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을, 연 3%대 초반 고정금리로 집을 산 분들이 요즘 은행에서 연락을 받고 있습니다. 5년 동안 묶어 두었던 금리를 다시 정할 때가 됐기 때문입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이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새로 내준 5년 고정형 주담대는 12조8875억원입니다. 2021년 9월 평균 금리는 연 3.11%였고, 지금 평균은 연 5.9% 안팎입니다. 이번 인상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생긴 부담이 가계에 실제로 넘어오는 첫 단계입니다.
월 상환액은 얼마나 늘어날까
언론에는 "3억원을 빌린 사람의 월 상환액이 128만원에서 178만원으로 늘어난다"는 계산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178만원은 원금 3억원 전체에 30년 만기를 새로 적용한 값입니다. 실제 차주는 5년 동안 원금 일부를 이미 갚았습니다. 30년 원리금균등 상환으로 3억원을 3.11%에 빌렸다면 5년 뒤 남은 원금은 약 2억6700만원입니다. 이 원금에 5.9%를 적용하고 남은 25년 동안 갚으면 월 170만원 안팎이 됩니다. 매달 42만원 정도, 1년이면 500만원가량을 더 내는 셈입니다.
178만원보다는 적습니다. 그래도 월급은 그대로인데 고정비가 한꺼번에 30% 넘게 늘어난다는 점은 같습니다. 뉴스핌 보도처럼 적용 금리와 남은 만기에 따라 월 상환액은 155만~188만원으로 달라집니다. 같은 기간에 받은 대출이라도 모두 같은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기간에는 시장금리가 빠르게 올랐습니다. 그래서 2021년 가을에 빌린 분이 가장 큰 폭의 인상을 맞고, 2022년 여름에 빌린 분은 상대적으로 덜 오릅니다.
금리를 끌어올린 세 가지
첫째는 기준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은 7월에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고, 8월 27일에 3.00%로 한 번 더 올렸습니다. 기준금리가 3%가 된 것은 1년 9개월 만입니다. 둘째는 해외 금리입니다. 미국 연준이 9월 16일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렸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를 넘었습니다. 셋째는 이 흐름이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를 밀어 올린 것입니다. 5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말 3.93~6.23%였는데, 9월 중순에는 4.89~7.29%가 됐습니다. 하단은 0.96%포인트, 상단은 1.06%포인트 올랐습니다.
차주들은 변동금리로 옮겨 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서 눈여겨볼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7월에 새로 나간 주담대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31.9%로 한 달 새 5.8%포인트 줄었습니다. 2014년 2월 이후 1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7월 고정금리 평균은 4.76%, 변동금리는 4.35%로, 변동이 0.41%포인트 낮았습니다. 한은도 "당장 싼 금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변동금리를 고르면 이번 같은 부담이 6개월이나 1년마다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연체 지표는 이미 조금씩 나빠지고 있습니다. 은행 주담대 가운데 1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은 2022년 말 1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2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3개월 이상 연체도 2024년 말 1조1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연체가 쌓이면 1~2년 뒤 법원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매시장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이 숫자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재산정을 앞둔 분이 확인할 것
1) 대출 유형. 주기형은 5년마다 그 시점의 금리로 다시 고정됩니다. 혼합형은 5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바뀝니다. 안내문에서 새 금리를 어떤 지표(금융채, 코픽스 등)로 정하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2) 갈아타기. 대출을 받은 지 5년이 지났다면 보통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없습니다. 다른 은행이나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조건을 비교해 볼 만합니다. 다만 새로 대출을 받는 것이어서 현재 DSR 규제가 적용됩니다. 한도가 줄어들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3) 변동과 고정의 차이. 지금은 변동금리가 0.4%포인트가량 쌉니다. 하지만 한은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닫지 않은 상황입니다. 몇 년 동안 들어가는 이자를 계산해 보고, 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도 같이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4) 원금 일부 상환. 여윳돈이 있다면 재산정 전에 원금을 조금이라도 갚아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월 부담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5년 전 연 3% 금리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정해진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시점이 이제 차례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은행 안내문을 받으면 새 금리가 얼마인지와 함께,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방법과 원금 일부 상환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