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서울에서 분양한 21개 단지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65.05대 1이었습니다. 부동산R114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 숫자만 보면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710.2대 1) 같은 강남 '로또 분양'이 평균을 끌어올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강남3구 가운데 올해 분양이 있었던 곳은 서초구 3개 단지뿐이었습니다. 나머지 10개 자치구 18개 단지의 평균 경쟁률도 36.7대 1이었습니다. 서울 밖 평균(2.6대 1)의 14배입니다. 청약 수요가 강남 밖 서울 신축으로도 몰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국 일반공급의 2.6%에 1순위 청약자 22.4%
쏠림 정도는 비중으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비강남 18개 단지의 일반공급 물량은 전국의 2.6%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1순위 청약자는 약 7만6000명으로 전국의 22.4%, 서울 전체의 54.5%였습니다. 같은 기간 경기도 1순위 경쟁률은 1.51대 1, 수도권은 6.28대 1, 전국은 4.23대 1이었습니다.
계약 성적도 좋았습니다. 성북구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은 올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1032가구를 일반분양했고, 정당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에서 약 96%가 팔렸습니다. 남은 물량도 무순위 계약으로 모두 소진됐습니다. 서대문구 '드파인 연희', 동작구 '써밋 더힐', 영등포구 '더샵 신길센트럴시티' 등도 일찌감치 완판됐습니다. 업계에서는 강남3구에 쏠렸던 관심이 도심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비강남 브랜드 신축으로 번졌다고 봅니다.
전국 흐름은 반대입니다. 분양평가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9월 전국 1순위 경쟁률(12개월 이동평균)은 5.15대 1로 6개월 연속 하락해 39개월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9월 조사 대상 22개 단지 중 13곳은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도 못 미쳤습니다. 8월 말 전국 미분양은 6만9134가구로 4개월 연속 늘었습니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가 서울 일부로 좁아지면서 청약 대기수요 자체가 줄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청약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참고로 R114 수치(1~9월 단순 집계)와 리얼하우스 수치(12개월 이동평균)는 계산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방향은 같습니다. 서울은 뜨겁고, 나머지는 식고 있습니다.
왜 서울 신축인가 — 줄어드는 새 아파트, 오르는 분양가
배경에는 공급 감소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로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준공은 2만1933가구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 줄었습니다. 앞으로 새 아파트가 귀해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분양을 '지금 아니면 못 잡는 기회'로 보는 수요가 늘었습니다.
분양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리얼하우스 분석에서 9월 서울 민간 아파트 전용 84㎡ 평균 분양가는 20억63만 원이었습니다. 1년 전 16억2849만 원보다 22.85% 올라 처음으로 20억 원을 넘었습니다. 8월(19억4433만 원)에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분양가가 이렇게 올라도 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수요자들이 주변 시세나 앞으로의 신축 희소성과 비교해 아직 비싸지 않다고 본다는 뜻입니다.
비강남 완판 단지 상당수가 재개발·재건축 일반분양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일반분양이 잘 팔리면 조합의 분양 수입이 늘어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줄어듭니다. 청약 성적이 정비사업장의 사업성과 바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경쟁률과 계약률을 따로 보셔야 합니다. 1순위 경쟁률이 높았던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도 정당계약만으로는 완판하지 못했고, 무순위 계약까지 거쳐 물량을 소진했습니다. 분양가가 20억 원대로 올라오면서 당첨되고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 수 있습니다. 청약 전에 모집공고에서 계약금 비율, 중도금 대출 여부, 잔금 시점을 먼저 확인하고 본인 자금 계획과 맞춰 보셔야 합니다.
둘째, 분양가와 인근 시세의 차이를 직접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10월 넷째 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0.09% 올라 90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서초구(-0.35%)는 12주, 송파구(-0.22%)는 8주 연속 하락했고, 강북 14개구는 0.22% 올랐습니다. 지역마다 시세 흐름이 다르니, 높은 경쟁률만 보고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보다 같은 생활권 준신축의 실거래가와 비교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셋째, 연말 대형 물량 일정입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반포124'는 일반분양 1801가구(특별공급 930가구, 일반공급 871가구)를 공급합니다. 11월 27일 입주자모집공고, 12월 7일 특별공급, 12월 8일 1순위 청약이 예정돼 있습니다. 11월에는 영등포구 '해링턴 플레이스 문래', 종로구 '경희궁 에피트', '서초 롯데캐슬 아트팰리스' 등도 나옵니다. 강남 대단지에 청약통장이 대거 몰리면, 비강남 단지 경쟁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가점이 애매한 실수요자라면 일정이 겹치는 단지를 미리 비교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 청약 열기는 지방 시장의 회복이 아니라 쏠림이 심해진 결과입니다. 경쟁률이 높다고 좋은 단지인 것은 아닙니다. 내 자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분양가인지, 그 가격이 주변 시세와 비교해 타당한지를 먼저 따져 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