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이고,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선 것은 1년 9개월 만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은행 창구에서 벌어진 일은 조금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7월 중 새로 나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68.1%. 고정금리는 31.9%로, 2014년 2월 이후 1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금리가 오르는 국면인데, 열 명 중 일곱 명이 금리가 움직이는 쪽을 골랐다는 뜻입니다.
왜 변동을 골랐나 — 지금 당장의 숫자가 더 쌌기 때문입니다
8월 31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금리는 5년 고정형이 연 4.68~7.12%, 변동형이 연 4.22~6.46%입니다. 상단과 하단 모두 변동형이 낮습니다. 고정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이 이미 향후 인상 전망을 앞당겨 반영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먼저 올려둔 값을 오늘 확정해서 사느냐, 아직 덜 오른 값으로 시작하느냐의 선택에서 차주들은 후자를 택한 셈입니다.
문제는 변동형의 기준인 코픽스(COFIX)가 이미 오르는 중이라는 점입니다.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18%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올랐습니다. 4월부터 넉 달 연속 상승이고, 2024년 12월(3.22%) 이후 1년 7개월 만의 최고치입니다. 게다가 이 3.18%에는 8월 27일 인상분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변동형을 고른 사람은 낮은 금리를 산 것이 아니라, 인상분의 청구서를 뒤로 미룬 것에 가깝습니다.
청구서가 도착하는 방식 — 재산정일
변동형 대출의 금리는 매일 바뀌지 않습니다. 6개월 또는 12개월 주기의 '금리 재산정일'에 한 번에 갈아탑니다. 그래서 체감은 계단식으로, 그리고 뒤늦게 옵니다.
한국은행 추산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29만6000원, 전체로는 약 1조8000억원 늘어납니다. 두 달 연속 인상이니 단순 계산으로도 1인당 연 60만원 안팎입니다.
더 주의해서 볼 쪽은 2021년 전후에 5년 고정(혼합형)으로 받은 대출입니다. 만기 30년·3억원을 연 3%에 빌렸다면 월 상환액은 127만원, 5년을 갚아 잔액은 약 2억6700만원입니다. 여기서 고정 구간이 끝나 연 7%로 재산정되면 월 189만원(+62만원), 연 8%면 206만원(+79만원)이 됩니다. 원금을 5년 갚았는데 월 부담은 오히려 6할가량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신규로 3억원을 30년 만기로 빌리는 경우도 연 4%면 월 143만원, 연 8%면 월 220만원으로 차이가 월 77만원, 연 900만원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첫째, 매월 15일 전후 공시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입니다. 8월분 코픽스에 이번 인상이 반영되므로, 9월 중순 수치가 변동형 차주에게는 사실상 첫 고지서입니다.
둘째, 본인 대출의 재산정 주기와 다음 재산정일입니다. 6개월 주기라면 인상 두 번이 한 번에 얹힐 수 있습니다. 대출약정서나 은행 앱에서 확인 가능한 항목입니다.
셋째, 가산금리와 지표금리의 구분입니다. 현재 주담대 가산금리는 평균 3.26%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은행이 자체적으로 붙이는 이 부분은 잘 내려오지 않습니다. "기준금리 3%인데 왜 내 대출은 6%인가"의 답은 대부분 여기에 있습니다.
넷째, 시장 일부에서는 내년 1분기 기준금리 3.50%를 전망합니다. 전망은 전망일 뿐이지만, 그 경우 고정형 상단이 8%를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은 지금 상단 7.12%에서 산술적으로 도출되는 값입니다.
경매·재개발 관점에서 덧붙이자면, 이자 부담의 누적은 통상 6개월에서 1년의 시차를 두고 임의경매 신청 건수로 나타납니다. 지금 오른 금리가 물건으로 나오는 시점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입니다. 매수를 준비하는 쪽이라면 지금은 물건을 세는 시기가 아니라, 자기 대출의 재산정일을 확인해 둘 시기입니다.
숫자를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준금리 3.00%, 코픽스 3.18%, 변동형 선택 비중 68.1%. 세 숫자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앞의 둘은 오르는 중이고, 마지막 하나는 그것을 아직 반영하지 않은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