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8월 20일, 수도권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지정 기간을 1년 더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새 지정 기간은 2026년 8월 26일부터 2027년 8월 25일까지입니다. 지난해 8월 처음 도입된 이 규제가 한 바퀴를 돌고 두 번째 해로 들어간 셈입니다. 국토부가 함께 내놓은 성적표의 숫자는 하나였습니다. 27%. 그런데 이 27%를 지역별로 펼쳐 보면, 줄어든 자리가 전혀 고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27%라는 평균 뒤에 숨은 것
2025년 9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수도권에서 이뤄진 외국인 주택 거래는 4,397건이었습니다. 직전 같은 기간 6,024건과 비교하면 1,627건, 27%가 줄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37%, 인천이 29%, 경기가 23% 감소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완만한 차이입니다. 그런데 강남3구와 용산구만 떼어 보면 감소율이 49%로 뛰고, 서초구 한 곳만 보면 73%까지 올라갑니다. 규제가 가장 세게 작동한 곳은 원래부터 외국인 수요가 몰리던 고가 지역이었다는 뜻입니다.
국적별로도 온도가 달랐습니다. 외국인 주택 거래의 72%를 차지하는 중국 국적자는 24% 줄어드는 데 그친 반면, 비중 13%인 미국 국적자는 40%가 줄었습니다. 거래액 분포를 보면 전체의 81%가 6억원 이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외국인 주택 거래의 다수는 여전히 고가 아파트가 아니라 중저가 주택이고, 규제의 체감 강도는 상단에서 훨씬 컸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야 합니다. 이 27%가 전부 규제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주택 시장 전반의 거래도 위축돼 있었고, 규제 효과와 시장 냉각을 깔끔하게 분리해 낼 방법은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없습니다. 국토부가 제시한 숫자는 '상관'이지 '인과'의 증명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규제의 실제 내용 — 면적이 아니라 거주입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흔히 오해되는 '면적 기준'이 아닙니다. 주거지역에서 6㎡, 상업지역에서 15㎡를 넘는 토지 거래가 허가 대상인데, 이 기준선이 워낙 낮아 사실상 거의 모든 주택 거래가 포함됩니다.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주택이 모두 대상이고, 오피스텔은 빠집니다.
진짜 장벽은 허가 조건입니다.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잔금일에 전입해 2년간 실제로 거주해야 합니다. 허가증 기준일로부터 4개월 안에 잔금을 치러야 하고, 실거주 의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하면 그 계약은 무효가 되고,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따라붙습니다.
임대 목적의 취득을 사실상 봉쇄하는 구조입니다. 갭투자나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매수는 통과하기 어렵고, 실제로 한국에 거주하며 살 집을 구하는 외국인은 절차만 거치면 매수가 가능합니다. 규제가 국적을 막는 게 아니라 '거주하지 않는 소유'를 막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 묶인 353곳은 집이 아니라 국경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정부가 외곽 도서 353곳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새로 지정했다는 내용입니다. 울릉도 72.3㎢, 대흑산도 21.2㎢, 덕적도 20.8㎢를 비롯해 흑산도·자월도·우도·추자도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건 주택 투기 대응과 성격이 다릅니다. 국토부는 국방·전략상 관리가 필요한 지역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부동산 규제의 언어를 빌렸지만 목적은 안보에 가깝습니다. 수도권 규제가 '가격'을 겨냥한다면, 도서 지역 지정은 '영토'를 겨냥합니다. 같은 제도가 두 개의 다른 문제를 처리하는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거래는 줄었지만 보유는 줄지 않았습니다. 2025년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택은 10만8,231가구로 전체 주택의 0.55% 수준이고, 소유자 수는 오히려 전년 대비 8.2% 늘었습니다. 규제는 새로 들어오는 문을 좁혔을 뿐, 이미 들어와 있는 물량을 밖으로 밀어내지는 않습니다. 이 제도로 특정 지역 매물이 쏟아지길 기대한다면 근거가 약합니다.
둘째, 규제의 효과가 컸던 곳일수록 원래 외국인 수요 의존도가 높았던 곳입니다. 서초 73%, 강남3구·용산 49%라는 숫자는 뒤집어 읽으면 그 지역 거래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던 비중이 그만큼 유의미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전체 주택 거래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절대 비중은 여전히 작아, 이 감소가 해당 지역 가격 흐름을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셋째, 기간이 1년 단위라는 점입니다. 재지정 여부는 내년 8월에 다시 판단됩니다. 매년 갱신되는 규제는 예측 가능성이 낮고, 외국인 매수자 입장에서는 계약 시점의 제도가 잔금 시점까지 유지될지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외국인 세입자나 매수자와 거래를 앞둔 분이라면, 허가 필요 여부와 4개월 잔금 기한을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미리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숫자 하나가 27%였습니다. 그 뒤에 73%와 24%가, 그리고 섬 353곳이 있었습니다. 평균은 늘 그렇듯,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감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