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여덟 차례 이어진 긴 동결기를 깬 첫 인상입니다. 상식대로라면 대출 이자가 무거워지니 매수 심리는 식고, 집값은 숨을 골라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인상을 코앞에 둔 지난주, 전세 상승폭이 매매 상승폭을 앞질렀습니다. 오늘 우리가 봐야 할 숫자는 금리가 아니라, 어쩌면 전세일지도 모릅니다.
왜 올렸나 — 그리고 왜 한 번으로 끝나지 않나
인상의 명분은 분명합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3.1%, 6월 3.2%로 한은의 목표선(2%)을 석 달 넘게 웃돌고 있습니다. 환율은 높은 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가계부채가 다시 불어나며 금융안정 리스크도 커졌습니다. 성장세가 개선된 지금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 기회라는 판단입니다.
중요한 건 이번이 '한 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장은 연내 한두 차례, 내년 상반기까지 통틀어 서너 번의 추가 인상을 내다봅니다. 즉 오늘은 인상의 끝이 아니라 사이클의 시작입니다. 한은도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가 월 30만원가량 늘어난다"고 짚었습니다. 변동금리 차주라면 이 부담이 계단식으로 쌓인다는 뜻입니다.
식어야 할 시장에서, 전세가 먼저 뛰었다
그런데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 0.30% 올라 24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전세입니다. 같은 주 전세가 0.31% 뛰며 매매 상승폭을 넘어섰습니다. 올 들어 7월 초까지 매매·전세가 나란히 5.42%로 붙어 있었는데, 최근 오름폭의 무게중심이 전세로 옮겨간 것입니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온도차가 더 뚜렷합니다. 광명 8.69%, 성북 8.61%, 동탄 8.42% 등 상위 지역의 전세 상승률은 불과 2주 사이 7%대에서 8%대로 뛰어올랐습니다. 성북구의 2000여 가구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강북과 수도권 남부로 몰리는데, 내놓는 물건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 전세가율과 물량
전세가 오르면 매매의 '바닥'이 올라갑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갭)가 줄어들수록 적은 돈으로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의 문턱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풍부한 유동성과 임대차 시장 불안이 겹치며 일부 비규제 지역으로 갭투자 수요가 옮겨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리 인상이 매수 심리를 누르는 힘과, 전세난이 가격을 떠받치는 힘이 지금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앞으로 몇 주간 지켜봐야 할 지표는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전세가율입니다. 이 비율이 계속 오르면 갭투자 유인이 살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둘째, 전세 물량입니다. 매물이 마르는 동네일수록 전셋값과 매맷값이 함께 밀려 올라갑니다. 셋째, 추가 인상의 속도입니다. 인상이 계단식으로 이어지면, 지금 전세가 떠받치는 이 상승세도 결국 이자 부담의 무게에 눌리게 됩니다.
오늘의 인상은 방향의 전환일 뿐, 도착이 아닙니다. 헤드라인의 '2.75%'보다, 그 아래에서 조용히 매매를 앞지른 전세의 발걸음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