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23구의 신축 맨션 평균 분양가는 2022년 8236만엔, 우리 돈으로 약 7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1억6000만엔대, 약 14억원까지 올라온 달이 나옵니다. 연간 평균으로만 봐도 2025년 도쿄 23구 신축 맨션은 1억3613만엔으로 한 해 전보다 21% 뛰었습니다. 4년 만에 값이 거의 두 배가 된 셈입니다. 국내에서도 "일본 부동산 문의가 올해 들어 두 배 넘게 늘었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일본 정부는 지난주까지도 외국인 맨션 취득 규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조사해보니 외국인이 그렇게 많이 사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두 배 오른 시장, 그런데 해외 거주자는 3.5%
일본 부동산경제 조사에 따르면 도쿄 23구 신축 맨션 매입자 가운데 해외 거주자 비중은 3.5%입니다. 한 해 전 1.6%에서 두 배 넘게 늘긴 했지만, 절대 수준은 여전히 100채 중 서너 채입니다. 도심 6구로 좁히면 7.5%, 가장 높은 신주쿠구가 14.6%입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일정 규모 이상 토지·신축 맨션 거래 자료를 직접 들여다본 결과도 같았습니다. "도쿄 안에서도 해외 거주자 비중은 3% 수준"이며, 가격 급등과 외국인 매수 사이의 직접적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면 값을 올린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2013년 전후 본격화된 초저금리와 금융완화,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밀린 엔화, 그리고 임금·물가 상승으로 살아난 실물자산 기대가 겹쳤습니다. 오른 것은 집만이 아닙니다. 도쿄 오피스 공실률은 1.5%로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서울 4.2%, 파리 10.3%, 뉴욕 12.0%). 야에스 일대 최고 임대료는 3.3㎡당 월 10만엔을 넘었고, 주요 150개 골프장 회원권 평균가는 305만2000엔으로 16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특정 수요층이 아니라 자산시장 전반이 함께 올라간 국면입니다.
일본은 규제를 보류했고, 그 자문을 한국에 구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올가을 임시국회에 낼 '중요 토지 등 조사·규제법' 개정안에서 외국인 맨진 취득 규제를 일단 뺄 방침입니다.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데다, 외국인 의뢰를 받은 일본인이 대리인으로 나서는 우회로가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입니다. 대신 안보상 중요 시설 주변 토지 규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검토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일본 총리의 외국인정책담당 보좌관은 지난 4월 우리 국토교통부 1차관을 만나 한국의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와 실거주 의무 부여 제도를 집중적으로 물었습니다. 한국은 이 제도로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인 주택거래가 32%(1554건→1053건), 미국인 거래가 45%(377건→208건) 줄어든 경험이 있습니다. 일본이 이번엔 보류했지만, 가격이 더 오르면 참고 모델은 이미 손에 쥐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 돈은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1~4월 국내 거주자가 부동산 취득 목적으로 해외에 보낸 돈은 2억1030만달러, 약 3191억원입니다. 최고치였던 지난해 연간 송금액의 35%를 넉 달 만에 채웠습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억1200만달러로 가장 많고, 눈에 띄는 것이 일본입니다. 1~4월 일본 송금액 3600만달러는 지난해 연간 송금액(7770만달러)의 46.3%에 해당합니다. 국내 규제가 강해지면서 "해외 부동산은 주택 수에 안 잡힌다"는 점이 매수 동기로 거론됩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세 가지를 권합니다.
첫째, 가격을 밀어올린 원인을 확인하십시오. 도쿄 상승의 주된 동력은 외국인이 아니라 저금리와 엔저였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 속도와 엔화 방향이 곧 이 시장의 방향입니다. "외국인이 사서 오른다"는 서사를 근거로 들어가는 것은 사실관계부터 어긋납니다.
둘째, 환율 구간을 계산에 넣으십시오. 40년 만의 저점 근처에서 엔화로 자산을 사면, 자산 가격이 그대로여도 엔화가 되돌아올 때 원화 환산 수익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엔화가 더 약해지면 평가손이 납니다. 부동산 수익률이 아니라 부동산 수익률 곱하기 환율이 실제 성적표입니다.
셋째, 제도 리스크가 유동적이라는 점을 감안하십시오. 이번엔 보류됐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식 허가제·실거주 의무를 이미 들여다봤습니다. 취득 단계보다 처분 단계에서 규제가 바뀌면 출구가 좁아집니다. 여기에 양국 과세 체계 차이, 해외 부동산 취득 시 한국은행 신고 의무, 현지 대출 조건까지 확인해야 실질 수익이 나옵니다.
3.5%라는 숫자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합니다. 외국인이 도쿄 집값을 올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아직 외국인이 크게 들어가지 않은 시장이라는 것. 어느 쪽으로 읽든, 판단의 출발점은 남들이 몰려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장을 실제로 움직인 변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