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이 줄었다는 소식은 이미 여러 번 나왔습니다. 그런데 9월 7일 공개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자치구별로 갈라 보면, 줄어드는 방식이 지역마다 달랐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차지한 비중은 9.1%였습니다. 지난 5월 16.1%, 1월 12.9%였던 수치가 연중 최저로 내려앉았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8월 서울에서 팔린 아파트 열 채 중 아홉 채는 강남 밖에 있었습니다.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아니라, 얼어붙은 곳과 아직 움직이는 곳이 갈라진 것입니다.
8월 거래의 90.9%는 강남 밖에서 나왔다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53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7월 5810건의 절반에 못 미칩니다. 다만 실거래 신고기한이 계약 후 30일이라 8월 통계는 앞으로 더 채워집니다. 지금 확정적으로 읽어야 할 것은 총량보다 구성입니다.
가격대별로 보면 방향이 분명합니다. 15억원 초과 거래 비중은 1월 21.07%에서 8월 19.08%로, 9억~15억원 구간은 31.8%에서 26.6%로 내려갔습니다. 대신 3억~6억원 구간이 16.97%에서 21.32%로, 3억원 이하가 3.39%에서 5.12%로 올랐습니다. 비싼 물건의 거래가 빠지고 그 자리를 중저가가 메운 구조입니다.
가격 흐름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부동산원 8월 다섯째 주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0.22% 올랐지만, 강남 11개구는 0.09%에 그쳤고 강북 14개구는 0.36% 올랐습니다. 강남구는 –0.41%, 서초구는 –0.23%로 뒷걸음질했고, 성북구(+0.54%)와 노원구(+0.50%)가 상승을 끌었습니다. 실거래에서도 압구정동 한양3차 61㎡가 올해 1월 77억5000만원에서 9월 68억5000만원으로 9억원 내렸고, 같은 기간 성북구 석관동과 동대문구 전농동에서는 신고가가 나왔습니다.
매물은 61% 늘었는데, 허가 신청은 77% 줄었다
이 대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두 숫자가 있습니다. 강남3구 아파트 매물은 2만6268건으로 1년 전 1만6298건보다 61% 늘었습니다(강남 65%, 서초 69%, 송파 45%). 서울 전체 매물도 8·3 세제 개편안 발표일인 8월 3일 6만409건에서 9월 1일 6만7382건으로 한 달 새 11.5% 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겠다는 신호는 반대로 갔습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매수하려면 구청에 허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강남3구의 신청 건수는 4월 1607건에서 8월 368건으로 77.1% 줄었습니다. 서울 전체 신청도 석 달 연속 감소했습니다. 허가 신청은 계약 이후 절차이므로, 실거래 신고보다 앞서 움직이는 선행지표에 가깝습니다. 매물은 쌓이는데 신청서는 들어오지 않는다 — 이것이 지금 강남권 시장의 형태입니다.
원인은 하나가 아닙니다.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3.00%로 올렸습니다. 두 달 연속 인상입니다. 여기에 대출 규제가 유지되고, 8·3 세제 개편안이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보유 부담을 예상한 매도자는 값을 낮춰 내놓고, 자금 여력이 줄어든 매수자는 더 내릴 것을 기다립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세제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어 매도·매수 희망가격의 간격이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도장을 찍고도 되돌린 168건
거래 위축의 또 다른 얼굴은 계약 파기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계약해지는 168건이었습니다. 1월 32건에서 3월 183건으로 뛴 뒤 7월 239건으로 연중 최고를 기록했고, 8월에도 높은 수준입니다. 노원구·강서구가 각각 16건, 동대문구 13건 순이었습니다. 신규 계약이 줄어드는 동시에 이미 맺은 계약도 깨지는 셈입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총량보다 자기 가격대의 숫자입니다. 서울 평균 거래량은 반토막이지만 3억~6억원 구간 비중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9억원 이하 실수요 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있고, 성북·노원·동대문 등에서는 신고가가 나옵니다. "거래가 죽었다"는 말을 자기 매물에 그대로 대입하면 판단이 어긋납니다.
둘째, 강남권 조정의 성격입니다. 지금 나오는 매물의 상당 부분은 보유세 부담을 계산한 고령 1주택자의 정리 물량으로 읽힙니다. 시장 붕괴형 급매와 세금 대응형 급매는 소진 속도가 다릅니다. 관전 포인트는 강남·서초에 이어 송파구까지 하락이 번지는지, 그리고 매물이 소진된 뒤에도 허가 신청이 계속 줄어드는지입니다.
셋째, 확인 순서를 지키는 것입니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빠른 지표는 구청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 그다음이 계약해지 건수, 마지막이 실거래 신고량입니다. 신문에 실거래가가 실릴 때는 이미 두 단계 전의 이야기입니다.
넷째, 세제 개편안 확정 시점입니다. 개편안은 아직 국회 논의를 남겨두고 있고, 정부가 발표 한 달 만에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불확실성이 걷히면 관망하던 수요가 돌아올 여지도, 반대로 매물이 더 나올 여지도 있습니다. 지금의 거래 절벽을 방향이 정해진 하락으로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확정된 것은 하나뿐입니다. 8월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사람의 90.9%는 강남 밖에서 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