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새로 짓는 일과 지금 사는 집을 고치는 일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8월 11일과 13일 사이 공개된 국내 가구·인테리어 상위 두 회사의 2분기 성적표는 그 어긋남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매출은 나란히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나란히 늘었습니다. 그리고 이익을 끌어올린 항목은 대부분 '새집'이 아니라 '고친 집'에서 나왔습니다.
매출은 줄었는데, 이익은 5배가 됐다
한샘의 2분기 매출은 417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 줄었습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113억원으로, 전년 동기 22억원에서 다섯 배 넘게 뛰었습니다. 증가율로는 400%입니다. 13분기 연속 흑자이기도 합니다.
이익을 만든 곳이 중요합니다. 리모델링을 담당하는 리하우스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고, 그중에서도 키친바흐·유로 키친 같은 고가 주방 가구가 40% 증가했습니다. 2월에 내놓은 욕실 패키지 '이지바스5'는 6월 매출이 80% 올랐습니다. 온라인 채널인 한샘몰의 상반기 매출도 20% 늘었습니다.
현대리바트는 매출 3731억원으로 9% 줄었지만 영업이익 56억원으로 9.4% 늘렸습니다. 다만 구조는 다릅니다. 가구사업 매출이 2031억원으로 17.7% 줄었고, B2C가 11%, 건설사에 납품하는 B2B가 15.2% 감소했습니다. 이익 개선의 상당 부분은 판매관리비를 580억원으로 15.1% 줄인 결과입니다. 한쪽은 수요를 잡아 이익을 냈고, 다른 한쪽은 비용을 줄여 이익을 지켰습니다.
왜 지금 '고쳐 쓰기'인가
배경에는 공급 지표가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누적 착공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고, 올해 입주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거론됩니다. 분양은 살아나는데 준공은 따라오지 못하는 상태가 몇 년째 누적된 결과입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가구가 줄면, 이사와 함께 발생하던 가구·인테리어 일괄 수요도 함께 줄어듭니다. 건설사 납품 물량이 감소한 현대리바트의 B2B 숫자가 그 자리를 보여줍니다. 대신 늘어나는 것은 기존 주택 수요입니다. 노후 건축물 비율은 2022년 기준 41.0%까지 올라왔습니다. 열 채 중 네 채가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는 뜻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개수·유지보수를 포함한 국내 리모델링 시장이 2025년 37조원에서 2030년 44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봤습니다.
정비사업이 답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여기에 겹칩니다. 재건축·재개발은 착공까지 통상 10년 안팎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를 견디는 방법이 '고쳐 사는 것'입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부분공사가 팔린다는 신호입니다. 두 회사 모두 전체 올수리보다 주방·욕실 중심의 부분공사 마케팅을 강화했고, 실제로 주방·욕실 품목에서 두 자릿수 증가가 나왔습니다. 소비자가 지갑을 완전히 닫은 것이 아니라, 예산을 쪼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견적을 받을 때도 '전체 견적 한 장'보다 공정별로 나눠 비교하는 편이 협상에 유리합니다.
둘째, 노후주택 매입 시 수리비를 가격에 포함해 계산해야 합니다. 경매나 급매로 구축을 잡을 때 낙찰가만 보고 판단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주방·욕실만 손봐도 수백만 원대에서 시작하고, 배관·전기·창호까지 가면 단위가 달라집니다. 특히 프리미엄 주방 수요가 40% 늘었다는 것은 자재 단가가 오르는 구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낙찰 전에 인근 시공 견적 두세 곳을 먼저 받아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가구·인테리어 실적은 주택 거래의 후행 지표입니다. 거래가 살아난 뒤 한두 분기 뒤에 인테리어 매출이 따라 움직입니다. 이번 분기 리하우스 부문의 13% 증가는 앞선 분기의 기존 주택 거래 회복이 뒤늦게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거래가 다시 식으면 그 여파는 연말께 이 업종 숫자에 나타납니다. 시장 온도를 확인하는 보조 지표로 분기 실적을 챙겨볼 만합니다.
새집이 귀해지는 시기에는 헌 집의 가치 판단 기준도 달라집니다. 지금까지는 '언제 재건축되느냐'가 구축의 가격을 결정했다면, 앞으로 몇 년간은 '얼마를 들여 얼마나 살 만해지느냐'가 함께 값을 매길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두 회사의 실적은 그 전환이 이미 시작됐다는 조용한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