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같은 폭입니다. 연속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입니다. 그런데 이날 발표에서 시장이 더 무겁게 받아들인 것은 인상 자체가 아니라, 함께 공개된 점도표였습니다. 금통위원 7명이 찍은 21개의 점 가운데 16개가 지금의 3.00%보다 위를 가리켰기 때문입니다.
3.00은 도착점이 아니라 경유지였습니다
점도표를 뜯어보면 6개월 뒤 기준금리로 3.25%를 지목한 점이 10개(47.6%), 3.50%가 6개(28.6%), 현 수준인 3.00% 동결이 5개(23.8%)였습니다. 중간값은 3.25%, 평균은 3.26%. 다수가 "최소 한 번 더"를 열어둔 셈입니다.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금리 인상 기조'라는 문구가 빠진 것을 두고 인상이 마무리 국면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만, 점도표는 그 해석과 결이 다릅니다. 문구는 부드러워졌는데 숫자는 위를 향했습니다. 신현송 총재는 이번 연속 인상을 두고 "가래 대신 호미로 통화정책을 편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크게 한 번에 조이기보다 작게 여러 번 조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번 결정에서는 황건일 위원이 가파른 인상 속도를 우려하며 동결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브레이크와 액셀이 동시에 밟혔습니다
한은이 인상 근거로 든 것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 목표를 상회하는 물가, 2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그리고 수도권 집값이었습니다. 실제로 8월 3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2% 올랐고, 강북 14개구가 0.30%로 강남 11개구(0.14%)보다 더 뛰었습니다.
문제는 방향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부는 8·13대책에서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1.5%에서 3.0%로 두 배 늘렸습니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추가 대출 여력은 약 30조원 규모입니다. 한은은 돈의 값(금리)을 올려 수요를 누르는데, 정부는 돈의 양(한도)을 늘리는 구조입니다. 집단대출과 실수요 금융에 초점을 맞춘 선별적 완화라는 설명이지만, 총량이 늘어나는 이상 긴축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수요자에게는 '월 상환액'의 문제입니다
기준금리 0.25%포인트는 추상적인 숫자로 보이지만, 차주에게는 곧바로 이자로 환산됩니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전체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8000억원 늘어납니다. 7월과 8월 두 번을 합치면 0.5%포인트, 단순 환산으로 3조6000억원 규모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준금리와 실제 대출금리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은행 가산금리와 조달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앞질러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기준금리가 3.00%가 됐다는 사실보다, 다음 달 내 대출 실행 창구에서 제시되는 금리가 얼마인지가 훨씬 실질적인 정보입니다.
앞으로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10월 금통위까지의 물가와 명목 GDP입니다. 총재가 직접 판단 기준으로 지목했습니다.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으면 점도표의 3.25%는 전망이 아니라 예정이 됩니다.
둘째, 대출 총량이 실제로 언제 풀리는지입니다. 늘어난 한도는 연내에 소진 속도가 빠를수록 시장 체감이 커집니다. 금리 인상분과 한도 확대분 중 어느 쪽이 먼저 도달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거래량의 방향이 갈립니다.
셋째, 버티는 물건의 시간표입니다. 금리 인상은 신규 매수자보다 이미 변동금리로 빌린 보유자에게 먼저 도달합니다. 특히 전세를 끼고 산 갭투자 물건이나 사업 지연 구간에 들어간 정비사업 물건은 이자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입니다. 지난해부터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늘어온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두 차례 인상의 효과는 즉시가 아니라 몇 개월 뒤 법원 경매 물건 수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시장은 가격이 오르는 국면과 금리가 오르는 국면이 겹쳐 있습니다. 둘 중 무엇이 먼저 지치는지가 향후 6개월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무리한 레버리지보다, 금리가 3.25%가 되어도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를 먼저 계산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