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서울 청약에서 가장 큰 단지는 디에이치 반포124입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한 총 5007가구 단지로, 이 가운데 1801가구가 일반분양됩니다. 직방 집계를 보면 서울의 11월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2457가구이고, 이 단지 하나가 그중 73.3%를 차지합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다만 숫자를 하나씩 따져 보면 청약통장보다 현금을 먼저 준비해야 하는 청약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1801가구, 일정과 구성부터
재경일보 보도에 따르면 입주자모집공고는 11월 27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12월 7일 특별공급, 8일 1순위 청약 순서로 진행됩니다. 일반분양 1801가구는 특별공급 930가구와 일반공급 871가구로 나뉩니다. 일부 매체는 일반분양을 1832가구, 그중 전용 84㎡를 1358가구로 보도해 수치가 조금씩 다릅니다. 최종 물량과 주택형별 배정은 모집공고에서 확정되니 공고 원문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직방이 올해 1~9월 모집공고 단지를 분석한 결과,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10.8대 1로 미적용 단지(3.7대 1)의 약 2.9배였습니다. 지난해 11월 바로 옆에서 분양한 래미안 트리니원은 1순위 230가구 모집에 5만4631건이 몰려 평균 237.53대 1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84㎡ 분양가는 약 27억 원이었는데, 올해 8월 같은 평형 입주권이 57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이번 단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런 가격 차이에 있습니다.
30억 원대 분양가, 대출은 2억 원
분양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3.3㎡당 9000만~1억 원 수준을 예상합니다. 비즈워치가 이 범위로 계산해 보니 전용 59㎡는 22억5000만~25억 원, 84㎡는 30억6000만~34억 원이었습니다. 정부가 9월에 정한 기본형 건축비도 1년 전보다 7.1% 올라, 상한제 단지 분양가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 조달입니다. 보도된 기준으로 25억 원을 넘는 주택은 잔금 시점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 원입니다. 84㎡를 30억 원에 분양받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계약금 20%인 6억 원은 계약 직후 현금으로 내야 합니다. 대출 2억 원을 빼면 나머지 약 22억 원도 직접 마련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 단지는 후분양이라 입주 예정 시점(2027년 말)까지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국민일보는 자금을 마련할 기간이 짧아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 시장을 "사실상 자산가들의 시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청약 수요 전망에도 반영돼 있습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규제가 없었다면 청약통장 15만 개가 들어왔겠지만, 지금 조건에서는 7만~8만 개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대출 규제로 청약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절반가량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내 가점이 기준선 안에 드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최저 당첨가점은 84㎡ 기준 69점 안팎으로 예상되고, 59㎡와 중대형은 더 높을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69점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모두 만점에 가깝고 부양가족도 3명 이상이어야 나오는 점수입니다. 가점이 이에 못 미친다면 특별공급 자격이 있는지 먼저 따져 보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둘째, 모집공고에서 숫자 세 가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주택형별 확정 분양가, 계약금과 중도금 비율·납부 시점, 그리고 실거주 의무나 전매제한 같은 조건입니다. 같은 30억 원이라도 계약금을 10%만 받는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지에 따라 필요한 현금이 수억 원씩 달라집니다.
셋째, 반포 밖 물량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11월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4만4358가구로, 지난해 11월 실제 분양 물량보다 58% 많습니다. 이달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는 반포를 포함해 7곳, 5205가구입니다. 시흥거모·의정부법조타운·부천대장 등 수도권 공공택지 물량이 함께 나옵니다. 반포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실수요자라면 이 단지들로 자금 계획을 다시 세워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1801가구라는 물량은 많아 보이지만, 수십억 원을 현금으로 낼 수 있는 사람만 끝까지 갈 수 있는 청약입니다. 시세 차익만 보고 통장을 쓰시기보다 계약금부터 잔금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