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난 5월, 아파트를 '사고판' 거래가 '빌린' 거래보다 많아졌습니다. 매매 8,691건, 전세 8,324건. 숫자 차이는 크지 않지만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매매가 전세 거래량을 앞지른 것은 2020년 6월 이후 약 4년 만입니다. 오랫동안 "일단 전세로 버틴다"가 서울 세입자의 기본값이었는데, 그 기본값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전세가 매매를 따라잡았다
먼저 가격입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은 5.10%로, 매매 누적 상승률 5.11%와 사실상 같은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보통 전셋값은 매맷값보다 완만하게 움직입니다. 실거주 수요가 뒷받침하되 투자 기대가 얹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전세가 매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시장을 밀어올리는 힘이 '기대'가 아니라 '당장 살 집이 부족하다'는 실수요 쪽에 실려 있다는 뜻입니다.
원인은 매물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초 2만 3,060건에서 최근 2만 406건으로 11.6% 줄었습니다. 6월 다섯째 주 서울 전셋값은 한 주 새 0.30% 올라 상승 폭 자체는 다소 둔화했지만, 물건이 마른 상태에서의 둔화는 '안정'과는 결이 다릅니다. 내놓을 전세가 없어 거래가 줄어든 것에 가깝습니다.
월세가 절반을 넘었다
전세가 마르면 그 수요는 두 방향으로 흩어집니다. 하나는 월세, 하나는 매매입니다.
월세부터 보겠습니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한 비중은 51.3%로, 지난해 같은 기간 44.0%에서 7.3%포인트 뛰었습니다. 전세의 나라로 불리던 서울에서 임대차 거래의 절반 이상이 월세로 넘어간 것입니다. 전세대출이 DSR에 포함되며 한도가 줄고, 전세 물건 자체가 귀해진 결과입니다.
문제는 월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매달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대를 월세로 내느니 차라리 원리금을 갚겠다"는 계산이 서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두 번째 방향, 매매 전환이 나옵니다. 5월의 거래량 역전은 이 심리가 실제 계약으로 옮겨붙은 장면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이 흐름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세의 방향입니다. 전세는 실거주의 체온계입니다. 매물이 계속 줄고 전셋값이 매맷값을 밀어올리는 구도가 이어진다면, 하반기 매매 시장의 하방은 생각보다 단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세 물건이 다시 쌓이기 시작하면 매수 전환 압력도 그만큼 풀립니다. 전셋값보다 '전세 매물 건수'를 주간 단위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둘째, 본인의 손익분기입니다. 매매 전환이 합리적인지는 시세 전망이 아니라 계산에서 나옵니다. 지금 내는(혹은 낼) 월세, 매수 시 예상 원리금과 세금·관리비, 그리고 6억 원으로 묶인 대출 한도. 이 셋을 한 장에 적어 보면 '버티기'와 '사기' 중 무엇이 유리한지가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드러납니다.
셋째, 지역 쏠림입니다. 거래 역전은 서울 전체 평균입니다. 실제로는 역세권·학군지 등 전세 대기 수요가 두꺼운 곳에서 먼저, 강하게 나타납니다. 내가 보는 단지의 전세가율과 전세 소진 속도가 서울 평균과 같은 방향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5월의 거래량 역전은 '집값이 오를 것 같아서'가 아니라 '빌릴 집이 없어서' 생긴 이동입니다. 원인이 매물 품귀인 만큼, 시선은 가격 그래프가 아니라 매물 건수에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전세가 다시 늘면 이 이야기의 결말도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