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지지옥션이 내놓은 7월 경매동향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서울의 101.0%가 아니라 울산의 78.7%였습니다. 전월 94.7%에서 한 달 만에 16.0%포인트가 빠졌고, 2023년 7월(73.8%) 이후 3년 2개월 만의 최저치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울산 집값이 무너졌다"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하락분의 상당 부분은 한 단지에서 쏟아진 물건이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경매 통계를 볼 때 평균값 하나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압축돼 있습니다.
16%p가 빠진 진짜 이유
울산 남구의 7월 아파트 낙찰가율은 75.4%였습니다. 6월에는 104.5%였습니다. 두 달 사이에 29%포인트가 움직였는데, 이 정도 변동은 실물 가격이 만들어낼 수 있는 폭이 아닙니다. 지지옥션 측도 "특정 물량이 쏟아져 나왔고, 거래가 잘 안 되는 물건이어서 저가 낙찰이 이뤄진 게"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7월 울산에서는 한 사원아파트 단지에서만 33건이 경매에 나왔습니다. 사원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성격이 다릅니다. 세대수가 한꺼번에 나오면 응찰자는 굳이 높은 값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옆 호실이 다음 회차에 또 나오니까요. 이런 물건이 30건 넘게 통계에 들어가면, 낙찰가율이라는 평균은 단지 하나의 사정에 끌려 내려갑니다.
울산 전체 경매 진행 건수는 520건으로 전월보다 9.5% 늘었고, 낙찰은 106건(20.4%)이었습니다. 아파트만 보면 97건이 진행돼 42건이 낙찰됐습니다. 43.3%가 팔렸다는 뜻입니다. 물건이 안 팔린 게 아니라, 싸게 팔린 겁니다. 이 둘은 시장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낙찰가율보다 먼저 볼 세 가지
첫째, 평균 응찰자 수입니다. 7월 울산 주거시설의 평균 응찰자는 3.2명으로 전국 평균 3.8명에 못 미쳤습니다. 낙찰가율이 아무리 높아도 응찰자가 2명대라면 우연히 두 사람이 붙은 결과일 수 있고, 반대로 낙찰가율이 낮아도 응찰자가 많다면 저가 물건에 실수요가 붙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앞서 언급한 사원아파트 물건 중에는 13명이 붙은 건도 있었습니다.
둘째, 물건 구성입니다. 울산의 7월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66.9%로 아파트(78.7%)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빌라·단독 등 비아파트가 섞이면 평균은 내려갑니다. 지역 통계를 볼 때는 그 달에 어떤 물건이 많이 나왔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용도별 온도차입니다. 같은 울산에서 업무상업시설은 165건 중 26건만 낙찰돼 낙찰가율 43.9%, 토지는 172건 중 19건(낙찰률 11.0%)에 36.7%였습니다. 주거와 상업·토지는 완전히 다른 시장입니다. "울산 경매가 얼어붙었다"는 한 문장으로 묶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남는 신호
통계의 착시를 걷어내도 지방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남습니다. 부산 낙찰가율은 78.8%로 8개월 만에 70%대로 내려왔고, 전북(-4.1%p)·충남(-1.5%p)·제주(-1.5%p)·경북(-1.3%p)이 나란히 하락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85.4%로 16개월 만의 최저입니다. 반대쪽에서는 경기 낙찰률이 49.1%로 1년 만에 최고를 찍었고, 인천도 40.1%로 올라섰습니다. 강원이 12.1%포인트 오른 83.8%를 기록한 것처럼 개별 예외는 있지만, 큰 흐름은 자금이 수도권으로 모이고 있다는 쪽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울산의 78.7%는 시장의 붕괴가 아니라 통계의 특성이 만든 숫자에 가깝고, 다음 달이면 상당 부분 되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지방 광역시가 전반적으로 힘을 잃고 있다는 방향성은 그와 별개로 유효합니다. 경매로 지방 물건을 보고 계신다면, 관심 지역의 월간 낙찰가율 한 줄이 아니라 그 달 물건 목록과 응찰자 수를 직접 열어보시길 권합니다. 한 단지에서 수십 건이 나온 달의 평균은, 내가 노리는 물건의 가격과 아무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