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을 결정하는 기본형건축비가 조정 고시됐습니다. ㎡당 222만원에서 223만7000원으로, 1만7000원 올랐습니다. 인상률로는 0.77%입니다. 그런데 이 조정을 촉발한 이유는 고강도 철근 가격이 석 달 만에 18.6% 뛰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재는 18.6% 올랐는데 고시가는 0.77% 올랐습니다. 이 간극에 이번 뉴스의 핵심이 있습니다.
왜 지금, 비정기로 올렸나
기본형건축비는 원래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 두 번 정기 고시됩니다. 달력대로라면 다음 조정은 9월이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규칙에는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정기 고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15% 이상 변동하면 비정기 조정이 가능합니다.
이번이 그 경우였습니다. 3월 1일 정기 고시 이후 석 달이 지난 6월 초 기준으로 고강도 철근이 약 18.6% 올라 15% 문턱을 넘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장우철 주택정책관은 "중동전쟁 등 영향으로 공사비가 급등한 데 따른 주택건설 현장의 애로 해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독자께서 먼저 이해하셔야 할 것은 '비정기 조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신호라는 점입니다. 이 조항은 자주 발동되지 않습니다. 발동됐다는 것은 자재값 상승이 정해진 달력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가팔랐다는 뜻입니다. 9월 정기 고시까지 두 달이 남았는데도 앞당겼습니다.
18.6%와 0.77% 사이
그렇다면 왜 인상 폭은 0.77%에 그쳤을까요. 기본형건축비는 철근값 하나로 만들어지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건축비 안에는 철근 외에도 레미콘, 인건비, 각종 자재와 경비가 저마다의 비중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철근이 아무리 뛰어도 그 비중만큼만 전체에 반영됩니다. 18.6%라는 자극적인 숫자와 0.77%라는 결과값의 거리는 그렇게 생깁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을 짚겠습니다. 기본형건축비가 0.77% 올랐다고 해서 분양가가 0.77%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분양가는 택지비, 기본형건축비, 택지 가산비, 건축 가산비를 더해 산정되고, 기본형건축비는 그중 일부입니다. 게다가 실제 분양가는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합니다. 고시는 상한선을 올려줄 뿐, 그 상한을 다 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방향은 한쪽입니다
다만 흐름은 분명합니다. 기본형건축비는 2021년 3월 ㎡당 177만4000원이었습니다. 그것이 2026년 7월 223만7000원이 됐습니다. 5년 사이 26.1% 올랐습니다. 개별 고시는 1% 안팎의 소폭이지만, 소폭이 반복되며 쌓인 결과입니다. 이번 인상분은 7월 15일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됩니다.
현재 서울의 분양가 지형도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올해 강남3구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7842만원, 서울의 나머지 지역은 5847만원입니다. 격차가 1995만원입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사비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신규 공급이 이어지고 있어 분양가는 연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무엇을 보셔야 하는가
청약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세 가지를 권합니다.
첫째, 7월 15일이라는 경계선입니다. 이 날짜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와 그 이전 단지는 서로 다른 건축비 고시를 적용받습니다. 관심 단지의 모집공고 승인 신청 시점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9월 15일 정기 고시입니다. 이번은 철근값이 문턱을 넘어 앞당겨진 비정기 조정이었습니다. 두 달 뒤 정기 고시에서 다른 자재 가격 변동분이 다시 반영됩니다. 조정은 이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셋째, 상한과 실제의 간격입니다. 상한이 올랐다고 모든 단지가 그 상한까지 붙이지는 않습니다. 분양가심사위원회의 판단, 단지의 입지, 사업 주체의 셈법이 모두 개입합니다. 뉴스의 인상률보다 개별 단지의 실제 공고가를 보셔야 합니다.
숫자 하나가 크게 보도될수록, 그 숫자가 내 계약서까지 오는 경로를 따져보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이번 0.77%는 그 경로가 생각보다 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