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이 줄어든 9월, 서울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국토교통부가 10월 30일 공개한 9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미분양은 6만5941가구로 한 달 새 4.6% 줄었지만, 서울은 898가구에서 996가구로 10.9% 늘었습니다. 올해 1순위 평균 경쟁률이 63.1대 1(직방, 1월 1일~9월 18일 공고 기준)인 시장입니다. 22개 단지 모두 1순위 접수가 일반공급 물량을 넘겼습니다. 996가구는 전국의 1.5%로, 시장 전체를 흔들 규모는 아닙니다. 다만 서울에서도 높은 경쟁률이 계약 완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 줍니다.
한 달 증가보다 구성이 중요합니다
추이만 보면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닙니다. 서울 미분양은 5월 985가구, 6월 1013가구, 7월 994가구, 8월 898가구, 9월 996가구로 1000가구 안팎을 오르내렸습니다. 9월 수치는 8월에 줄어든 만큼이 7월 수준으로 돌아온 모양새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구성입니다. 996가구 중 683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비중이 68.6%에 이릅니다. 전국 평균 41.8%보다 훨씬 높습니다. 서울의 미분양 셋 중 둘은 다 지어 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 집이라는 뜻입니다.
9월 증가분 98가구 가운데 준공 후 물량은 9가구뿐이고, 나머지 89가구는 준공 전 물량입니다. 그런데 9월 서울의 공동주택 분양 승인은 14가구에 그쳤습니다. 9월 신규 분양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숫자입니다. 앞서 분양한 단지의 잔여 물량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어느 단지인지는 9월 자치구별 자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8월 말 서울시 현황에서는 강동구 262가구, 강서구 107가구, 구로구 96가구가 잡혀 있었습니다.
34대 1을 받고도 13번째 모집
통계의 단면은 무순위 시장에서 보입니다. 아주경제와 아시아투데이가 전한 사례는 이렇습니다.
- 청계 노르웨이숲(중구): 11차 모집에서 13가구에 446명이 몰려 34.3대 1을 기록했지만, 12차를 거쳐 10월 19일 13차 모집(전용 39㎡ 10가구)을 진행했습니다. - 신림스카이아파트(관악구): 잔여 4가구를 놓고 20차 무순위 청약을 했고, 57건이 접수됐습니다. 분양가는 2021년 최초 분양가 그대로입니다. - 충정로역자이르네(중구): 1순위 해당지역 44.5대 1을 기록한 뒤, 전용 84㎡ 35가구가 무순위로 나와 11.97대 1을 기록했습니다.
물량이 줄어드는 곳도 있습니다. 더 리치먼드 미아(강북구)는 98가구에서 31가구, 16가구로 줄었고, 해링턴플레이스 노원 센트럴(노원구)은 최대 58가구에서 13가구까지 내려왔습니다. 경쟁률은 신청 건수일 뿐 계약 건수가 아닙니다. 다만 이들 단지가 곧 통계상 증가분 98가구라는 뜻은 아닙니다. 재공급 물량에는 계약 포기 외에 부적격 당첨이나 해약 물량도 섞여 있습니다.
갈리는 지점은 현금입니다
걸림돌로 지목되는 것은 분양가와 대출 규제입니다.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8월 말 기준 3.3㎡당 6287만 원으로 1년 새 약 34% 올랐고, 서울 전역의 LTV는 40%로 묶여 있습니다.
충정로역자이르네 전용 84㎡는 22억8700만 원부터입니다. 올해 보도된 15억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의 대출 한도 4억 원을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18억 원대 후반의 자기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인근 서울역센트럴자이 전용 84㎡는 8월에 22억90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라면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그만큼 줄어듭니다.
금액이 작아도 시점이 문제입니다. 청계 노르웨이숲은 계약금 10%와 중도금 1~3회차 30%를 계약일부터 30일 안에 내야 합니다. 최고가 기준 약 3억445만 원입니다. 중도금 대출이 늦거나 한도가 적으면 그만큼 직접 메워야 합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총분양가 부담이 늘면서 실수요자는 소형으로, 자산가는 희소성 높은 대형으로 갈리는 양극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 재공급 이력: 첫 경쟁률보다 몇 차 모집인지, 잔여 가구가 어떤 속도로 줄었는지를 보십시오. - 주변 실거래가: 분양가를 면적과 연식이 비슷한 단지의 실거래가와 비교하십시오. 호가가 아닌 거래가 기준입니다. - 30일 자금표: 계약금과 초기 중도금을 현금으로 낼 수 있는지, 대출 실행 시점과 잔금 시 한도는 얼마인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 남은 물건: 차수가 쌓인 단지는 선호도가 낮은 동·호수가 남았을 수 있습니다. 이미 준공된 물량은 잔금 시점도 훨씬 빠릅니다.
이달 서울 분양도 같은 눈으로 봐야 합니다. 디에이치 신반포에스테라(일반분양 28가구), 경희궁 에피트(135가구), 중화역 라온프라이빗 센트로(아파트 113가구) 등 300가구 미만 단지가 이어지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재건축·재정비촉진구역 물량입니다. 공급이 적으면 경쟁률은 높게 나오기 쉽습니다. 숫자가 커 보여도 계약까지 갈 수 있는 값인지는 따로 따져야 합니다. 서울의 996가구가 보여 주는 것은 침체가 아니라, 입지보다 가격과 자금 계획이 계약을 가르는 시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