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한 달 새 0.95% 올랐습니다. 7월(1.28%)보다 상승폭은 0.33%포인트 줄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전세난이 한풀 꺾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같은 달 전국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울이 아니라 경기 용인시 기흥구(1.99%)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9월 중순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는 서울 전세난이 멈춘 게 아니라 서울 밖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서울은 줄고, 인천·경기는 커졌다
지역별 흐름을 나란히 놓으면 방향이 엇갈립니다.
| 구분 | 7월 | 8월 | |---|---|---| | 서울 아파트 전세 | 1.28% | 0.95% | | 인천 아파트 전세 | 0.42% | 0.57% | | 경기 아파트 전세 | 0.71% | 0.73% |
서울은 상승폭이 줄었고, 인천과 경기는 오히려 커졌습니다. 시·군·구 단위로 보면 더 뚜렷합니다. 용인 기흥구가 1.99%로 전국 1위, 화성 동탄구가 1.63%였습니다. 서울 안에서는 성북구(1.82%), 금천구(1.70%), 노원구(1.69%)처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의 상승률이 높았습니다. 부동산원은 경기에서는 "용인 기흥과 화성 동탄구 대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전셋값이 '안정'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한 달에 0.95%는 여전히 높은 상승률입니다. 서울의 비싼 전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세입자가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 대단지로 옮겨가면서, 상승 압력이 넓게 퍼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매물은 적고, 세입자는 눌러앉는다
이 흐름에는 공급 쪽 이유가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29건으로 1년 전보다 12% 적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이사하지 않고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신고된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7115건 가운데 갱신계약은 4209건으로 59.2%였습니다. 10건 중 6건이 사실상 시장에 새로 나오지 않은 셈입니다.
갱신을 택하는 이유는 가격 차이에서 드러납니다. 직방이 서울 전용 59㎡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신규계약과 갱신계약의 보증금 중앙값 차이는 1월 3500만원에서 6월 7750만원으로 두 배 넘게 벌어졌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쓰면 인상률이 5% 안으로 묶이지만, 새로 집을 구하면 시세를 그대로 내야 합니다. 세입자가 머물수록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줄고, 새로 집을 구하는 사람이 내는 가격은 더 오르는 구조입니다.
매수로 돌아서기도 쉽지 않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에서 가격에 맞는 전셋집을 찾기 어려워졌고, 경기 지역에서 매수를 고민하더라도 금융기관이 대출을 제한적으로 취급해 매수 여건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매매로 빠져나갈 길이 좁으니 수요가 전세시장에 남아 인근 지역으로 번지는 것입니다.
매매는 강남이 내리고, 외곽이 올랐다
같은 조사에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5% 올라 7월(1.27%)보다 상승폭이 줄었습니다. 강남구(-0.18%)와 서초구(-0.01%)는 하락했고, 성북구(1.83%)·노원구(1.77%)·서대문구(1.64%)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매매에서도 전세에서도 중저가 지역이 더 많이 오른 것입니다. 전셋값이 매맷값을 밀어 올리는 지역에서는 전세가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살펴봐야 합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볼 것
1. 갱신이냐 이사냐, 금액부터 계산하십시오. 신규와 갱신의 보증금 차이가 수천만원에 이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아직 쓰지 않았다면, 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입니다.
2. 경기 남부 대단지는 '대체지'가 아니라 이미 경쟁지입니다. 기흥·동탄은 서울에서 넘어온 수요가 몰리는 곳입니다. 이사 철을 앞두고 싼 곳을 찾아 옮기려 한다면 같은 생각을 하는 세입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3. 전셋값 상승을 갭투자 신호로 단정하지 마십시오. 전세가율이 오르면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줄어 보이지만, 대출이 막혀 있고 입주 물량이 늘면 전셋값이 빠르게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향후 입주 물량과 매물 추이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4. 9월 통계를 확인하십시오. 서울 상승폭이 줄어든 것이 일시적인지, 인천·경기의 상승폭 확대가 이어지는지는 다음 달 발표에서 판가름 납니다. 서울 외곽 자치구와 경기 남부 대단지의 수치를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