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기준으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3.31~6.01%로 집계됐습니다. 상단이 6%를 넘어선 것입니다. 올해 1월 31일 같은 조사에서는 연 2.86~5.66%였으니, 반년 만에 상단이 0.35%포인트 올랐습니다. 숫자만 보면 크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금리가 적용되는 대상이 '이미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체감은 전혀 다릅니다.
갱신되는 순간 계약서가 다시 쓰인다
전세대출의 다수는 6개월 변동금리 구조입니다. 계약 기간은 2년이지만 금리는 6개월마다 갈아탑니다. 즉, 새로 대출을 받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새 금리가 적용됩니다.
헤럴드경제가 소개한 사례가 이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연 5%로 2억5000만원을 빌린 40대 차주의 월 이자가 100만원에서 125만원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연 환산으로 1250만원이 1500만원이 되는 셈입니다. 이사도, 증액도, 재계약도 하지 않았는데 매달 25만원이 더 나가는 것입니다.
원인은 준거금리입니다. 전세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6개월물은 1월 30일 연 2.807%에서 7월 31일 연 3.259%로 0.45%포인트 올랐고,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도 1월 2.77%에서 6월 3.05%로 상승했습니다. 한국은행이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것이 시장금리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입니다. 다음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7일입니다.
총량은 이미 넘겼다
금리보다 더 직접적인 변수는 '한도'입니다. 7월 30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간 목표치를 1조38억원 초과한 상태입니다. 남은 대출 여력은 3942억원에 불과합니다. 5개 은행을 합친 숫자입니다.
여력이 바닥나면 은행이 쓰는 수단은 정해져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고,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주담대·전세대출 판매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묶었습니다. 하나은행은 8월 실행분에 이어 9월 실행분까지 모집인 접수를 제한했습니다. 주요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도 중단했습니다.
우대금리 축소와 변동형 주담대 취급 중단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장에서는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금리는 오르고, 그 금리로도 대출 자체가 안 나옵니다.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7월 31일 기준 상단이 연 7.50%까지 올라왔습니다. 3월 말 연 7%에서 넉 달 만입니다. 변동형 상단은 6.3%대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첫째, 본인 전세대출의 금리 갱신일입니다. 계약 만기가 아니라 금리 재산정일입니다. 대출 약정서나 은행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갱신일이 8~10월에 걸려 있다면 지금의 준거금리 수준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미리 월 부담액을 계산해 두는 것과 통지받고 아는 것은 대응할 시간이 다릅니다.
둘째, 실행 시점입니다. 지금은 승인이 아니라 '언제 나가느냐'가 관건인 국면입니다. 잔금일이 9월 이후인 계약이라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해당 지점의 월별 한도 소진 상황과 실행 가능 시점을 서면으로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은행 창구의 구두 안내와 실제 실행은 총량 규제 아래에서 어긋날 수 있습니다.
셋째,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는 흐름입니다. 전세대출 이자가 월 125만원이면 이미 월세와 비교되는 금액입니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초 보증금 5억원대·월세 200만원 수준이던 것이 올해 6월 보증금 9억원·월세 200만원으로 거래됐습니다. 보증금 자체가 예전 전세가에 근접한 반전세입니다. 하반기 수도권 입주예정 물량이 약 6만가구로 최근 5년 하반기 평균보다 32% 적은 상황이라, 전세 매물 부족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 이 전환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넷째, 갭투자 셈법입니다. 전세가는 오르는데 세입자의 대출 여력은 줄어드는 구간입니다. 전세가율이 높아 보여도 그 가격에 대출을 받아 들어올 수 있는 수요자가 줄면 실제 전세 세팅은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매매 잔금과 전세 잔금이 같은 날 맞물리는 구조라면 위험이 특히 큽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월 13일 기준 75주 연속 올랐고 올해 누적 상승률은 5.74%입니다. 가격은 오르는데 그 가격을 감당할 자금줄은 조여지고 있습니다. 8월 27일 금통위와 은행별 9월 대출 재개 여부가 다음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