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반으로 줄었는데 값은 사상 최고를 찍었습니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2530건. 7월 5810건에서 3280건, 56.5% 줄어든 숫자입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739만원으로 처음 16억 원선을 넘었습니다. 거래가 없는데 값이 오르는 시장, 이른바 '거래 없는 상승장'이 여름 내내 이어진 셈입니다. 다만 8월 수치는 아직 확정이 아닙니다. 부동산 거래는 계약 후 30일 안에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8월분은 9월 30일까지 더 쌓입니다. 그럼에도 7월(6564건, 전월 대비 -15.2%)부터 이어진 감소 흐름 자체는 뚜렷합니다.
줄어든 건 매수자만이 아니었습니다
거래 절벽을 매수세 위축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3월 8만8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6만6808건까지 16.6% 줄었습니다. 팔려고 내놓은 물건 자체가 사라진 것입니다. 사려는 사람은 대출 규제와 가격 부담에 물러섰고, 팔려는 사람은 값을 깎느니 거둬들이는 쪽을 택했습니다.
양쪽이 동시에 빠지면 시장에는 소수의 거래만 남습니다. 그리고 그 소수가 대개 '급하지 않은 매도자와 여력 있는 매수자'의 거래이기 때문에, 체결가는 낮게 형성되지 않습니다. 몇 건의 높은 가격이 주변 호가의 기준이 되고, 그 호가가 다시 평균값을 밀어 올립니다.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주간 0.29% 올랐고, 올해 누적 상승률은 7.33%로 작년 같은 기간 4.74%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거래량과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 이유입니다.
여기에 계약 파기가 겹칩니다. 8월 서울 아파트 계약 해지는 168건. 3월 183건, 7월 239건으로 올해 들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물어주면서까지 거래를 되돌린다는 것은, 계약 시점과 잔금 시점 사이에 판단이 뒤집힐 만한 변수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여력이 줄어든 매수자, 그 사이 호가가 더 오른 것을 본 매도자 — 양쪽 모두에게 파기 유인이 생겼습니다.
같은 서울인데 방향이 다릅니다
숫자를 구별로 쪼개면 시장은 하나가 아닙니다. 강남·서초·송파의 매물은 한 달 새 18% 늘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61% 증가했습니다. 강남구 65%, 서초구 69%입니다. 매물이 쌓이니 가격도 움직입니다. 압구정동 한양3차는 1월 최고가 77억5000만원에서 68억5000만원으로 9억 원 내렸고, 서초동 서초래미안은 34억5000만원에서 32억원이 됐습니다.
반대편은 신고가입니다. 성북구는 올해 누적 13.05% 올랐고, 석관동 래미안아트리치 59㎡는 12억6000만원 신고가를 썼습니다. 중랑·동대문에서도 최고가 경신이 이어집니다. 9월 첫째 주(9월 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 올랐는데, 상승을 이끈 곳은 강북 외곽이었습니다. 경기·인천은 0.15%로 서울보다 더 올랐습니다.
강남은 보유세·양도세 부담이 큰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국지 조정을, 외곽은 15억 원 이하 중저가 구간의 순환매를 겪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입니다. 대출 규제가 금액 구간으로 그어져 있는 한, 규제선 아래로 수요가 몰리는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습니다.
지금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8월 거래량 확정치입니다. 9월 30일 신고 마감 후 숫자가 3000건대로 올라서는지, 2000건대에 머무는지가 '일시적 관망'과 '구조적 위축'을 가릅니다.
둘째, 매물 재고입니다. 6만6000건대에서 다시 늘어난다면 매도 우위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강남3구 매물 증가가 계속되는지 보십시오. 가격보다 매물이 먼저 움직입니다.
셋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 건수입니다. 4월 8911건에서 7월 4681건으로 석 달 연속 줄었습니다. 이 지표는 실제 계약보다 앞서 움직이기 때문에, 가을 거래량의 선행 신호로 볼 만합니다.
넷째, 규제선 근처의 가격대입니다. 상승이 15억 원 이하 구간에 집중돼 있다면, 그 구간에 걸린 단지들은 대출 규제가 조정될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습니다.
거래량이 적은 시장의 가격은 정보가 얇습니다. 몇 건의 신고가가 곧 시세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매수를 검토 중이라면 최근 실거래 건수 자체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 달에 두세 건 거래된 단지의 '최고가'와, 스무 건 거래된 단지의 '최고가'는 무게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