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에서 같은 평형으로 옮겨 가는 데 10억원이 든다는 추산이 나왔습니다. 10월 7일 한국경제TV 보도에 따르면 서초구의 한 재건축 단지는 같은 면적을 받는 조합원의 분담금이 10억원 안팎으로 추산됐습니다. 노원구에서는 전용 59㎡ 소유자가 84㎡를 받으려면 5억원대를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헌 집을 내면 새 집을 받던 시절의 셈법이 강남 한복판에서도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10억원은 어디서 나오나 — 비례율
분담금은 조합원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을 뺀 금액입니다. 권리가액은 내 집의 종전자산 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해 구합니다. 비례율은 일반분양 등 총수입에서 총사업비를 뺀 값을 종전자산 총액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공사비가 올라 사업비가 불어나면 비례율이 내려가고, 내 집이 인정받는 값도 함께 줄어듭니다.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9월 9일)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의 추정 비례율은 2년 전 75.33%에서 55.16%로 20.17%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최대 추정분담금(펜트하우스 150㎡ 선택 기준)도 53억1400만원에서 61억7500만원으로 8억6100만원 늘었습니다.
가상의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종전자산 평가액이 20억원인 집은 비례율 75%일 때 권리가액이 15억원이고, 55%일 때는 11억원입니다. 분양가가 그대로여도 분담금이 4억원 늘어납니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는 부담이 더 커집니다. 일반분양가를 올려 수입을 늘릴 길이 막혀 있어, 늘어난 사업비가 대부분 조합원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43%와 외곽 — 사업성 지도가 갈렸다
같은 보도에서 정비사업 분석업체 새집고고는 서울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을 등급으로 나눴습니다. 사업성이 좋은 S·A 등급 단지의 비중은 강남구 43%, 서초구 32.6%, 양천구 25.9% 순으로 높았습니다. 사업성이 낮은 C·D 등급은 강북구·중랑구·금천구 등 외곽에 몰렸습니다. 다만 등급은 민간 업체가 자체 기준으로 매긴 것이어서 참고 지표로만 보셔야 합니다.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공사비와 분양가의 차이입니다. 공사비는 어느 동네나 비슷하게 오르지만, 일반분양으로 받을 수 있는 값은 지역마다 크게 다릅니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측도 원자재·인건비·금융비용이 함께 오른 상황에서 분양가를 높게 받기 어려운 강북권은 분담금이 사업 지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10월 4일 헤럴드머니페스타에서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분담금이 낮아야 6억원, 보통 8억원 수준이고 10억원을 넘는 조합도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완공 뒤 시세가 분담금을 받쳐 주지 못하는 지역은 사업이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했습니다. 강남의 10억원은 무겁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숫자이고, 외곽의 5억원은 사업 자체를 흔드는 숫자일 수 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 추정분담금은 확정된 금액이 아닙니다. 분담금은 관리처분 단계에서 정해지고, 그 뒤에도 공사비 증액 협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합 안내문의 금액이 어느 시점의 공사비와 분양가를 전제로 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대지지분이 사업성의 바탕입니다. 김 소장은 전용 84㎡ 기준 평균 대지지분을 12.5평으로 보고, 12평에 못 미치면 사실상 1대 1 재건축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으면 공사비 인상분을 조합원이 그대로 떠안습니다. - 용적률 완화에는 대가가 붙습니다. 국회가 민간 재건축 용적률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상향 폭과 적용 범위는 아직 협의 단계입니다. 늘어난 용적률에는 기부채납이 따르므로, 법이 통과돼도 실제 늘어나는 분양 면적을 따져 봐야 합니다. - 입주권은 총액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매매가에 분담금과 사업 기간의 금융비용을 더한 값을 인근 신축 시세와 견줘 보시기 바랍니다. 경매로 재건축 물건을 보신다면 조합원 지위 승계 여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 이후 양도가 제한되고, 금융기관 채무 불이행에 따른 경·공매 등 예외 요건은 사건마다 다릅니다.
재건축은 이제 낡았으니 오른다는 기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비례율과 대지지분, 그리고 분담금을 낼 수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관심 단지가 있다면 조합이 공개한 추정 비례율이 2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한국경제TV(10월 7일)](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610070081) · [헤럴드경제(10월 4일)](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92946) · [파이낸셜뉴스(9월 9일)](https://www.fnnews.com/news/202609091817107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