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규제가 없는 쪽으로 흐릅니다. 한국은행 외환송금 통계를 보면, 올해 1~4월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사기 위해 내보낸 돈은 2억1030만 달러, 약 3191억원입니다. 넉 달 만에 지난해 연간 송금액(5억9050만 달러)의 35%를 채웠습니다. 이 속도라면 올해 연간 규모는 지난해를 넘어, 최근 5년 최고치를 다시 쓸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집값을 잡으려는 규제가 강해질수록, 자금 일부는 조용히 국경 밖으로 방향을 트는 중입니다.
3년 저점을 찍고 다시 사상 최대로
해외 부동산 취득 송금액은 등락이 뚜렷했습니다. 2021년 5억8900만 달러에서 2022년 5억4090만 달러, 2023년에는 3억6680만 달러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금리가 치솟고 해외 상업용 부동산이 흔들리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2024년 4억1950만 달러로 반등하더니, 2025년 5억9050만 달러로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넉 달 만에 다시 그 페이스를 앞지르고 있습니다.
주목할 곳은 국가별 흐름입니다. 올해 1~4월 기준 미국이 1억1200만 달러로 압도적 1위였고, 일본이 3600만 달러로 2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일본은 넉 달 만에 지난해 연간 송금액(7770만 달러)의 46.3%를 채웠습니다. 엔화 약세와 경기 회복 기대가 겹치면서, 도쿄 집값 이야기가 이제는 '남의 나라 뉴스'가 아니라 실제 송금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 뒤로 아랍에미리트(1390만 달러), 호주(760만 달러)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왜 밖으로 나가는가
이유는 규제 지도를 뒤집어 보면 보입니다. 국내에서 집을 한 채 더 사면 주택 수에 잡히고, 취득세·종부세·양도세가 무겁게 따라붙으며, 대출도 조입니다. 반면 해외 부동산은 국내 주택 수 산정에서 빠집니다. 다주택 중과와 대출 규제, 보유세 부담을 피하면서 자산을 분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한 투자자는 "원화 자산에만 집중하기보다 분산하고 싶었고, 일본은 가깝고 엔저 국면"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이 돈의 상당 부분은 '해외에서 더 벌겠다'는 공격적 베팅이라기보다, 국내 규제를 우회한 자산 재배치의 성격이 강합니다.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이 흐름은 오히려 굵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가기 전에 따져야 할 세 가지
실수요자·투자자라면 낭만보다 계산이 먼저입니다.
- 세금은 따라옵니다. 주택 수엔 안 잡혀도 양도차익은 과세 대상입니다. 현지에 낸 세금을 공제한 뒤 국내에서 추가로 정산하는 구조라, "국내보다 무조건 가볍다"는 건 오해입니다. - 환율이 수익을 삼킬 수 있습니다. 엔저에 사서 엔고 없이 되팔면 환차손이 매매차익을 잠식합니다. 살 때와 팔 때, 두 번의 환율을 모두 계산해야 합니다. - 관리·유동성 리스크가 큽니다. 외국인 취득 규제, 최소 투자금액(예: 쿠알라룸푸르 약 3억5000만원), 현지 임대·매각의 어려움은 국내 부동산과 차원이 다릅니다.
3191억원이라는 숫자는 시장의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규제가 강할수록 돈은 문 없는 쪽으로 샙니다. 다만 그 문 너머에는 국내엔 없던 환율과 이중과세, 낯선 법제가 기다립니다. 나가는 흐름을 읽되, 따라 나설지는 이 세 가지를 계산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