주변 시세가 높은 서울 강남권에서는 차익이 크지만, 시세가 낮은 지역에서는 분양가와 주변 기존 아파트 시세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입주자모집공고의 분양가를 인근 준신축 실거래가와 직접 비교해 보셔야 합니다.
둘째, 싼 분양가에는 대개 조건이 붙습니다. 상한제 단지는 전매제한이나 실거주 의무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간은 지역과 택지 유형, 분양가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잔금을 전세 보증금으로 치르려 하셨거나 몇 년 안에 팔 계획이 있으시면 계획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해당 단지 모집공고의 '전매제한'과 '거주의무' 항목은 꼭 직접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셋째, 공공분양은 자격 요건부터 따져야 합니다. LH 물량에는 소득·자산 기준과 무주택 요건이 붙습니다. 경쟁률이 높을수록 납입 횟수나 가점에서 당락이 갈립니다. 내 통장으로 어느 공급 유형에 넣을 수 있는지, 일반공급과 특별공급 가운데 어디가 유리한지 먼저 계산해 두시면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올해 청약 수요는 줄었지만 상한제 단지에는 여전히 줄이 섭니다. 다만 그 열기도 지난해의 절반이고, 평균에는 서울 몇 곳의 초고경쟁이 섞여 있습니다. 11월 물량을 보실 때는 경쟁률보다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차이, 그리고 그 대가로 받아들여야 하는 전매·거주 조건을 함께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