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월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는, 시장이 예상하던 문장이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금리를 올렸으니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문장 말입니다. 대신 한은은 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르는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공급 부족 우려와 전·월세시장 불안에 따른 실수요자의 매입 전환 수요." 통화당국이 집값 상승의 출발점으로 지목한 것은 투자 심리도, 저금리도 아닌 전세였습니다.
숫자가 그 진단을 뒷받침합니다.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5월에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6월 1%대로 돌아섰고, 7월에는 1.094% 올랐습니다. 그 사이 한은은 7월과 8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3.0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7월 3조5000억원에서 8월 4조원으로 오히려 커졌습니다. 금리를 올린 뒤에 대출이 더 늘어난 것입니다.
오른 쪽과 내린 쪽이 갈렸습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방향이 달랐습니다. 강남3구와 용산은 7월 20일 주간 상승률이 0.174%로 좁혀진 뒤 3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0.3~0.4%대 상승세를 유지했고, 경기 규제지역도 오름세가 이어졌습니다. 비수도권 역시 6월과 7월 연달아 상승 전환했습니다.
한은이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라고 쓴 대목이 여기서 의미를 갖습니다. 고가 주택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먼저 반응해 멈춰 섰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는 오히려 매수세가 붙었습니다. 규제가 강할수록 자금 여력이 큰 쪽이 먼저 관망에 들어가고, 여력이 빠듯한 쪽은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압박에 움직입니다. 통화정책이 시장 전체를 한 방향으로 끌지 못한다는 사실이 지역별 숫자로 드러난 셈입니다.
금리로 잡히지 않는 이유
전세가 매매를 밀어 올리는 구조는 금리 인상으로 끊기 어렵습니다.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오른 보증금을 마련하거나, 그 돈에 대출을 얹어 사는 쪽으로 넘어가거나. 후자를 택한 수요는 금리가 조금 오른다고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돌아갈 전셋집이 그만큼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한은의 전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보고서는 기업이익 개선과 명목임금 상승이 "가계의 구매력을 높여 주택 매입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봤습니다. 상반기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이 근거로 언급됐습니다. 경기가 좋아질수록 매수 여력이 커진다는 뜻이니, 통화당국 스스로 긴축만으로는 수요를 눌러앉히기 어렵다고 인정한 대목입니다.
그래서 보고서의 결론은 금리가 아니라 정부를 향합니다. "주택시장 기대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8·13 금융대책과 주택 신속공급방안이 뒤섞여 나오는 국면에서, 메시지가 흔들리면 시장은 그 틈을 기대감으로 읽는다는 경고입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 위험이 누증되고 있다"는 표현도 함께 썼습니다.
실수요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전세 지표를 매매 선행지표로 보십시오. 관심 지역의 전세 매물 건수와 전세가율이 함께 움직인다면, 매매 수요는 그 뒤를 따라옵니다. 한은이 인과의 출발점을 전세로 본 이상, 전세가 안정되기 전까지 중·저가 매매는 쉽게 식지 않습니다.
둘째, 금리 인상을 매수 신호로도, 매도 신호로도 단정하지 마십시오. 7·8월 인상 뒤에도 주담대는 늘었고 서울 집값은 올랐습니다. 다만 강남3구·용산이 먼저 멈춘 것처럼, 가격대별로 반응 시점이 다릅니다. 전국 평균이 아니라 본인이 보는 가격 구간의 숫자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소득 개선을 전제로 한 무리한 레버리지는 경계하십시오. 한은의 전망은 성과급과 임금 상승이 매수 여력을 키운다는 것이지, 그 여력이 모든 가계에 균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고서는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계속 저울질하겠다고 했고, 금통위원 발언에는 "일부 취약부문의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문장이 남았습니다. 변동금리로 한도를 끝까지 당겨 쓴 차주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국면입니다.
숫자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5월의 마이너스가 7월의 1.094%로 바뀌는 데 두 달이 걸렸고, 그 두 달 동안 금리는 두 번 올랐습니다. 이 시장을 움직인 변수가 무엇인지, 한은은 보고서에 적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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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은 "성장세 확대, 주택 매입수요 늘릴 것…일관된 정책기조 유지해야" (아시아경제)](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91010445439327) - [부동산 가계대출 불확실성↑…"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한은 경고 (이투데이)](https://www.etoday.co.kr/news/view/2623969) - ["대내외 여건 급변이 최대 변수"…한은, 추가 긴축 '저울질' (이투데이)](https://www.etoday.co.kr/news/view/2623828) - [수도권 집값 뛰고 가계대출 늘고…한은 "금융불균형 위험 커져" (신아일보)](https://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60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