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고팔 때 '어디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냐'는 시장·도지사가 정합니다. 그런데 이 권한을, 그리고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푸는 권한까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넘기는 법안 세 건이 국회에 올라와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올라온 반대 청원은 7월 3일 기준 3만1,089명이 동의했습니다. 7월 17일까지 5만 명을 넘기면 소관 상임위 심사 대상이 됩니다. 규제의 '내용'이 아니라 규제를 '누가 정하느냐'가 바뀌는 국면입니다.
무엇이 바뀌나 — 세 개의 법
핵심은 부동산거래신고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주택법 개정안입니다.
첫째, 부동산거래신고법. 지금 국토부 장관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직접 지정할 수 있는 경우는 투기 우려가 2개 이상 시·도에 걸치거나 국가 개발사업이 얽힌 예외적 상황뿐입니다. 개정안은 '같은 시·도 안'에서도 장관이 토허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문을 엽니다.
둘째, 도시정비법. 정비구역 지정이 지체되는 지역에 대해 장관이 직접 구역을 지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게 됩니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절차가 붙습니다.
셋째, 주택법. 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국토부의 감독권이 넓어집니다.
정부는 안전장치도 달았습니다. 장관이 토허구역을 지정하려면 해당 시·도지사와 협의를 거치도록 했고, 앞서 2월에는 자의적 지정을 제한하고 지정 관련 정보를 유출하면 처벌하는 조항도 논의됐습니다.
왜 3만 명이 반대에 이름을 올렸나
반대의 논리는 '지방자치 침해'와 '행정 혼선' 두 축입니다.
청원인들은 부동산 권한이 중앙에 과도하게 쏠리면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보복 입법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더 현실적인 우려는 '이중 권한'입니다. 지자체와 국토부가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겹쳐 행사하면, 책임 소재가 흐려지고 오히려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지점은 국토부와 서울시 모두 비슷한 걱정을 내놓았습니다. 국토부조차 국회 제출 의견에서 "장관과 특별시장이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중첩적으로 행사하면 행정 혼선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언급했고, 서울시도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권한을 받는 쪽과 내주는 쪽이 함께 '현장이 느려질 수 있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실수요자는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일정입니다. 청원이 5만 명을 넘겨 심사대에 오르는지, 그리고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지가 1차 분기점입니다. 통과되면 특정 지역이 어느 날 갑자기 토허구역으로 묶일 수 있는 '주체'가 하나 더 늘어납니다.
둘째, 속도의 방향입니다. 정비사업을 '재촉하려는' 권한이 자칫 '겹쳐서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지, 재건축·재개발을 기다리는 단지라면 이 부분을 특히 지켜봐야 합니다.
셋째, 예측 가능성입니다. 토허구역은 실거주 의무와 자금 조달을 직접 건드립니다. 지정 권한이 중앙으로 옮겨가면 판단 주체가 바뀌는 만큼,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을 때 '고시가 언제, 누구 손에서 나오는가'를 함께 계산에 넣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규제의 강도만큼이나, 규제를 정하는 손이 어디에 있느냐가 시장의 체감을 바꿉니다. 이번 법안은 그 손의 위치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