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기사를 보면 서울은 뜨겁습니다. 7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7.4%였고, 노원 상계주공 117.5%, 강동 삼성아파트 116.8%, 송파 우성아파트 116.0%처럼 감정가를 훌쩍 넘긴 낙찰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서울에서 경매로 소유권이 넘어간 집의 지도를 펼쳐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올해 상반기 서울의 강제경매 소유권이전등기는 3308건. 이 중 1102건이 강서구 한 곳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기간 용산구는 4건이었습니다.
3308건 중 2203건, 다섯 개 구의 몫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서울의 강제경매 소유권이전등기는 330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5% 늘었습니다. 월별로는 1월 441건, 2월 645건, 3월 507건, 4월 627건, 5월 499건, 6월 589건으로 특정 달에 몰린 것이 아니라 상반기 내내 꾸준했습니다.
문제는 분포입니다. 강서구 1102건(33.3%), 금천구 331건, 구로구 306건, 양천구 279건, 관악구 185건. 서남권 다섯 개 구를 합치면 2203건으로 서울 전체의 66.6%입니다. 강서구는 1년 전보다 472건이 늘어 증가분에서도 압도적이었습니다. 반대편에는 용산구 4건, 종로구 13건, 노원구 19건이 있습니다. 일부 구는 오히려 전년보다 줄었습니다.
임의경매도 방향이 같습니다. 5월 한 달 서울의 임의경매 매각 소유권이전등기는 308건으로 전년 동월(246건)보다 25.2% 늘었는데, 구로 72건·강서 40건·금천 23건 세 곳이 135건, 전체의 43.8%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달 강남구는 2건이었습니다.
두 통계가 가리키는 곳이 다릅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지점을 짚어야 합니다.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판결문 같은 집행권원을 들고 신청하는 경매입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보증금반환 판결을 받아 신청하는 경우가 여기 들어갑니다. 임의경매는 근저당권자, 즉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실행하는 절차로 이자 연체가 방아쇠입니다.
서남권에서 강제경매 쪽이 더 크게 튄 것은, 이 지역에 빌라·다세대와 소형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전세보증금을 둘러싼 분쟁이 누적됐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강서구 화곡동 일대는 수년간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집중된 곳입니다.
또 하나. 소유권이전등기는 경매의 시작이 아니라 끝입니다. 낙찰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야 찍히는 등기이므로, 올해 상반기 숫자는 대체로 1~2년 전에 개시된 사건들이 이제야 결말에 도착한 결과입니다. 지금 시장이 나빠졌다는 증거로 곧장 읽기보다는, 과거에 쌓인 부실이 얼마나 처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후행 지표로 다루는 편이 정확합니다.
낙찰가율 97%가 감추는 것
그래서 "서울 낙찰가율 97%"와 "서울 경매 넘어간 집 42% 증가"는 모순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서울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낙찰가율은 응찰자가 붙은 물건에서만 계산되고, 그 대부분은 아파트입니다. 반면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의 상당수는 여러 차례 유찰을 겪는 빌라·다세대입니다. 실제로 같은 주 인천 낙찰가율은 79.5%, 경기는 79.7%였고, 의정부에서는 법인 소유 아파트 수십 채가 감정가의 50~60%에 낙찰됐습니다. 평균 하나로 시장을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입찰자와 세입자가 각각 봐야 할 것
입찰을 준비한다면, 서남권 물건에서는 등기부의 근저당보다 임차인 권리 확인이 먼저입니다. 강제경매 비중이 높다는 것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걸려 있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전입일자와 확정일자, 배당요구 종기일 내 배당요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으면 보증금은 낙찰자가 떠안습니다. 감정가 대비 싸 보이는 물건일수록 이 위험이 값에 이미 반영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를 살고 있다면, 등기부에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들어왔는지가 분기점입니다. 이 등기 이후에 전입한 임차인은 대항력을 갖지 못합니다. 계약 전 등기부 열람은 물론, 거주 중에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지역 통계는 확률이지 판정이 아닙니다. 강서구 물건이라고 다 위험하지 않고, 용산 물건이라고 안전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동네에서 어떤 유형의 경매가 많이 나오는지를 알면, 그 물건의 권리관계에서 무엇을 먼저 뒤져야 할지 순서가 잡힙니다. 경매에서 손실은 대개 가격을 잘못 써서가 아니라, 확인하지 않은 권리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